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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코카서스/아르메니아

아르메니아의 옛 수도 에치미아진

by 개굴아빠 2019. 10. 28.


버스 터미널 옆의 오픈된 식당에서 기대치 않게 맛있었던 케밥을 먹고 에치미아진행 버스를 탔다.


에치미아진 가는 버스는 203번.


막 떠나려는 버스가 있어 탔더니 자리가 없다.


그런데, 조금씩 당겨 옆에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준다.


에치미아진 가기 전에 즈바르트노츠라는 곳이 있다고 해서 내렸다.


입장료가 1,500드람(3,500원 가량)이다.


관광 명소로 볼 수 있는 많은 곳들과 대부분의 성당에는 입장료가 없는 아르메니아에서 이 정도의 입장료라면 뭔가 대단한 관광지겠다 싶어 들어 갔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입장료가 다소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다.


입구에서 그늘이 없는 길을 약 550m를 걸어가야 한다.



유적지 설명서에 보니 나와 관련있는 인물의 이름이 나와 한 컷.


사실은 설명서의 인물은 나와 관련있는 인물과는 시기적으로 약 300년 차이가 난다.



전체적인 느낌은 기둥의 모양에서 볼 때 그리스 신전 비슷한 느낌이다.


아마 이오니아 양식이지 싶은데......


하지만 이곳은 7세기에 지어진 성당의 유적지다.


성당 맞다.



성당의 안쪽인데 벽이 보이는 쪽이 아마 제대가 있는 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고 갔기에 그저 그리스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봐, 기둥들이 멋지잖아.


그래서......


좀 촐싹댔다.




성당 유적인 줄 모르고 그랬다.


그래도 성당 안에서 촐싹댄 건 아니라능...... ^^;;


이래서 아무리 자유 여행이라고 하더라도 대충이나마 공부하고 가야 한다니까.



성당 주변에는 주거 공간이나 수도원으로 쓰였음직한 공간의 폐허도 있었다.


10세기 경 지진으로 파괴되었다고 한다.






에치미아진 성당과 더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된 곳이기도 하고 아르메니아에서는 그런대로 분위기가 있다보니 되돌아나갈 때쯤 해서 결혼 사진을 찍는 커플이 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강한 햇볕에 땀도 났고 목도 꽤나 말라 근처에 있는 자판기로 가보니 아무래도 작동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입구 매표소 옆에 작은 매점이 있어 물 하나 사서 반을 그대로 마신 후 건너편으로 무단횡단(할 수 밖에 없음.)한 후 버스를 기다리는데 도저히 올 생각을 않는다.


그늘도 없다.


손바닥만한 그늘이 있는 곳에서 기다리다간 버스 놓치기 십상일 것 같아 그늘에 잠시 숨었다가 다시 나와서 버스 오나 쳐다보다가 하는데 기다리는 10분이 마치 10시간 처럼 느껴졌다.


10분 후 마슈르카가 와서 순서대로 가기 위해 흐립시메 성당에 내려달라고 기사에게 부탁을 했다.


대략 1-2분 탔었나?


기사가 내리라기에 요금을 내려니 안받겠다는 몸짓을 한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내린 후 성당으로 들어갔다.



2-3m 정도의 계단 위에 있는 성당인데 여기서도 결혼식 관련된 행사를 하나보다.






제대 맞은 편에 여느 성당과 마찬가지로 기도를 하는 공간이 보여 그쪽으로 갔더니 역시 초를 꽂는 곳이 있고......



초를 꽂고 기도를 하는 장면을 폰카로 담고 있었다.


그래서 멀찍이서 카메라를 대고 줌을 최대한 당겼더니 그걸 보고는 미소를 지어준다.



성당을 나와 계단을 내려가 입구를 나서려는데 입구에 있던 영감님이 내 가방에 있는 물이 반쯤 남은 물병을 달라는 손짓을 하더니 물병을 가져가 버린다.


어... 뭐지? 했더니 자기 물병에 들어있던 얼음물을 물병에 가득 채워 돌려 주는 것이다.


하...... 이 나라 사람들 왜 이리 감동적이냐.


버스 요금을 받지 않았던 기사나 얼음물을 가득 채워준 영감님이나 두 사람 다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이방인에게 따뜻한 마음을 베풀어 준 것이다.


그 다음 목적지는 Holy Mother of church 인데 거리는 대략 1.6km.


평소 같으면 당연히 걸어갔겠지만 이런 날씨에는 아니다.


다시 마슈르카를 타고 에치미아진까지 가서 버스를 내릴 후 성당을 찾아 갔다.




내부는 기억이 안난다.


스페인에서도 그랬지만 이쯤 되면 이 성당이 그 성당 같고 그 성당이 저 성당 같아진다.


에치미아진 대성당이 목적지였기에 그쪽으로 향했다.


가다보니 뭔가 대학교 같은 느낌이 드는 공간이 나왔다.



많이 보아왔던 동방정교회 스타일의 건물이 아니라 들어가 보니 짐작대로 성당이 맞다.



지은지 얼마 안되는가보다.


2011년에 완공된 Church of the Holy Archangels 대천사 교회라고 구글맵이 가르쳐 준다.


여하튼 에치미아진에서 꼭 보았으면 하는 것이 있어 다른 것은 무시하고 박물관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분명히 정교회 관련 구역임이 분명할 건데 지나가는 신부님께 박물과 위치를 물어보니 자기는 그런 것 모르겠단다.


응?


박물관이 없다는겨?


왜 박물관을 꼭 가려고 했느냐면 여기에 특별한 유물이 보관되어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어찌어찌 박물관을 찾아 갔는데 매표소로 가보니 이미 박물관은 닫혔다고 한다.


혹시나하고 박물관 입구로 짐작되는 곳으로 가보니 가족으로 보이는 한 팀이 안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박물관은 혼자서 둘러보는 곳이 아니란 얘기다.


혹시 입장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러시아어로 안내가 진행될 건데 괜찮냐고 하기에 무조건 OK라고 했더니 입구 안쪽에서 티켓을 끊고 빨리 오란다.


박물관 큐레이터인듯한 여자가 안내를 하는데 영어와 러시아어 둘 다 아주 유창하지만 얘기된대로 러시아로만 안내를 진행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번역앱을 켜놓고 안내원 옆에 섰더니 목소리가 약간 클 때는 번역앱이 대충 설명을 번역해 주었다.



그다지 크게 도움이 되는 않지만 중요한 유물 앞에서는 그나마 도움이 된다.


아마도 오른쪽에 있는 십자가가 아라랏 산에 있는(?) 노아의 방주에서 떼 온 석판에 만든 십자가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이것이 아니다.



바로 이것.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옆구리를 찌른 로마 병사의 창이다...라고 하는데 내 믿음이 약한지 신뢰가 가지를 않는다.


병사의 창 치고는 날카롭지도 않고 모양을 보더라도 기능적으로 제 역할을 할 것 같아 보이지를 않는다.


어쨌든 그렇단다.


내 믿음이 약한 탓이다.


러시아어로 하는 설명이 어느 정도 통역이 되는데 이 창은 네 조각으로 나뉘어 보관이 되고 있다고 한다.


투어를 마친 후 안내원에게 영어로 물어보니 하나는 이곳, 하나는 바티칸, 하나는 어디라더라?


그리고, 여기 있는 창 끝 부분은 원래 게하르트(geghart) 수도원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여기로 옮겨왔다고 한다. 


어쨌든 꼭 보고 싶었던 것을 보았으니 충분히 만족한다.


스페인 여행도 그렇고 이번 여행도 그렇고 어쩌다보니 성지 순례 비슷하게 되어 버렸다.


하지만 에치미아진에서도 공부 안하고 간 이유로 인해 큰 실수를 하게 되는데......


박물관은 그리 크지 않으니 다 보고 나가자.





박물관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에치미아진 성당이 마지막 목적지였다.


그런데 가보니 공사 중이다.



뭐 이 성당이나 저 성당이나...... 생각하며 어차피 공사 때문에 못들어 가는 거 대충 겉모습만 훓어보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말이다., 이 성당이 보통 성당이 아니었던 것이다.


세계 최초의 성당인 것이다.


나 등신 맞다. ㅠㅠ


아르메니아까지 가서 세계 최초의 성당을 그냥 수박 겉핧기로 지나쳐 버리다니......




예레반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슈르카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새로 지었다는 성당 안에서 미사를 드리는 듯해서 들어가보았다.



이 동네 신부님들 다 모이신 것 같다.


잠시 지켜보다 마슈르카를 타러 갔더니 택시 기사가 예레반까지 2,000드람이란다.


약 5,000원이면 탈만도 하지만 버스비가 150드람이니 13배나 된다는 생각에 안 타겠다고 하니 옆 택시 기사가 400 드람이라고 한다.


택시를 보니 사람들이 타고 있다.


아, 합승인가보다 싶어 탔더니 4명이 다 타자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