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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터키, 불가리아 외/터키

카파도키아를 걷다(2/4) - 차우쉰에서 괴레메 가는 길

by 개굴아빠 2014. 6. 15.


지난 번 포스팅(카파도키아를 걷다(1/2)-로즈벨리, 차우쉰) 첫 마디가 "이날 좀 걸었다."인데 이번 포스팅 역시 그렇게 시작해야한다.



터키 총각들과 사진을 찍고 나서 돌무쉬 주차장을 물어보니 한참 아래쪽을 가리킨다.


차우쉰 마을에서 괴레메까지 걷기에는 너무 다리를 혹사시키는 것 같아 돌무쉬를 타야겠기에 총각들이 가르쳐준 돌무쉬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한참하고도 또 한참을 기다렸지만 돌무쉬로 추정되는 차량이 지나가질 않았다.


차를 기다리는 동안 뒤를 돌아다보니,



마치 스타워즈 속의 한 풍경인 듯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바로 위 사진은 아래 사진의 오른쪽 끝 부분을 최대한 당긴 것이다.)


그래서, 차가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좀 걸어들어갔다가



사진도 몇 장 찍으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역시나 돌무쉬는 소식이 감감.


언제 올지 모르는 돌무쉬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면 다른 방법 없지.


그냥 걷기.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머~~~얼리 차우쉰 마을 쪽에는 햇살이 들고 있었다.



날이 좀 더 맑았으면 괜찮은 사진을 좀 더 건졌을지 모르겠다.


괴레메 방향으로 한참을 걷노라니 낡은 승용차가 옆에 멈춰서는데 터키 총각 둘이서 타고 있다.


어디로 가는지 묻더니 괴레메까지 태워다줄테니 타랜다.


괴레메까지 두어 시간은 걸어야 할 거란 생각에 걷기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난감해하면서 걷고 있었기에 고맙다고 말하고는 얼른 탔다.


그런데......



500m나 갔을까?


왼쪽편으로 멀리서 봐도 딱 그림같은 풍경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미안하지만 내려달라고 하고서는 어리둥절해하는 그들을 남겨놓고는 차도를 건너 황무지 쪽으로 무작정 걸어갔다.


미친놈으로 보이지는 않았을까? ㅎㅎ



그냥 막 걷는 거다.



길도 없는 들판을 지나 마른 고랑을 지나 저 멀리 보이는 풍경에 다가가기 위해 막 걷는 거다.




마침내 좀 더 정확하게 드러나는 풍경......


아!









아주 많이 싫어하는 막 셔터질이지만 이건 마구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가 없다.




풍경 바깥에서 속으로 들어가 방향도 없이 마구 걸었다, 마구 셔터를 누르면서.


이 앞 포스팅에도 사진을 많이 올렸다만 이날 여행 중 가장 사진을 많이 찍었다.


사진 파일 숫자를 보니 대략 130장 이상을 찍은 것으로 나온다.













걷다보니 황무지 같은 곳에도 길이 보이고 구글맵을 보니 가느다란 그 길이 괴레메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방향에는 아래와 같은 풍경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러면 또 걸어야지.




이쪽의 스머프네 집들은 규모가 많이 작다.


나무와 크기를 비교해보면 바로 짐작이 갈 것이다.


사람 키보다 약간 큰 그런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좀 더 걸어가니 이런 풍경도......


그런데 반대쪽에서 오는 사람도 만났기에 아무런 걱정없이 괴레메 방향으로 계속 걸었더니 헐......




협곡을 지나야 했는데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곳도 있었다.


비는 얼마나 자주 오는지 모르겠지만 비가 온다면 이 길은 통과가 힘들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 길이 구글맵에 표시 되어 있다.


길을 따라 한참을 통과하니 아침에 갔었던 야외박물관 근처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아침에 지났던 길인데 안개가 좀 더 걷혀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 때가 대략 오후 5시 가까이 되었지 싶은데 아침 먹고 나서 그 후로 먹은 거라고 호주머니에 있던 몇 개의 헤즐넛과 물이 전부.


괴레메로 되돌아가다 보니 왼쪽편으로 괴레메 뒷산으로 연결된 길로 짐작되는 길이 보이기에 어차피 굶은 점심이다 싶어 또 무작정 가기.


이래서 여행 마치고 나면 살이 5kg 정도씩 빠지는가 보다.


산 등성이로 향하는 길 주변에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들이 보였다.


뭔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 보니......






뭐로 보이는가?


맞다, 대추다, 상고대에 파묻힌 대추.


터키 괴레메 마을 텃밭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에 조롱조롱 매달린 대추들.


터키 사람들은 대추가 얼마나 몸에 좋은 것인지 모르나?


대추 나무들을 뒤로하고 능선을 오르니 길도 없는 길이 있는데 그냥 또 방향만 짐작하고는 무작정 걸었다.




그랬더니 결국 괴레메 뒷쪽 산꼭대기로 나가게 되었다.


그 곳에서 보는 괴레메의 경치도 색달랐다.




하루 종일 걸었지만 이 정도의 풍광을 눈으로 보고 느꼈다면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하는 마음에 숙소로 돌아가자마자 벌룬 투어 120유로짜리를 바로 취소 시켜버렸다.


잘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뒷날 벌룬 투어를 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반반이었다.


양념 반, 후라... 아, 아니구나.


좋았다는 사람 절반, 아니라는 사람들 절반.


내 생각에는 좋지 않았을 거라고 판단된다.


벌룬이 이륙한 근처를 계속 맴돌았다고 하니 말이다.


벌룬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려고 그 비싼 돈 주고 타는 거 아니잖아.


여하튼 겨울의 괴레메에서는 벌룬 투어를 하는 것에 대해 좀 심각히 연구를 해봐야 할 듯 하다.


하루 종일 30km 정도는 걸었을 발을 위해 맛있는 저녁을 공급해 주려고 가이드북에 소개된 식당을 찾아 갔는데 실패. ㅠㅠ


도뇌르 머시기를 잘하는 곳이라고 해서 갔는데 알고보니 그게 터키식 샌드위치라 그냥 다른 거 시켰는데 실패했다.


그래도 맥주 두 개 마시고 뭐...... 괜찮았...... ㅠㅠ 맛 없음.



이거 괴프테 맞남?


밀가루 맛이 나고 샐러드도 좀 그렇고......


여하튼 되게 맛이 없었음.


하루 죙일 걷기만 했으니 숙소로 돌아가 전날 사둔 맥주 마시고 바로 뻗을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