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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필리핀

데이빠뀌지, 체험다이빙

by 개굴아빠 2012. 12. 18.
(02년 aqua사이트에 올렸던 필리핀 보라카이 자유 여행기를 옮긴 것입니다.)

프라이데이즈의 데이빠뀌지 


사흘째 아침이다. 가볍게(? 난 아무것도 먹지를 못했다. 어제 낮에 먹었던 호핑투어에서의 바베큐 요리들이 아직도 소화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개구리 엄마와 약간의 의논을 해야만 했다. 개구리 엄마는 처음부터 망설이더니 결국 스쿠버 다이빙은 하지 않겠단다. 때문에 오전 중에 개구리랑 둘이서 프라이데이즈로 가서 데이패키지를 이용하다 내가 스쿠버를 마치고 데리러 가는 것으로 했다. 사실 나도 사진에서 보던 그 환상적인 모습의 프라이데이즈에서 놀고 싶기는 했지만 두 가지 다 할 수는 없는 것이 아쉬웠다. 

해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개구리 엄마가 메인로드는 가기 싫다 그러길래 레드코코넛 앞에 있는 방카로 가서 프라이데이즈까지 가 줄 수 있느냐 물으니 400페소 내란다. 에그머니. 할 수 없이 레드코코넛 옆의 골목길을 다시 걸어 메인로드로 가 트라이시클을 탔다. 이번에는 제법 멀리 이동하는가 보다. 골목길이라 불러도 시원찮을 메인로드를 따라 한참(그래도 10분 안쪽임) 가더니 또 아무 것도 뵈지 않는 으슥한(?) 곳에 트라이시클을 세우더니 다왔다고 내리란다. 이 상황은 첫날 레드코코넛 들어가면서 겪어 봤던 터라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고 물어보지도 않고 30페소를 주고 내렸다. 멀리 가든 그렇지 않든 외지인은 두당 무조건 10페소다. 그렇지만 눈치가 약간 서운한듯 하다. '조거, 옛날 같으믄 바로 봉인디.'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바다쪽이라 생각되는 방향으로 소롯길을 따라 숲을 헤치고(?) 걸어 가니 생각 외로 금방 바다가 보인다. 이쪽에는 야자수가 꽤나 많이 보인다. 모래 사장까지 걸어가니 오른쪽으로 건물들이 보인다. 하지만, 사진으로 보던 환상적인 모습의 코티지는 아니다. 대충 눈치로 이곳은 아닌가보다 하고 지나쳐 조금 더 걸어가니 드디어 사진으로 보던 그 환상적인 모습의 이거. 아닌데. 에이, 아무려면 어때, 원래 사진이란 게 그렇지 뭐. 화이트비치의 사진에 잘 등장하는 길게 누운 야자수도 옆에서 보면 우리 나라 뒷산의 소나무보다 못한데 뭘. 


입구에 보니 위병 초소 같이 생긴 곳에 아줌마 한 사람이 있어 거기로 가서 그네들식의 유창한(^^;;) 발음으로 '데이 빠뀌지'라고 하니 어랍쇼, 알아듣지를 못한다. "뭐라고라고라고?" 그러면 한 번 더. 이번에는 좀 더 딱딱한 발음으로 "데 이 빠 끼 지"라고 하니 그런 거 없덴다. 허걱. 하지만, 굳세게 그런 거 있다는 거 듣고 왔으니 점심 식사랑 수영장 사용료, 타월 사용료, 해변 사용료 합쳐 얼마냐고 다시 물으니 그제서야, "아, 이 양반아, 점심만 여기서 먹으면 그 딴 거 다 꽁짜여. 니 맘대로 해 부려." 라며 식당을 가리킨다. 어떤 인간이 '데이 패키지' 소릴 한 겨. =_=;; 

그럼 좀 돌아보겠다고 했더니 레드코코넛 카운터의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매우 사무적인 '리나'와는 달리 매우 친절한 웃음과 더불어 상냥한 목소리로 그러랜다. 그러면 그래 줘야지. 

뒤로 돌아가니 수영장이 나온다. 그런데 뭔가 아니다. 레드코코넛과는 달리 어린이와 성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얕은 곳과 깊은 곳이 따로 있긴 하지만 왠지 조금. 잠시 살펴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수영장 바닥이 짙은 푸른색인데다 그늘도 져 있고 물도 약간 흐리다. 풀장 가에는 타월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기는 하지만 다 쓴 타올을 두는 곳을 보니 두어 장 만이 있다. 물론, 사람은 아무도 없고. 


하기야, 바닷가에 와서 이 시각에 바다로 안 가고 풀장에서 노는 넘이 이상한 넘이긴 하지. 안쪽은 들어가 보질 않아 모르겠지만 숙소는 모두 분리된 것이 괜찮아 보인다. 당연히 괜찮겠지, 뭐. 물론, 처음에는 이곳도 생각했었지만 잘 싸돌아 다니는 우리 스타일에는 보라카이의 번화가(?)와는 너무 먼 듯하여 관심 밖이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해변도 다른 건 없는 듯하다. 당연히 다를 거야 없지, 여기만 따로 다른 나라의 해변은 아닐테니까.휴양을 와서 완벽한 서비스 받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서비스는 아주 훌륭하다고들 하니까.) 여행을 다니며 즐기는 스타일의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별로인듯 하다. 계획과는 달리 프라이데이즈의 해변에서 10분 가량 왔다리갔다리 하다 그 옆 야자 그늘에서 사진만 약간 찍고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다시 길을 걸어 나와 트라이시클을 타고 레드코코넛으로 오니 그럭저럭 이미 12시다. 

뭘 먹을까 고민을 하다 바로 옆에 일본식 우동집이 있어 약간의 숙고를 한 후 들어갔다. 완존히 다 베맀다. 보라카이 최악의 식사였다. 레드코코넛의 아침은 여기에 비하면 초특급 식사다. 일식집에 대한 내용은 '리뷰'에 보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더 쓰기가 싫다 


체험다이빙 

개구리랑 개구리 엄마는 내가 체험다이빙을 하는 동안 스노클링을 하겠다고 해서 모두 수영복을 안에 입고 아쿠아리우스로 향했다. 원래 2시에 만나기로 했었는데 1시 40분쯤 갔었다가 다시 돌아와 준비하느라 2시 20분쯤 도착했다. 모두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말들이야 안했지만 그 눈총들. 눈총도 총이니 총상을 입지 않을 수 없지. 윽! 윽! 따가워! 고만 쏘셔들. 

우선, 섬처녀님으로부터 20분 가량 기본적인 설명을 들었다. 뜨고 싶을 때는 이렇게 하고 가라앉고 싶을 때는 저렇게 하고 물먹었을 때는 이렇게 하고 레귤레이터를 놓쳤을 때는 저렇게 하고. 잠수복과 오리발과 수경을 지급 받고 잠수복을 입으니 오른쪽 발은 겨우겨우 들어가는데 어쩐 일인지 왼쪽 발이 도저히 들어가질 않는다. 한참을 씨름하다 어찌어찌 발목까지 넣으니 섬처녀님 와서 보곤 "아니, 팔에다 발을 넣으니 들어갈리가 있어요?"란다. 글쿠만, 어쩐지 안들어간다 싶더니. 옆에서 개구리, 개구리 엄마, 꼬뿌니님, 꼬뿌니님 친구분까지 모두 킥킥대고 있다. '그래, 미안하다. 난 원피스를 입어보질 못했서 그랬다, 왜. 

아쿠아리우스 앞 바다에 정박해있는 모터 보트를 타고 물살을 가르며 신나게 20분 가량을 달려 어제 갔었던 불라복 근처의 해변인듯 싶은 곳에 내렸다. 가슴 정도의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기초 훈련을 시작했다. 가라앉기, 뜨기, 레귤레이터를 놓쳤을 때에 다시 찾아 무는 법, 수경에서 물 빼기, 수신호 등 약 30분 가량 연습을 했다. 그 동안 개구리는 그제서야 얕은 곳에서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었다. 어제의 그 화려한 산호초는 보지도 못하고 보이는 거라야 모래 바닥 뿐인 곳을 기어 다니다니.한심한 넘.(이건, 나보고 한 말이다. 미리 스노클링 연습을 시켰더라면 개구리도 멋진 스노클링을 즐겼을 텐데.) 

다시 보트를 타고 5분 가량 바다로 나간 후 약간의 설명을 더 들은 후 섬처녀님의 입수를 시작으로 TV에서 많이 보던 방법(뱃전에 앉아 뒤로 풍덩.)으로 입수를 한 후 다시 섬처녀님의 신호에 맞추어 잠수를 시작했다. 

꿈속처럼 조용한 바닷속. 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숨을 들이쉴 때에는 "후우욱"하는 거친 숨소리, 내쉴 때에는 "부그르르륵" 아니, "와그르르륵"하는 물거품 생기는 소리들이 귓전을 강타하고 있었다.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바닷속은 정말 고요함 그 자체였다. 귀로는 시끄러운 소리들이 쉬지않고 들려오지만 눈으로 보고 있는 바닷속은 정말로 꿈속같은 풍경과 함께 고요함 그 자체였다. 


약 30분 가량 차츰 깊이를 더해가며 섬처녀님의 인도로 유영을 했다. 눈앞에 펼쳐지는 그림들은 TV에서 보던 것보다 몇 배나 더한 화려함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정말 내가 보고 있는 것들이 실제일까?' 스노클링도 환상적이었지만 스쿠버다이빙도 그러했다. 대략 11미터 쯤이라고 생각되는 곳에서(계기를 봤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아쉽지만 수면으로 떠올라야만 했다.

아직 산소는 20분 가량이 더 남아있었는데. 엄청나게 돌아다녔나 보다. 보트가 머얼리 떠 있는 것이 깨알처럼 보였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보트에 다시 타고 돌아오는데 이런, 엔진이 몇 차례 쿨럭거리더니 급기야 멈추어 버린다. 기사가 잠시 손을 본 후 다시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가 싶더니 100미터도 가지 않아 다시 엔진이 서 버린다. 하지만, 조급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 하다. 엔진이 조금 돌아가다 또 다시 멈추자 이번에는 섬처녀님이 "모두 오리발 들고 노 저을 준비하세요."라고 한다. 섬처녀님의 농담에 까르르 웃는 사람들의 머리 뒤로 늦은 오후의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꼬뿌니님 일행과 8시 반쯤 만나 션한 맥주를 한 잔 하기로 약속을 하고는 숙소로 돌아가 수영장에서 개구리랑 함께 놀아주었다. 그제서야 불이 붙었는지 스노클링 장비를 사 달랜다. 조금 놀다 스노클링 장비를 사러 탈리파파 시장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맘에 드는 것이 보이질 않는다. 다음에 사기로 개구리에게 양해를 구하고 저녁을 먹으려니 여전히 느끼한 것이 개구리 엄마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개구리는 눈에 보이는 대로 다 먹잔다. 

길 옆을 보니 훈제 바베큐 치킨을 하고 있다. 큰놈이 200페소. 이건 좀 먹을만하게 보인다. 예상대로 매우 맛있었다. 겉 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생각과는 달리 육즙이 풍부하게 들어있으며 약간의 아주 옅은 양념을 하고 구어서인지 함께 주문한 밥(이것도 거의 우리 나라 밥과 비슷했다.)과 더불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당연히 숙소로 돌아와서 냉장고에 넣어둔 김치 한조각으로 디저트를 대신해야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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