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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필리핀

히든 벨리, 2차 쇼핑

by 개굴아빠 2012. 12. 23.

(02년 aqua사이트에 올렸던 필리핀 보라카이 자유 여행기를 옮긴 것입니다.)



옆에서는 개구리랑 개구리엄마랑 비엔비(물풍선 터뜨리는 겜, 아시는 분은 젊은 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저께는 방학이라고 새벽 두시까지 하더군요. 

더 이상 미루기는 힘들고 해서 잘 될지는 모르지만 이만 마무리를 하려 합니다. 아마 기억도 많이 희미해졌을테고 하니 그리 길게 쓰여지지는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다이아몬드 호텔의 조식 

모닝콜 전에 잠은 깨어 있었지만 일어나기가 힘들다. 개구리를 깨우려니 도저히 일어나지를 못한다. 어제 마닐라 시내를 많이 걸어다닌 것도 있지만 그 동안의 피로가 엄청 쌓인 모양이다. 할수 없이 개구리는 그냥 두고 개구리엄마랑 둘이서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초특급이라 그런지 지금까지의 부페 조식과는 아무래도 격이 다르다. 그래 봐야 롯데 호텔의 저렴한 부페보다도 못하지만. 하지만 이 동네 음식이야 아무리 좋아 보았자 우리 부부에게는 화중지병이나 마찬가지다. 지금도 느끼한 기분이 든다.

햄에다 버터에다 기름기 많은 고기들, 펄펄 날리는 쌀. 후어어어억. 어- 느끼. 김치 총총 썰어넣고 삼겹살 두어 점 같이 넣어 구운 빈대떡에 막걸리 한 사발. 그런 거 좀 없을까?(사실은 조금 전에 그렇게 먹고 알딸딸한 기분에 글 쓰고 있습니다.) 엿새만에 식사량이 많이 줄어든 걸 느낀다. 펄펄 날리는 밥에 약간의 고기 조림과 과일 몇 조각, 다행히 락교를 비롯한 몇 가지 장아찌 비슷한 것들이 있어 그래도 조금 낫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레드코코넛에서의 아침식사는 오픈된 공간에서 풀장과 맑은 햇살과 꽃들과 푸른 바람들과 그런 것들이 있어 분위기만은 참 좋았던 것 같다. 다이아몬드 호텔의 조식 분위기는 그것과는 다르긴 하지만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간단하게 아침을 마치고 오니 아직도 개구리는 일어나질 못한다. 히든벨리를 가기로 했으니 피곤한 몸을 끌고 짐 챙겨서 나가야지. 개구리가 제일 큰 짐이다. 이넘은 히든벨리 도착할 때까지도 차안에서 내내 자다가 풀장 간다니까 시부적이 일어난다. 


히든 벨리 

히든 벨리도 쓸 게 많기는 하지만 여행팁에서 다루었으니 그것으로 갈음합니다. 


2차 쇼핑 

히든 벨리에서 출발한 시각이 대략 4시 경. 가이드와 길이 어긋나는 바람에 출발이 30분 가량 지연되어 계획했던 나용필리피노는 아무래도 포기해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기사에게는 나용필리피노에 갈 예정이라고 해 두었던 때분에 기사는 열심히 차를 운전하고 있다. 길가의 가게들과 노점들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져 온다. 하기야, 물 속에서 여섯 시간을 놀았으니 그럴 밖에. 

참 신기한 게 차를 타서는 눈을 한 번 깜박이기만 해도 이미 도착할 때가 되는 걸 보면 아마 차들이 축지법을 쓰는지도 모를 일이다. 눈을 뜨니 이미 차는 시내 근처에까지 와 있다. 

이미 다섯 시가 넘어 버렸다. 결국 시내로 가서 쇼핑을 하기로 하고 가이드비를 계산한 후 기사에게는 팁과 경비를 지불하려 하니 페소가 조금 모자란다. 가이드가 잠시 기다리라더니 사설 환전소에서 환전을 해 준다. 그 날 하루 중 가이드가 필요했던 건 아마 이때 말고는 없었지 않았나 싶다. 물론, 마닐라 근교 관광에 대해 알고 있을 경우라면. 


※ 참고 : 마닐라 근교 관광, 특히 히든 벨리 관광을 하기 위해서는 가이드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택시를 하루 빌리는 것이 저렴하고 편리할 것 같다. 적절한 사전 지식과 아주 초보적인 회화는 당연히 필수다. 

기사에게 부탁하여 랜드막 앞에서 내렸다. 입구나 분위기는 SM과 별 다르지 않다. 입구 바로 안쪽에는 기획 상품인지 여행용 가방을 전시해 놓고 팔고 있다. 어제 쇼핑을 제대로 못한 탓에 상품의 질이 나쁘더라도 어쨌든 여기에서는 선물을 사야만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상품의 질이 괜찮은 편이다. 특히 유리 제품과 그릇 종류는 가격도 매우 저렴하고 탐이 나는 것이 많다. 3층에 가 보니 제대로 왔다는 생각이 든다. SM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기념품이 많다. 수공예품이 주를 이루는데 아무래도 간단히 쇼핑을 끝낼 일이 아니다. 

그 와중에 개구리가 배가 고프단다. 지하에 졸리비가 있다길래 개구리랑 둘이서 가보니 식료품점도 있다. 졸리비에서 1번 메뉴를 시켜 먹고 3층으로 다시 올라가 개구리 엄마에게 선물을 고르라고 하고는 얼른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어디를 갔냐고? 가방 사러. 개구리가 가지고 다닐 수도 있을만한 크기의 여행용 가방을 2만원 가량에 고르고 3층으로 다시 뛰어 올라갔다. 잠시 고르고 있자니. 뭔가 이상하다. 불이 하나씩 꺼진다. 사람들이 모두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고 있다. 허거거거걱! "거시기, 아가씨, 여기 몇시에 문 닫나요?" "8시 30분요." 시계를 보니 8시 35분이다. 몇 개 고르지도 못했는데. "얼른 가서 봐 둔 그릇 가져 와요. 난 기념품 챙겨 갈테니." 후다다닥. 휙. "엄마, 엄마. 이것도 가져가요." 후다다다닥. 난리도 이만저만 난리가 아니다. 

카운터에 가서 계산을 하려니 이런! 페소가 모자란다. 맘은 바쁘고. 할 수 있나 카드 써야지. 이럴 때는 짧은 영어 더 잘 안된다니깐. 억지로 계산을 하고(거기서는 좀 이상하게 계산을 한다. 매장의 아가씨가 손님이 산 물건들의 전표를 끊어서 카운터에 가져다 주고 현금인지 카드인지 또 확인하고 잘못 끊었으면 다시 끊고. 사람이 남아도는 건지, 할일없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 건지. 여하튼 도무지 이해가 안되더구만.) 

다시 불꺼져가는 지하로 후다닥 뛰어 내려가 미니어쳐 양주 몇 개 사고 말린 망고를 사려니 개구리 엄마가 그걸 뭣하러 사냐고 난리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제일 많이 먹었으면서 말이다. 개구리 엄마의 핀잔을 무릅쓰며 10봉지를 사서 카운터로 오니 우리가 제일 나중이다. 쇼핑 이렇게 정신없이 해보기는 처음이다. 


다이아몬드에서의 저녁 식사 

아무래도 몸도 마음도 지쳐 잠보앙가는 가질 못하겠다. 호텔로 돌아가서 스카이라운지에서 저녁을 먹자는데에 세 사람의 의견이 모두 일치한다. 호텔로 직행한 후 잠시 씻고 스카이라운지로 갔다. 그런데, 진짜 어떻게 시간이 우리를 갖고 노는지 모르겠다. 식당에 들어가려니 조리사 복장을 한 사람 셋이서 식당을 나오고 있다. "죄송함다. 방금 마지막 손님 주문을 받았슴다."

"어..... 여기 몇시까지 하는데요?" 

"10시까지요." 시계를 보니 정확히 9시 58분이다. 

"아직 10시 아니잖아여." 항의(?)를 해 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지. 그냥 씩 웃더니 한 넘이 "저기 칵테일 바에서는 식사 주문이 될 겁니다." 한다. 그래, 그럼 가보자.

"죄송함다. 여기는 애기 데리고 들어가실 수 없슴다."

"왜여?" "여기는 흡연구역이라 그렇슴다.

" "괜찮아여, 그냥 밥만 먹으면 되여." 

"저, 애기가 몇 살이져? 열 여섯살 넘었남여?" 오잉? 뭔 소리? "저... 거시기... 8살인디여." 

"그럼 안되여." 딱 잘라 말한다. 

투덜투덜. 터덜터덜. 앞의 소리는 우리 입에서 나오는 소리이고 뒤의 소리는 우리 발에서 나는 소리이다. 이거 이러다 밥도 못 먹는 거 아냐? 

"솔이 아빠. 룸서비스 시키면 안되나?" 그렇다! 룸서비스가 있구만. 

근데... 전화로 하는 영어는 자신 없다. 이건 손짓 발짓이 안 보이니 말이다. 개발소발하는 내 영어를 개구리엄마는 아주 고급으로 아나보다. 어쨌든 굶을 수야 없지 않은가. 개구리도 저리 빤히 쳐다 보는데. 

"그래, 그럼 먹고 싶은 거 골라 봐." 그래놓고는 얼른 가져간 손바닥 만한 영어회화 책을 첨으로 컨닝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룸서비스 메뉴를 보더니 개구리는 피자, 개구리 엄마는 우동을 시킨다. 끝에 보니 할로할로가 있어 난 그걸로 하기로 했다. 

이젠 전화를 걸어야지. 침착하자. 에. 'I would like to... 그 담엔 뭐라 그러면 되나?' 거 참. 에라 모르겠다. 

"삐리리리 삐리리리" 

"룸서비스 서."

"어... 이즈 이트 파스블 투... 어... 오더 썸... 섬씽 투 이트?"

"예스 서." "

어...... 아이 우드 라이크 투......" 

"왓 넘버, 서?" 

'엇! 이런, 건방진 것 보게나. 왜 말을 끊고 그래. 고맙긴 하지만.' 

"오케이, 아이 씨. 어... 넘버 어... 어 피스 오브 핏자 앤드... 어... 메뉴 넘버 어... 식스 오브 저패니즈 앤드 어... 원 할로할로, (한참 있다가)플리즈." 

참 나. 이거 내가 썼지만 써 놓고 봐도 이게 말이가 글이가. 걱정 말자. 그래도 알아 듣는다. 어케 아냐고? 

"죄송함다만 지금 우동은 안되는디요." 

"어... 저스트 모먼트 플리즈. 솔이 엄마. 우동 안된데." 여기에서 지금까지 유창한 사투리로 대화를 한 것처럼 쓴 글들이 사실은 위의 대화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었음을 고백한다. 

음...... 글이나 계속 쓰자. 피자는 꽤나 맛있었다. 라면은 별로. 겨자 덩어리 비슷하다. 할로할로도 별로. 얼음이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양도 적고. 

개구리 엄마랑 스카이라운지를 가려하니 어쩐 일인지 개구리가 순순히 그러랜다. 하기야, 개구리는 만화 채널 보는 게 더 좋을 게다. 그래, 오늘 저녁엔 엄마랑 둘이서 기분 좀 내고 오마. 


에궁. 또 다음에 이어 써야겠네요. 다음은 진짜 마지막입니다. 

다음 글에서 나올 내용들. 

1. 다이아몬드 호텔의 스카이라운지에서

2. 공항으로 

3.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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