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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코카서스/아르메니아

노아의 방주가 걸렸다는 아라랏 산

by 개굴아빠 2019. 10. 26.


일 주일이 훨 넘었는데도 아직 시차 적응이 안된 건지 5시에 잠이 깼다가 8시에 다시 일어났다.


아침은 무조건 9시 이후부터 제공이 된다고 하여 9시 정각 되어 지하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어젯밤에 호텔 들어올 때 음악 소리가 나서 잠깐 들러 보았는데 전통 음악 공연(인듯한)을 하고 있었다.


비싼 저녁을 거하게 먹었기도 하고 공연도 끝나는 느낌이라 레스토랑에 앉지는 않았는데 아침에 보니 그런대로 현지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내부 장식이다.


계란과 빵, 말린 살구, 잼 등으로 구성되어 터키 인근의 나라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는데 이게 아르메니아식 아침 식사인지는 모르겠다.


혼자서 식사하는 동안 음악이 흘러 나오는데 이 동네 음악인 듯하다.


이국적인 음식에 이국적인 음악에 혼자라서 그런지 오랜만에 여행자 기분에 잠시 빠질 수 있었다.


음악은 이란이나 그쪽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며칠 후 트빌리시로 가는 마슈르카에서 만난 전통 음악 연구를 한다는 아가씨 말로는 전혀 아니란다.


자신들만의 유니크한 음악이라며 강한 자부심을 내세우는데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서양 사람들이 들으면 중국 음악이나 일본 음악이나 우리 음악이나 그리 크게 차이가 난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중국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하튼 음악에서는 아라비아 계통의 느낌이 강하게 나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제는 매일매일이 하루 연구해 하루 살아가는 여행이 될 수 밖에 없다.


하나도 연구를 하지 않고 왔으니 어쩔 수 없는 일.


전날 저녁에 연구해 둔 예레반 자료를 바탕으로 코르비랍이란 마을로 가기로 했다.


코르비랍에서는 아라랏 산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소련에 속해있던 나라나 소련의 여향을 받은 동구권 국가의 지하철은 느낌이 거의 같다.


지하 깊숙이 있고 아치형 통로로 구성되어 있고 객차는 좋은 느낌으로 말하면 앤티크하달까.


새 지하철은 새것대로 오래된 지하철은 오래된 것대로 타는 맛이 있다.


코르비랍으로 가기 위해서는 사순치다비드로 가야 한다.


다행히 전날 예레반으로 오면서 도착했던 곳이라 가는 것이야 아주 쉽지.


어제의 역순으로 지하철을 타고 두 정거장 이동 후 광장의 앞쪽이 아니라 뒤쪽으로 향했다.



이쪽 아니다.


반대로 나가면 허름하게 생긴 이 동네 버스 터미널다운 곳이 있다.


터미널로 갔더니 역시나 여행객 후려치기가 시작된다.


택시 기사인듯한 영감님이 다가오며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건다.


그래서 나도 현지인 수준으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말을 받아 줬다.


"코르비랍?"(코르비랍 갈려고?)


"코르비랍!"(응, 코르비랍 갈 거야.)


"버스 노."(버스 없어.)


"일레븐. 아이 노."(11시에 버스 있잖아. 다 알고 왔어.)


"노 일레븐."(11시 버스 없다니까.}


"노 일레븐 버스?"(진짜로 11시 버스 없는 거야?)


"캄, 캄. 씨. 노 버스. 노 버스."(여기 와서 보라니까. 이 자리 비었잖아.  버스 없다니까.)


"하...... 웬?"(하...... 뻥치시긴. 그럼 언제 있는데?)


"투."(11시 버스는 없다니까, 두 시에 있어.)


11시 버스 있는 거 알고 왔지만 시간 여유가 있으니 조금 더 말을 걸어봐야지.


"택시, 하우 머치"(그럼 택시로 얼만데?)


"에잇, 오케이?"(8천디람이렴 돼. 그 정도는 있지? 약2만원)


"노. 버스, 버스."(싫은데, 나 버스 탈 건데에~~}


"오케이, 파이브. 파이브 오케이?"(좋아, 5천 디람으로 깎아준다.  됐지?)


"노 노 노. 버스 버스.  일레븐 버스. 아이 노."(됐거등. 나 그냥 11시 버스 탈 거야.)


그래놓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러 가려니 그제서야 빈 자리에서 서너 칸 옆에 있던 버스로 데려다준다.


눈탱이 치려고 하다가 안되면 그냥 가버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래도 코르비랍 가는 버스로 데려다주는 것을 보면 아직 이 동네 사람들 때가 덜 묻은 듯하다.


아르메니아는 한 번 더 갔으면 하는 곳인데 때 더 묻기 전에 갈 수 있었으면......


그런데, 11시로 알고 왔었는데 10시 30분이 되자 출발해 버린다.


아마 사람이 거의 다 차서 그런 것 같은데 나도 겨우 엔진룸 위에 앉을 수 있었으니까.



몇몇 블로그에서는 이 버스가 코르비랍 수도원까지 들어간다기에 기대했더니 역시나 Pokr Vedi 마을 입구에서 내려주고는 가던 길로 휑하니 가 버린다.


하차한 사람은 나와 젊은 친구 하나.


얼마나 걸어가야할지 감이 오질 않아 젊은 친구에게 말을 걸어보니 프랑스에서 왔다는 그 친구 말로는 4-5km를 걸어가야 한단다.


100m 정도 걸어가니 오른쪽에 구멍가게가 보여 물을 사고 천천히 가는 동안 프랑스 친구는 제법 멀리 걸어가고 있다.


습도는 낮았지만 뜨거운 햇살에 5km 가량을 걸어가는 것은 무리다싶은데 조금 더 가니 왼쪽편에 조금 큰 마트가 보이고 그 옆에 낡은 자동차가 두어 대 보이기에 들어가서 무작정 코르비랍 수도원까지 가는 택시가 없는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젊은 친구가 즉각 반응하며 1000드람이라고 한다.


아마 다른 여행 때라면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돈에 구애받지 말고 고생하는 것은 최소한으로 줄이자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차를 탔다.


조금 가다보니 프랑스 젊은 친구가 열심히 걸어가고 있기에 차를 세워 불러 타라고 했더니 조금 망설이는 듯해서 택시비는 내가 낼 거니까 걱정말고 탈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탔다.


수도원 입구에 도착해서는 프랑스 젊은이가 공짜로 타고 간 것이 미안한지 계속 같이 움직이려고 하기에 쿨하게 알아서 따로 움직이자고 하고 인사를 한 후 보내버렸다.


사진을 찍는 것에 집중하기도 힘들고 하면 나도 불편할 수 있거등. ㅎㅎ



성당 안에서는 예식이 진행 중이었는데 미사 같지는 않았다.


정교회와 로마 가톨릭의 차이가 보이는 내부 모습이다.


제대의 방향, 사제가 미사를 집행하는 공간과 신자들이 있는 공간이 분리된 것, 수많은 이콘 등이 외형적인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코르비랍 수도원 한 켠의 건물 바닥에 보니 지하로 내려가는 아주 좁은 계단이 있다.


무언가 싶어 내려가서 사진을 찍어 왔는데 검색해보니 4세기경 성 그레고리오가 갇혀 있던 감옥이라고 한다....가 아닌 모양이다.


감옥은 반대편에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 거기에 있는 모양이다.


그곳에 갇혀있었을 것으로 추측이 되는데 나는 그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래서 공부 안하고 가면 배낭 여행은 안된다니까. ㅠㅠ


이곳은 기도실이었을라나?


여하튼 성 그레고리오로 인해 아르메니아에 기독교가 공인되었다고 하고 그가 갇혀있던 지하 감옥 위에 이 성당이 세워졌기 때문에 이 성당이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





위 사진 우측에 보면 아라랏 산을 볼 수 있는 전망 공간이 있다.


참고로 아라랏 산은 아르메니아 영토가 아니다.


원래는 아르메니아의 영토였지만 100여년 전에 터키의 영토가 되었다.


전망 공간에서 어찌어찌 6D Mark II 를 미니 삼각대에 세팅하고 스마트폰과 연결하여 화면을 보며 사진을 찍었더니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아라랏 산은 끝내 얼굴을 보여주질 않는다.


코르비랍 수도원 옆으로는 야트막한 민둥산이 있고 그곳에 아르메니아 국기가 걸려있다.




그리 높지 않은 곳이지만 주변이 잘 보이기 때문에 올라가볼만 하다.


풀프레임 바디로 셀카를 찍은 것이 마음에 들게 잘 나와 여기서도 카메라를 세팅하고 셀카질을 했다.







수도원 옆으로 보이는 거대한 공동 묘지.




보여줄 듯 보여줄 듯 하며 끝내 얼굴을 보이지 않는 아라랏 산.


왼쪽의 작은 아라랏은 가끔 보이긴 했다.



이걸 뭐라 그러더라?


여하튼 아르메니아 성당 앞에 있는 십자가 형태의 비석 비슷한 것인데 같은 문양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되돌아 나갈 때도 주저없이 택시를 탔다.


예레반에서 출발한 버스를 내린 곳에서 되돌아가는 1시 20분 버스를 기다리는데 기다린지 3-4 분 정도 되었나? 지나가던 승용차가 멈추더니 예레반 가느냐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타란다.


영어가 거의 안되기는 했지만 잘 생긴 젊은이 덕분에 시간을 많이 벌 수 있었다.



사순치 다비드까지 친절하게 데려다 준 아르메니아 젊은 친구.


실제로는 아주 잘 생겼는데 사진은 왜 이렇게 나왔지?


그 다음 목적지는 에치미아진이라는 자그마한 도시.(마을?)


사순치 다비드에서는 가는 버스가 없어 낄리끼아 버스 터미널로 이동해야 한다.


근처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또 택시 기사. ㅋ


2,000 드람 달라기에 됐다고 하고 근처에 있던 젊은 친구 둘에게 물어보니 전날 심카드 샀던 곳(사순치 다비드 기준 버스 터미널과 완전 반대편)까지 약 500m 가량을 함께 가서는 근처 사람들에게 물어서 버스 탈 수 있게 도와주고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뭐... 우리도 한 때는 그랬다고.


그게 4-50년은 훨씬 더 되어서 그렇긴 하지만......


23번이나 69번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고 하는데 23번이 바로 오기에 그 버스를 타고 낄리끼아 버스 터미널로 갔다.


버스는 시내를 한참 돌아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에치미아진 가는 버스가 언제인지보다는 민생고 해결이 시급하다.



터미널 옆의 식당이니 우리 나라처럼 그냥 스쳐가는 사람들을 위한 음식일 터라 크게 기대하지 않고 케밥을 시켰다.


가만있자, 케밥 이거 터키 음식 아냐?


아르메니아 대학살과 아라랏 산 영토 문제 때문에 터키와 사이가 아주 안좋은 걸로 아는데 말이다.


케밥 제일 비싼 건데 1,200드람(약 3천원), 콜라는 300드람(약 700원).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코카서스에서는 음식이 입에 안맞을 경우 케밥을 먹는 게 좋을 것 같다.


아제르바이잔에서도 아르메니아에서도 조지아에서도 케밥은 한 번 씩만 먹었지만 실패한 적 한 번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