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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코카서스/조지아

카즈베기에서의 다국적 파티

by 개굴아빠 2020. 1. 29.


츠민다사메바 성당에서 카즈베기 마을까지 도보로 내려가는 도중 등산로의 끝 부분에서 카자흐스탄에서 만났던 아줌마들...이 맞긴 한데 혹여나 이 글 읽으면 기분 나쁘려나?


미시? 레이디? 숙녀분? 여사님? 사모님? 언니? 누님? 이모?


아무래도 아줌마 말고는 대안이 없는 듯하다.


여하튼 아줌마들로부터 맛집을 알려주겠다는 톡이 왔고 톡을 받으며 확인하니 바로 50m 앞 눈에 보이는 집이었다.


간판도 없는 길 옆의 완전 오픈된 가게.


여기서 인생 돼지 바베큐를 먹었다기에 저녁 식사도 할 겸 조지아에서의 첫 와인... 아, 아니구나 여튼 와인도 한 잔 할 겸 해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100평방 미터(약 30-40평 )정도 되어 보이는 공간에 건축물이라고는 위 사진의 뒤에 보이는 허름한 헛간 하나가 전부다.


그리고 10 개 정도의 테이블과 의자들.


그리고 민속 의상을 입은 콧털 친구는 서빙하는 친구.


가게 주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친구가 좀......


이 때 이미 술이 제법 취했을 거다.



바비큐를 시키려 했더니 돼지는 없고 닭만 있단다.


그래서 와인과 닭 바베큐를 시키고 앉아 있으려니 와인을 금방 가져다 주었다.


허름한 테이블에 허름한 의자이지만 어쨌든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와인을 음미하며 여러 사람들과 톡을 나누고 있으려니 좀 추운 느낌이 들었다.


서빙하는 콧수염에게 담요를 가져다 달라고 하니 알았다고 하고는 소식이 없다.


뭐하나 봤더니 이 사람 저 사람 다니며 주정 부리는 것 비슷한 상태.


근처 오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담요를 가져다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니 다시 알겠다, 금방 가져다 주겠다고 하고는 또 함흥차사.


옆 자리의 술 잔뜩 취한 여자에게 수작(?)을 걸기도 하고 조지아 사람들의 와인 사랑에 대해 큰 소리로 얘기도 하고......


내 담요는 완전 잊어 먹은 모양이다.


이 때 쯤해서는 제법 짜증이 난 상태였다.


동양인은 나 하나 밖에 없어 차별하나 싶기도 했고.



추워서 바베큐 굽는 곳에 불이나 쬐자 싶어 갔다가 사진이 아가씨와 얘기를 나누었는데 어디서 왔냐고 하니 "유크레인"이라고 한다.


응? 어디지? 


0.5초 생각해보니 아! 거기.


친구와 같이 왔다는데 친구는 영어를 어느 정도 들을 수는 있는데 말하기가 안된다고 한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몸을 조금 녹이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와인을 마시고 일어설까 했는데 옆자리에 모여 있던 젊은 친구들이 합석을 하자고 하는 거다.


합석을 한 후 소개를 하고 받아보니 모두 이곳에서 처음 만난 사이인 모양이다.



왼쪽부터 스위스, 우크라이나, 한국, 스웨덴, 러시아.


스위스와 나는 혼자, 나머지는 친구나 커플.


스위스 친구는 별 말이 없는 편, 우크라이나 26살 아가씨는 얌전하니 조분조분 얘기를 나누고 오른쪽의 스웨덴 여자는 가장 유창한 영어로 얘기를 주도하는 편이었다.


스웨덴 여자의 친구는 완전 술이 꽐라 된 상태.


러시아 커플은 남자는 멀쩡한데 여자는 술이 기분 좋게 취한 상태.


나야 와인 두어 잔으로는 취기도 안 오르는 편이니 스웨덴 여자와 우크라이나 여자와 수다를 떨며 대화를 주도했는데 술에 취한 러시아 아가씨가 내 카메라를 가져가 막 찍어대는 거다.


카메라가 얼마짜린지 알면 아마 ...... ^^;;


다행히 카메라는 별 이상없이 내 손에 돌아오긴 했는데 계속 조마조마...... ㅋ


어쨌든 덕분에 혼자였으면 찍지 못했을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가지게 되었으니 고맙게 생각해야지.




이 때 쯤 해서 사람들이 슬금슬금 빠져 나가는 듯했다.


바베큐 틀에 올려둔 닭은 좀 타버렸고 콧수염 친구는 어디로 갔다 오는지 보였다 안보였다......


결국 우크라이나 아가씨가 접시를 들고가 닭바베큐를 우리 테이블로 몽땅 가져와 버렸는데 그것도 모르고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우크라이나 아가씨와는 페북 아이디를 교환했는데 내가 페북을 안쓰니......


대충 3-40 분 정도 함께 수다를 떨다보니 스위스 친구를 필두로 해서 스위스, 스웨덴 차례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도 그냥 나와 버렸다.


와인 한 잔 값을 주려 해도 사람이 보여야 주지.


내가 알기로는 이 날 나와 같이 마지막까지 있던 사람들과 다른 테이블의 너댓 명 중 술값이나 안주값을 지불한 사람을 없을 거다.



내려가는 길에 러시아 커플이 나를 보고는 기다려주기에 같이 내려가며 수다를 떨다 함께 추가로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


마침 버스터미널 근처에 와인 샵이 있어 들어가 러시아 커플이 와인을 선택했는데 75라리(3만원).


러시아 친구가 비싸다며 이거 해도 되겠냐고 하기에 ok 한 후 내가 혼자 지불해도 되겠냐고 하니 안된다고 한다.


그래도 75라리 혼자서 지불하니 저녁은 자기들이 사겠다고 하며 식당을 찾자고 하기에 조금 걸으며 얘기를 나누었다.


적당한 식당이 없는 것 같아 그냥 숙소에서 마실까하여 숙소가 어딘지 물으니 차로 여행 중이며 텐트 치고 잔단다.


그래서 그냥 내 숙소로 초대해서 발코니에서 와인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결혼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했는데 남자는 30 후반, 여자는 20 후반이었을 거다.


좀 더 깊이 있게 얘기를 나누려 했지만 여자는 영어가 많이 모자라고 남자도 영어가 원활한 편은 아니라 기초적인 수준의 문법에서 얘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30분 정도 얘기를 나누었나? 여하튼 두 사람을 보내고 난 후 시계를 보니 식당 가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근처 구멍 가게에 가서 도시락 라면(이거 괜찮네.)과 와인, 감자칩을 사서 저녁을 해결했다.


와인은 내가 좋아하는 화이트 와인이었는데 아마 4천원 정도였지 싶다.


그런데, 이거 정말 맛있었다.


상표를 모르겠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