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째.
여행의 절반.
일어나려니 머리가 묵지근했다.
하기야 와인을 한 병 넘게 마셨으니 그럴 거다.
츠민다사메바 성당에서 내려오는 길에 있는 오픈 레스토랑(?)에서 와인 두 잔에 러시아 커플과 와인 한 병을 갈라 마셨고 숙소 옆의 구멍 가게에서 또 화이트 와인을 사와서 마셨으니......
창 밖을 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전날 오후 이날 올라가려고 했던 츠민다사메바 성당을 잠깐 망설인 후에 올라갔던 것이 완전 신의 한수였던 것이다.
비가 오는 츠민다사메바 성당은 또 어떨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해가 쨍 나는 것이 좋겠지.
잠깐 딩굴거리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방을 옮겼다.
원래는 아줌마 팀이 갔다는 주타를 가려고 했었지만 비 때문에 포기하고 방을 하루 더 쓸까 했더니 쓰던 방은 예약이 되어 있고 제일 좋은 방이 남아 있다고 해서 그냥 그 방으로 옮겼다.
원래는 120라리인가 그랬지만 아침 식사 포함해서 100라리.
이 방만 유일하게 전면이 통유리 문으로 되어 있어 딩굴 거리며 바깥 풍경 보기에는 딱이다.
약간의 설정이긴 하지만 수트케이스 외에는 저대로 두고 하루 종일 딩굴 거렸다.
와인 마시다 일지 쓰다 딩굴거리다 또 와인 마시다 딩굴거리다의 반복.
여행 도중에 이렇게 딩굴거린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가끔 여행의 마지막 날 수영장이 있는 호텔에서 수영장 옆에 맥주 쌓아두고(?) 맥주 마시다 수영하다 추우면 맥주 마시고 더우면 물에 뛰어들고 했었는데 긴 여행의 도중에 이렇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산책이나 할까 나섰다가 볼 게 없어 복숭아 세 개 2라리에 사서 들어와서는 계속 딩굴딩굴대다 저녁 식사를 하려고 babe bar 가서 치킨+우유+마늘 듬뿍 든게 괜찮다는 정보 보고 시켰더니 역시나 맛이 별로다.
조지아 음식 맛있다는데 난 왜 별로일까?
지정 생존자 받아 놓은 거 보고 1시 30분이나 돼서 자려고 하는데 좀 춥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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