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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코카서스/아르메니아

뜬금없이 아르메니아

by 개굴아빠 2019. 10. 25.

 

일지의 첫머리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8월 2일 원숭이 시키들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한 날.

 

섬나라 원숭이만 문제가 아니지.

 

토착 왜구가 더 큰 문제일 수도.

 

전날 저녁 식사 반주로 마신 와인이 양이 많았던 것인지 아침에 일어나니 숙취가 조금 느껴졌다.

 

거의 무계획으로 들러야할 도시들만 대충 찍어서 온 터라 텔라비를 건너뛰고 바로 카즈베기로 가기로 결정했다.

 

식사를 가져다주러 온 숙소 주인에게 택시를 취소해 달라고 하고 트빌리시행 9시 마슈르카를 타기로 했다.

 

 

10마나트(4,000원)의 아침 식사.

 

4인실 숙박비가 2만원이 안되는 것을 생각하면 좀 비싼 편이다.

 

시원한 선지국이나 얼큰한 수구레국밥이 있으면 해장에 딱이련만 이 동네는 해장국이 보이지를 않는다. ㅠㅠ

 

이런 면에서는 우리 나라 민박집(제대로 운영하는)이 좋다.

 

아침마다 찌개나 국물이 나오니까.

 

피자 모양의 빵은 치즈가 안에 들어 있다.

 

당연히 짜다.

 

왼쪽의 나물 같은 것은 가지와 몇 가지 채소를 간장 비슷한 것으로 조린 듯하다.

 

계란 하나, 빵 한 조각, 토마토, 오이 듬뿍이면 아침 식사로 충분하지.

 

며칠 전 건강 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모두 정상일뿐만 아니라 심혈관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15년 정도 젊다고 되어 있고 더 노력하면 심장질환 발병 확률을 0% 줄일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심장질환 우려를 더 줄일 수는 없는 상태로 건강하다는 얘기다.

 

꾸준한 운동과 소량의 탄수화물, 넉넉한 채소, 적당한 양의 육류로 스스로 입맛을 바꾸고 나니 생긴 변화다.

 

다만, 술 마시는 건 고도 위험 수준이라 많이 줄여야 된단다.

 

그게, 술의 양을 표시하는 칸에 모두 표시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소주 2병, 맥주 세 캔, 와인 1병, 막걸리 2병, 이렇게 표시 했는데 이걸 한 번에 모두 마시는 것으로 계산한 건가?

 

뭐 아닐 수도.

 

일 주일에 약 4번 정도 마시는 것으로 표시했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그런데 반 달 정도 전부터 술이 맛이 없어져서 아무런 감흥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나쁜 숙취만 있을 뿐이다.

 

 

트빌리로 가는 마슈르카 터미널까지는 주인이 차로 직접 데려다 줬다.

 

혹시 자리가 없을까 하였는데 다행히 자리가 있어 바로 갈 수 있었다.

 

 

트빌리시까지는 1시간 50분 가량 걸렸는데 아제르바이잔과는 달리 주변에 포도밭이 제법 많이 보였다.

 

그런데 원래는 탈레비 - 트빌리시 계획이었다가 탈레비 생략하고 카즈베기로 가려고 했었던 것인데 트빌리시로 가는 동안 또 마음이 바뀌어 버렸다.

 

카즈베기로 가기에는 시간이 조금 애매했기 때문었지 싶은데 예레반을 가게 되면 저녁 전에 도착할 수 있겠다 싶어 그랬을 거다.

 

거의 아무런 계획없이 떠난 여행이기 때문에 일정은 이후로도 마음 내키는대로 변경을 하게 되었다.

 

어쨌거나 트빌리시에서 내린 후 어딘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버스 터미널 입구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 아르메니아로 가는 마슈르카를 타러 갔다.

 

이 나라 사람들 친절한 것은 다시 느꼈다.

 

주차장에서 예레반 가는 마슈르카 물어보니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단다.

 

버스 요금이 얼마냐 물으니 0.8마나트인데 내가 가진 것이 2마나트인 것을 보더니 1마나트 2개로 바꿔주고 버스도 잡아주고 버스 기사에게 터미널에서 내릴 수 있도록 얘기도 해 주었다.

 

그런데 avlabari 역에서 타야 한다더니 버스 기사가 otachala 역에서 내리라고 했다.

 

그쪽 마슈르카는 불편하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안되면 아블라바리 역까지 가기로 하고 마슈르카 타러 갔더니 차 상태가 괜찮아 보였다.

 

거기다 딱 한 자리 남았는지 바로 타라고 하더니 바로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아마 8인승 승합차였던 것 같다.

 

영어가 조금 되는 사람이 있어 몇 마디 나누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물어보니 4-5 시간?

 

11시에 출발했으니 늦어도 오후 4시 정도면 도착하겠다 싶었는데 이거슨 경기도 오산.

 

트빌리시를 출발한 마슈르카는 1시간 정도 후에 국경에 도착했다.

 

 

짐을 다 내린 후 직접 짐을 가지고 출입국 관리소를 통과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조지아쪽 출국 관리소를 통과해 아르메니아 입국 관리소로 가는 통로에 환전소가 있어 20$을 환전해 달라고 했다.

 

8,000드람을 준다기에 무조건 ok.  환율을 모르니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아르메니아 입국 관리소 통과하자마자 같은 건물에 환율이 표기된 환전소가 있었다.

 

최소 약 9,500드람은 받아야 하는 것.(1 디람=2.3원 가량)

 

나쁜 시키.

 

그래도 혹시나 하고 20$만 환전한 거라 손해는 그리 많이 되지는 않는다.

 

여하튼 입국 관리소 통과한 후 환전하실 것.

 

 

 

짐을 끌고 출입국 관리소를 통과하니 승합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량을 이용한 육로로 국경 넘기는 어느 곳이나 비슷할 것이다.

 

국경 통과 후 바로 옆에 있는 휴게소에서 점심 시간을 주기에 뭘 먹을까하다 피자(300디람)과 콜라(300디람)으로 간단하게 허기만 떼웠다.

 

국경을 지난 후부터는 길이 많이 구불구불한데다 노면 상태도 썩 좋지 않아 차가 속도를 내지를 못했다.

 

아무래도 5시간 안에 도착은 힘든 듯.

 

세반 근처에 이르러 시계를 보니 이미 6시간 가량 지났다.

 

비까지 쏟아지네, 헐......

 

세반 근처의 Ijevan 이라는 곳에서 잠시 쉬었는데 현재 대통령의 고향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뭔 일인지 30분 남겨두고 경찰차가 길을 막고 있어 우회하는데 길이 콱 막혀 있다. ㅠㅠ

 

어찌어찌 우회로를 통해 길을 뚫고 종점을 향해 가는데 예약한 숙소인 praha hotel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을 지나기에 세워 달랬더니 기사가 알았다는 몸짓을 하더니 택시 한 번만 타면 된다는 듯 가만 있으라네.

 

숙소에서 1.3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다른 사람 내려주기에 나도 내리려고 했더니 자꾸 가만 있으란다. 헐......

 

 

그러면 다시 돌아가서 내려주려나 했더니 종점인 sasunchi david까지 가서 내리라고 하는 것이다.

 

(위의 사진이 사순치 다비드 광장이다.)

 

잠깐 항의 비슷하게 하고나니 자기들도 당황하는 듯하더니 택시 연결해 주는데 5,000드람. 미쳤냐?

 

곤란하다고 하니 3천까지는 내려가는데 내가 여행 초짜는 아니잖아.

 

아마 택시비는 1,000드람이면 되지 싶다.

 

거기다 코카서스 촌구석... 아, 아니구나, 예레반이 수도니 촌은 아니다만 여하튼 이곳까지 굴러다니는 여행자라면 그런 바가지에는 안속는다는 것을 알 수도 있을 것인데 말이다.

 

안탄다고 하고는 길 건너편에 폰가게가 보이기에 얼른 유심을 구입했다. 

 

5GB 2,600드람(약 6천원).

 

처음으로 유심을 눈탱이 맞지 않고 구입한 셈이다. ㅋ

 

버뜨 조지아에서는 어쩔 수없이 다시 눈탱이를 맞고 마는데......

 

여하튼 얼른 인터넷 연결하여 구글맵으로 검색하니 숙소까지 지하철 두 정거장을 간 후 500m 가량 걸어가면 된다고 나온다.

 

지하철 요금은 0.5드람(130원 정도).

 

 

숙소 근처의 지하철 역인 Republic Squre에 내리니 역사의 외부(?내부)가 좀 특이하다.

 

숙소로 바로 가려고 하다 배도 고프고 하루 종일 이동하느라 수고한 나를 위해 조금 비싸더라도 맛있는 것을 먹기로 했다.

 

건너편에 괜찮아 보이는 레스토랑(THE OLD HOUSE)이 보여 구글맵 평점을 보니 4.7.

 

많이 괜찮다는 얘기다.

 

물론 후기도 꼼꼼히 읽어봐야지.

 

얼른 들어가 양스테이크와 생맥주를 주문했다.

 

양은 안좋아하는데 그냥 시도해 본 것이다.

 

이 동네 사람들의 주 육류는 양이니까 이 동네에 맞춰봐야지.

 

역시나 한국보다는 괜찮으나 나랑은 안맞다. ㅠㅠ

 

양고기 특유의 냄새 때문에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아니 싫어하는 편이랄까... 그래도 배고프니 맛있게 먹었다.

 

맥주도 한 잔 더 추가.

 

 

 

고기와 맥주로 배를 채운 후에는 씩씩하게 걷기.

 

아무래도 도시 곳곳에 소련의 흔적이 보였다.

 

호텔 찾기는 조금 어려웠다.

 

분명히 Praha 라고 간판이 붙은 건물은 있는데 호텔 입구로 보이는 곳이 없다.

 

건물 우측 귀퉁이에 자그마한 입구가 보여 긴가민가 하고 들어가서 물어보니 맞다.

 

체크인 후 짐을 챙겨두고 현지 투어를 물어보니 호텔 전용 기사로 4군데 도는데 90$이라고 한다.

 

할까말까하다 아무래도 비싼 것 같아 포기하고 근처 좀 돌아보려 했더니 바로 근처에 마트가 있어 복숭아 세 개, 노란 체리 약간, 수박 아이스크림 1개, 맥주 1L 한 통을 사들고 호텔로 들어 갔다.(1400드람=3,500원)

 

 

 

근처에 있는 마트인데 물가가 참 혜자스럽다.

 

아르메니아의 가장 유명한 맥주 그것도 1L 짜리 포함해서 물건 가격이 3,500원이라니 말이다.

 

혼자가 아니었다면 이것저것 구입해서 즐겼지 싶다.

 

역시 혼자는 이런 것들, 특히 음식에 관한 것이 좀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