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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터키, 불가리아 외/터키

카파도키아를 걷다(1/4) - 로즈벨리, 차우쉰

by 개굴아빠 2014. 6. 11.


이 날 좀 걸었다.


걸었던 거리는 카파도키아라는 지역의 넓이에 비하면 얼마 안되지 싶다만 평소 많이 걷는 여행을 하는 것에 비해서도 좀 많이 걸었다.


30km 정도?  아니면 그보다 조금 더?


대략 8시간 정도 걸었으니까 그 정도 되지 싶다.



벌룬 투어 때문에 일찍 일어나기도 해야 했지만 4시에 잠이 깼다.


아마, 전날 상대적으로 일찍 잤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전날은 추워 죽는 줄 알았는데 사무실에서 가져다 준 히터 덕분에 추운 건 전혀 없지만 히터가 온도 조절이 안되어 좀 더웠었다.


또 다른 불편한 점은 샤워기가 고정된 형태라 머리 감으려면 무조건 샤워해야 하는 것.


샤워 후에 정신 차리고 있으니 5:50'에 픽업차가 와서 사무실로 데려갔다.


사무실은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았는데 제법 깔끔한 편이었다.


벌룬을 타기로 한 사람들은 한국인이 대부분.


터키식 식사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간단하게 식사를 했었는데 그동안 스탭들이 몇 번이나 벌룬 이륙 장소와 연락하더니 결국 취소를 하기로 했단다.


안개가 너무 심해 카파도키아 특유의 풍광을 볼 수 있는 지역 안으로 이동이 힘든 모양이다.


그래도 양심적인 회사인지 풍선은 띄울 수 있지만 안개가 심해 주변을 볼 수 없는데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았다.


역시나 한국 사람들의 특성상(?) 아무도 쉽게 말을 안 꺼내기에 전날 그린투어를 다니며 보았던 안개로 덮인 괴레메의 상황을 얘기하고 풍선을 타기 위해 온 건 아니지 않느냐고 애기하니 그제서야 다들 자기들도 안 할 거라고......


숙소에 돌아와 나도 모르게 잠깐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니 9시 30분.


식사 시간이 10시까지라 30분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또 밥을 먹으러 갔다.


벌룬 투어가 취소되는 바람에 다른 투어에 참여하기도 늦은 상황이라 어쨌든 돌아다니려면 에너지를 꽉꽉 채워둬야 하니까.



이 정도가 터키에서의 일반적인 아침 식사량이었는데 어쩌면 이 정도의 식사량이 한국에서도 적당할지 모르겠다.


요즘 배가 좀 나오는 걸 느낀다, 맥주 탓일 수도 있겠다만.


뭐하지 생각하다 늘 하듯이 무작정 걷기로 했다, 구글맵 신이 있으니까.



우선 야외박물관으로 향했는데 헐...... 괴레메 마을을 살짝 벗어나니 보고자 헀던 풍광들이 바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위의 사진에 있는 이런 거 말이다.



이런 풍경을 얼마나 더 많이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 발도 가벼워졌다.


기분도 업, 업.




나무들과 풀들에 가득 핀 상고대, 상고대, 상고대.


평지에서 보는 눈꽃도 볼만했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면 계속 나타나는 풍경들.




괴레메에서 야외 박물관 중간 정도 가니 왼쪽편에 뭔가 있었는데 아마 도자기를 굽는 곳인 것 같았다.



이 나무는 아마 괴레메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단골로 찍는 사진이지 싶다.




이색적인 풍광을 만끽하며 걷다보니 야외박물관이라고 되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야외박물관 입장료가 15리라여서 들어가나마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벌룬 투어 갔다가 만났던 여자분들이 박물관 안쪽은 대부분이 교회라고 하여 굳이 들어갈 필요성이 없다 싶어 포기하기로 하고 계속 걷기로 했다.


언덕길을 따라 오르면서 지도에만 의지해서 위르굽 까지 가나마나 망설이는데 뚱뚱한 친구 하나가 야외박물관을 지나 위르굽 쪽으로 향하기에 나도 따라 걸어갔다.


가면서 위르굽까지 소요될 시간을 대충 계산해보니 좀 많이 먼 것 같아 도중에 구글맵에 표시 된 작은 길(다시 괴레메 방향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계곡으로 향했다.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스맛폰 때문에 약간 헷갈리긴 했지만 그럭저럭 방향을 잡아서 가고 있는데 먼저 가버려 보이지 않던 띵띵한 친구가 그 길에서 되돌아 오는 것이 아닌가.


그 친구도 나처럼 위르굽까지 가려다 역시 나처럼 방향을 전환한 것 같은데 아무도 없는 길을 혼자 가기 불안 했던 모양이다.


구글맵 보여주면서 제대로 가고 있는 거 확인시켜 주고 먼저 걸어갔지만 조금 있다보니 안 따라 오는 것이다.


그래서 혼자 가도 되나 고민...... 따위는 하지 않고 늘 그렇듯이 계속 걸었다.










크게 볼 것도 없는 이런 길을 아무 생각없이 걷다보니 차츰차츰 나타나는 것들은......





















좀 더 걸으니 안개도 제법 옅어지면서 괴레메 특유의 경치들을 만끽할 수 있었다.


걷다가 보니 엉성한 안내판에 로즈벨리라고 적혀 있었는데 내가 걸었던 길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다리도 제법 아파오고 걷기가 힘들어질 무렵 또 걸음을 멈출 수 없게 만든 것이 눈에 들어왔으니




가까이 가면서 고민 좀 했다.


저기를 올라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일단 그 전에 민생고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별로 마땅한 곳이 보이지를 않았다.


사실 이 때쯤 해서는 배가 고픈 시각을 넘어섰고 또 체중 조절을 위한 욕구도 있었기 때문에 별로 괜찮아 보이지 않는, 관광객 전용으로 보이는 식당들을 그냥 지나쳐버린 면도 있다.


가이드 북을 보니 차우쉰 마을로 설명이 되어 있었고 위의 사진에서 성벽처럼 보이는 곳은 실제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던 시기까지 사람이 살았던 동굴 마을이란다.


지진으로 인해 마을이 무너져버려 사람들이 평지로 이동했다는 설명도 있고 그리스인들이 살다가 무슨 협약에 의해 이주를 하면서 빈 마을이 되었고 천천히 무너졌다는 설명도 인터넷 어딘가에 보인다만 전자가 맞을 듯 하다.


어쨌거나 입구 아래에서 약 0.5초간 올라갈까말까 고민하다 그냥 올라갔다.


그리고 그 위에서 본 것은 버섯 바위들.


올라가지 않았더라면 보지 못했을 풍경.




가이드 북에는 여덟 명의 형제가 어쩌구 저쩌구......


세계 어디나 이런 것에 대해 이야기 지어내는 사람들은 꼭 있는 모양이다.



정상에 있던 외국인 커플에게 증명 사진을 부탁해서 찍었더니......


무릎을 왜 자르냐고? ㅠㅠ



근데 이 각도에서 보니 몇 개는 버섯이 아니고 다른 무언가로 보인다. ^^;;


아, 맞다.


꼭대기에 서 있으려니 저~~~어기 멀리 아래에서 누군가가 "아저씨이~~~!"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쳐다보니 제대로 알아보기도 힘든데 자세히 보았더니 아침에 벌룬 투어에서 만나고 야외 박물관 매표소에서도 잠시 만났던 아가씨들(아마 아줌마가 맞겠지만 기분상 ^^;)이었다.


먼 이국 땅에서 하루에 세 번이나 마주쳤다고 반가웠던가 보다.(그러면 내가 내려갈 때까지 좀 기다려 주든가.  ㅡㅡ;;)


자기들도 걸어서 차우쉰까지 왔다는 것을 보니 나와 비슷한 코스를 탔던 모양이다.










뒷 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와 마을에 도착해서는 위르굽까지 가는 버스(돌무쉬)에 대해 알아보려는데 동네 젊은이들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찍어주다가......



같이 찍었다.


이메일 주소를 받아 적어 왔기 때문에 2월 쯤인가 해서 사진을 보내줬는데 아직 메일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인도애들도 사진 찍히기 좋아하더니 터키 애들도 그런가 보다.


사진이 많아서 이날 얘기는 아무래도 1, 2부로 나눠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