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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터키, 불가리아 외/터키

이스탄불에서 비엔나 거쳐 나리타 찍고 다시 삿포로로

by 개굴아빠 2014. 11. 12.


나흘간의 이스탄불 여정에서 가볼만한 곳은 대충 가보지 않았나 생각은 되는데 그래도 몇 곳은 빠졌다.


담에 가면 되지 뭐.



이집션 바자르에서 걸어서 숙소까지 간 후 배낭을 찾아 공항으로 향했다.


트램을 타려는데 계산을 해 보니 악빌 잔액이 1리라 가량 부족한 것 같은데 동전으론 충전되는 곳이 근처에 없어 5리라를 충전 했다.


그 다음은 공항에서 시내올 때와는 역순으로 T1을 타고 제이틴브루노 역까지 가서 M1을 갈아타고 공항에 도착.


악빌을 처리하기 위해 악빌 구입하는 근처에 가니 한국인 모녀가 보여 악빌을 판매(?)했다.


4.25리라 남은 거니 악빌 가격까지 합쳐 모두 10.25리라인데 돈이 없다 그래서 5리라에 넘기고 말았다.


그런데 처음 말을 걸었을 때는 뭐랄까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내가 처음 이스탄불 도착했을 때 나처럼 악빌을 싸게 넘겨 준 아가씨에게 보여주었던 내 모습도 저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남은 돈은 모두 6리라.


그런데 6리라로는 공항에서 살 게 아무것도 없었다. ㅠㅠ



어쨌든, 라운지를 찾아 들어가 에페스 두 잔, 음식 세 접시를 비우고 비엔나행 비행기에 올랐다.



기내식은 역시나 삼각형 도시락.  파스타.



[비엔나 공항 라운지에서의 에피소드]


비엔나에 도착해서는 또 라운지에 들어가 문 닫기 직전까지 머물렀다.


여기서 재밌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라운지 닫는 시각이 11시.


10시 정도 되자 라운지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가고 나와 한 사람 정도 더 남았나 그랬는데 내게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가 다가와서 말을 거는 것이다.


생긴 것도 아주 멋있게 생겼는데 뭐라나 그 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전형적인 서양 집사 스타일.


매니저 : "손님, 나리타로 가는 마지막 비행기가 조금 후에 출발합니다."


나 : "아, 나 그거 안 탑니다."


매니저 : "그러면 내일 떠나는 비행기인가요?  혹시 숙소를 못잡아서 여기 계신다면 호텔을 연결시켜드릴 수 있습니다만......"


이 양반 보기에 머리 희끗한 동양인이 라운지에 늦게까지 앉아 있으니 자기로서는 최대한의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려고 한 것일 거다.


라운지를 사용하는 승객이라면 일반적으로는 제법 사회적 지위를 갖추고 있을 거라 판단했을테니까.


하지만 내게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


카드사에서 발급해 준 pp 카드를 이용해 최대한 경비를 줄이기 위해 공항에서 노숙을 하려는 상황인데 이 양반이 연결시켜 주는 호텔이라면 아무리 적어도 10만원 이상은 들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거지 여행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필요한 곳에 돈을 쓰지는 않는다는 배낭 여행의 원칙을 나름 충실히(?) 지키는데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을 써야 한다니......


그래서 당황한 상태에서 이런 말이 툭 튀어 나왔다.


나 : "I... I... actuaily wanna be a real backpacker."


그러자 매니저가 잠시 멈칫하더니,


매니저 : "아, 알겠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라고 얘기하고는 다시 데스크로 되돌아갔다.


짐작컨데 돈 좀 있는 동양 중년 남자가 배낭 여행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으로 생각했나 보다. ㅋ



[비엔나 공항에서 노숙하기]


여행 계획을 짜면서 공항에서 노숙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여러가지로 연구를 해 본 결과 대부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비엔나 공항은 그야말로 대애박.


침대(?)가 죽인다.





다른 곳에서 퍼온 사진인데 이건 그냥 뭐 침대다, 침대.


덕분에 새벽 2시 정도에 잠이 들어 3시간 이상 숙면을 취한 듯 하다.



9시 정도 되어 다시 라운지로 갔다.


12만원 연회비를 주고 만든 25회 사용 가능한 pp카드를 가지고 완전 본전을 뽑는 거다.


그런데...... 빵 밖에 없다. ㅠㅠ


11시 정도 되어서야 식사 비슷한 거 나왔는데 뱅기 탈 시간이 다 되어 포기.


12:20' 정도 라운지에서 나와 뱅기 탑승했다.


북경에서 비엔나로 갈 때와는 달리 뱅기는 거의 풀.



식사를 하면서 뭘 볼까하다 사운드오브뮤직을 보았는데......


세상에나......


사운드 오브 뮤직이 이렇게나 재미있는 영화인 줄은 첨 알았네.


그러면서 먹고 마시고......


그래봐야 기내식이지만.


푹 잘려고 진토닉 두 잔에다 맥주 한 캔을 마셨는데 이게 실수.


동쪽으로 비행기가 움직이니 역시나 해가 두 배의 속도로 지는 것이 느껴졌다.


빈 시각으로 3:15'인데 이미 밤.





[비행기에서 떡이 되다]


비행기 안에서는 기압이 낮아 술이 빨리 취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몇 십차례의 비행에서도 겪어보지 못했기에 내게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진토닉 두 잔에 맥주 작은 캔이었을 뿐인데......


이 정도면 평소에는 술을 마셨다고도 할 수 없는 정도다.


하지만 사운드오브뮤직을 보며 혼자서 낄낄대는데 조금 지나니 바로 핑~~~ 도는 게 완전 소 주 세 병 마신 기분.


화장실 가다 주저앉고 남자 승무원이 물 가져다 주고 화장실서 토하고......


그 와중에 20일 정도 물 건너 있었다고 그런지 한 번도 써보지 않았던 단어를 포함한 영어 문장이 나를 도와주던 일본인 남자 승무원 앞에서 술이 떡이 된 상태에서도 저절로 튀어 나오는 것이다.


"How embarrass I am."(정확하게 표현하면 How embarrassing I am이다.)


이 말을 내 뱉으면서도 어찌나 신기하기도 하고 어이도 없던지......


"아우, 쪽팔려." 정도가 될 거다.


이 말을 들은 남자 승무원이 나를 도와 주면서 "창피한 거 아니다, 비행기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하며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토하고 나니 술기운은 확 사라지는데 숙취는 가시지를 않는 것이다.


곧 이어 어이 없는 일 한 가지.


자리로 되돌아가 의자를 뒤로 젖히니 뒤에 앉은 여자(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가 의자를 바로 세우라 그러고 그 옆 남편처럼 보이는 남자까지 가세해서 의자를 내 옆 자리와 같게 세워야 된다니 어쩌니.


미안하지만 나 억수로 피곤해서 자야되거든 말해주고 무시해 버렸다.


웃기는 인간들 아냐, 11시간을 의자 세워서 가란 말인가?



비몽사몽간에 비행을 마치고 8시에 나리타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리타에서는 바로 삿포로행.


그런데, 엔화는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시티 atm이 먹통이다.


게다가 2터미널의 라운지에는 음료수 나오는 기계와 커피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게 아닌가.


무슨 놈의 라운지가......


1인당 캔 맥주 하나는 무료로 제공된다고 하네.


그래서 아침부터 삿포로 캔 한 잔 마셔 버렸더니 어질어질.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혹시 12시 40'에 노쇼가 있으면 변경 가능한지 물어보니 대기 시스템 따위는.없다고 한다.


제트스타는 터키에어보다 더 비싸면서도 진짜로 물 한방울 주질 않았다.


다 사먹어야 하는 시스템. 헐......


배는 고프고 돈은 없고 비행기 안에 ATM이 있거나 카드 사용이 될리는 없고. ㅠㅠ


일본 여행 시작부터 국제 왕거지 신세로 여행을 시작하게 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