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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필리핀

마지막

by 개굴아빠 2012. 12. 23.

오늘이 마지막 글입니다. 그동안 개구리네 가족 여행기에 적지않은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려 합니다. 그래도 쓰다 보면 혹시 한 회 더 늘어날지도. -_-;; 

짧게 써야지써야지 하면서도 언젠가 우리 개구리가 이 글들을 읽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쓸데 없는 말들이 많이 들어가네요. 


1. 다이아몬드 호텔의 스카이라운지에서 



필에서의 마지막 밤, 우주의 신비스러운 느낌이 드는 스카이라운지라고 말로만 듣던 다이아몬드 호텔의 스카이라운지를 개구리를 떼어놓고 갈 수 있게 되었다. 니켈로디온 채널만 보겠다는 개구리가 참 고맙게 느껴진다. 

"창가에 앉으시겠습니까?"

"당근이져."

"이쪽으로 오시죠." 메뉴판을 가져다 준다. 

산미겔 하나, 칵테일(벌써 기억이 안나는구만요.) 하나. 늘씬하기 짝이 없는 아가씨가 한 마디 더 한다. 

"창가에 앉으셨으니 그렇게 드시더라도 기본 요금은 내셔야 합니다."

허걱! 선전 포고! "어... 얼만디요? "800페소입니다." 머리속으로 얼른 주판알을 팅겨보니(나도 개구리 엄마도 주판알 갖고 놀던 시절의 상고 출신이다.) 자그마치. 이마넌! 뽀효효. 우습쥐. 개구리 엄마랑 잘 가는 이너네셔날 호텔의 팝레스로랑에서 맥주 둬잔 마시고 안주 하나 먹으면 5마눠는 기본인디. 그래, 맘껏 포격 당하마. 아직 호주머니엔 $800 넘게 남아있다. 우습쥐. 

야경은. 뭐 별로구만. 우주의 신비스러운. 뭐. 천정엔. 별똥이 가끔 떨어지긴 하네. 가 보믄 압니다. 요즘 말로 아헿헿하더이다. 

신혼 여행때보다 더 예쁜지 아닌지 모르지만 어쨌든 개구리 엄마 보고 있으려니 산미겔이 술술 넘어간다. 조금 띵띵하긴 하지만 싱어도 예쁘장하니 노래도 잘 헌다. 병이 비어 손을 치켜드니 늘씬한 웨이트리스가 다가온다. 그네들의 관습을 깜빡잊고 손가락으로 사각형을 그렸더니(조금 크게 그렸는데도) 

"벌써 가시려구요? 여기 계산서요!"

"아... 그기 아이구요. 메뉴판요." 

근데, 메뉴판을 뭐라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뭐라 그랬더라? 담에 가면 메뉴판 달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만. 어쨌거나 산미겔만 다섯 종류를 시키고 과일 안주 하나랑 합쳐 800페소를 약간 넘게 마셨다. 

마시고 있으려니 예순은 분명 넘었음이 분명한 서양 할메 한 분이 나오시더니 카수 대신 노래를 멋지게 부른다. 카수가 자기 타임을 다 마치자 할메는 아예 피아노를 차고 앉는다. 가만히 보니 남편인듯 싶은 영감님은 가벼운 와이셔츠 차림인데 할메는 완전한 드레스 차림이다. 할메는 멋드러진 솜씨로 피아노를 연주한다. 한마디로. 멋지다. 나이가 들어서도 저렇게. 분위기 쥑인다. 나가서 할메 반주에 노래 한 자락 하고 싶었지만 영어 가사는 완전하게 아는 것이 없어. 


2. 공항으로 체크아웃. 

세 번째니 뭐 별로 힘든 건 없군. 근데 왜 마시지도 않은 콜라값은 달라카는지. 덕분에 10분 가량 시간이 더 걸린다. 

"호텔 택시 쓰실 거죠?"

"천만에. 그냥 미터 택시 탈거요."

"......" "......" "......" 

"그런데 호텔 택시 타면 공항까지......" 

"헤이! 택시!" 

"어어... " 어느새 호텔 택시가 앞에 서있다. 

씨이이. 그기 아인데. 할 수 없지. "얼마죠?"

"400페소요." 

"음......" 뒤적뒤적. "지금 공항세 내고 나면 남는 게 250페소 밖엔 없는데......" 

"음...... 그거라도 주쇼." 

80페소면 충분할 거리를 250페소를 주고 가는 나도 억울하지만 택시 기사도 독한 넘 만났다 싶었을 게다. 그래서 내릴 때 호주머니에 있는 동전 다 긁어 줬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더군. 

그런데, 바로 옆이 나용 필리피노인데 가지를 못한다. 티켓 끊고 나서 시계를 보니 두 시간쯤 남았다. 공항 카운터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택도 없댄다. 

면세 구역으로 들어서니 많이 보던 사람들이 있다. 꼬뿌니님이랑 친구분이구만. 두 번의 쇼핑에서 처참하게 실패한 우리로서는 면세 구역에서 추가로 말린 망고 몇 개 더 사고 기타 등등. 산미겔 캔이 보인다.

"저, 이거 1인당 얼마나 갖고 갈 수 있나요?" 

"24개요." 

"열 다섯개 주세요." 이거 참말로 후회스럽다. 우리 나라에서는 산미겔이 수천원이라메? 엑스필 못잖게 맛있는 맥주를 말이다. 


3. 집으로 

뱅기는 활주로를 달린다. 차창 밖으로 머얼리 야자수가 지나간다. 언제 저 야자수를 다시 보게 될까? 비행기가 수평을 잡자 기내식이 나온다. 마찬가지이다. 궁금하면(궁금할 것도 없지만.) 개구리네 가족 여행기 3번을 보기 바란다. 

"아빠, 원 카드" 

"잠시만. 여기 카드 좀 주실래요?"

"없슴다." 


오는 뱅기가 분명 더 큰데도 카드가 없단다. 식사를 마치자 또 게임을 한다. 어차피 가방 하나 있는 거니 그다지 욕심은 없다. 비행기 아래 구름이 산뜻하다. 눈온 날의 대관령같다. 어느새 개구리는 코를 골며 자고 있다. 하기야, 아무리 탄탄한 놈이래두 어린 녀석이 일주일의 해외 여행이 만만치는 않았을 게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뜨니 어느새 비행기 아래로 개펄이 보인다. 우리 나라다. 

띠리리... 띠리리 "예, 어머니 잘 다녀왔습니다. 지금 비행기입니다. 공항에 도착하고 있습니다." 꼬뿌니님을 잠시 기다려 스쿠버 다이빙 사진을 받았다. 띠리리... 띠리리 "형, 나야. 지금 오는 길." "응, 그래, 우리가 2:0으로 이기고 있다." "응, 그래. 알았다. 방학 때 보자. 바빠서 못들르고 그냥 내려 간다." 근데 2:0이라니 먼 말? 옆에 사람들이 우리가 프랑스에게 2:0으로 이기고 있다고 하는 얘기가 간간이 들린다. 

산타모는 얌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자! 집으로!" 뉘엿뉘엿 기울어가는 붉은 해가 인천만의 개펄을 물들이고 있었다. 


4. 사족 

집으로 오는 길에 첫 휴게소(어디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에 들러 사발면과 소고기국밥과 선지국과 푸짐한 김치를 맘껏 먹었다. 행복했다. 역시 우리 음식이야.


5. 結 

이건 마침표가 아니다. 쉼표다. 개구리는 다음 여행은 중국으로 가잰다. 

여행 후의 우리 가족이 얼마나 더 서로를 생각해 줄 수 있게 되었고 하는 등의 뒷 얘기는 아마 한참 후에 써야 할 것 같다. 결국 오늘도 개구리네 가족 여행기는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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