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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코카서스/조지아

마침내 조지아로...

by 개굴아빠 2019. 10. 20.


아무 것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셰키를 떠나는 날이다.


간밤에 요란한 천둥 번개와 꽤 많은 비가 내렸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말끔하게 하늘이 개어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마당에는 몇 가지 채소들과 약간의 꽃들이 싱싱하게 아침을 맞고 있었다.



아침 식사에는 이 텃밭에서 키우는 채소도 함께 나온 것 같다.


식사는 현지식으로 빵과 오이, 계란 등으로 역시나 터키와 비슷했다.


식사를 하며 게스터하우스 주인댁 딸이 예쁘다고 친구들에게 톡을 보냈더니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성화라 가족 사진을 빙자(?)해 사진을 찍어 보냈다.



중학생 아들, 딸, 어머니.


주인과도 사진을 같이 찍었었는데 주인이 아들을 통해 내게 운동 선수냐고 물어보았다.


그렇지는 않고 그냥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을 뿐이라고 얘기했는데 그 사이에 아들이 내 나이를 물어보더니 자기 아버지와 나이가 같다고 놀란다.



아들의 말을 들은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


그러더니 자기 눈 주변을 만지며 내게 뭐라고 얘기하는데 아마도 눈가의 주름을 얘기하는 듯했다.


아무래도 이쪽 사람들도 유럽쪽과 가까운 인종이라 그런지 피부가 빨리 늙는 듯하다.


전날 게스트하우스로 가며 고생한 기억이 있어 택시를 불러 달라고 부탁을 했다.


1.5km의 내리막길이긴 하지만 이 동네 택시비가 저렴하니 사서 고생은 적당히 할 일이다.


택시비는 3마나트.(2,100원)


셰키에서 시그나기까지 대중 교통을 이용하여 가는 방법은 조금 까다롭다.


마슈르카로 국경 또는 발라칸까지 간 후 다시 국경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오전 10시 10분, 오후 2시 두 번 밖에 없다.


그리고, 국경을 지나 택시를 타든 4km 거리를 걸어서 가든 라고데키까지 가야 한다.


마슈르카 따위는 없다.


또 거기에서 마슈르카로 츠노리까지 간 후 다시 시그나기까지 이동해야 한다.


셰키 - (발라칸) - 아제르바이잔 국경 - 도보 횡단 - 조지아 국경 - 라고데키 - 츠노리 - 시그나기 의 과정이기는 한데 어떤 블로그를 보면 조금 더 복잡하게 간 경우도 있어 보인다.


2명 이상이면 셰키에서 시그나기까지 대략 5~6만원 정도의 택시를 공유해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예약을 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차에 자리가 있었다.


국경까지 가는 마슈르카는 10시 10분에 출발한다.


시간이 되니 사람이 가득 찼고 차는 국경을 향해 출발을 했다.




국경으로 가는 길이라 그런지 그래도 포장이 되어 있다.


가는 동안 여러 곳에서 정차하며 타기도 내리기도 하는데 대체로 내리는 사람들이 조금 많은 편이다.


가끔 노인이나 노인에 가까운 나이의 사람이 타면 예외없이 겨드랑이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이 동네 사람들의 특징인가보다.


차는 세 시간을 가까이 달려 국경 근처의 발라칸 마을에 멈춰 대부분의 사람들을 모두 내려준 후 나머지 사람들을 국경으로 실어갔다.



이곳에서 셰키에서부터 출발한 마슈르카는 차를 돌리고 여행자들은 걸어서 국경을 넘게 된다.


위 사진의 오른쪽 문을 들어가면 슈트케이스 끌고 올라가기에는 참 귀찮다 싶고 제법 긴 오르막길이 여행자들을 맞는다.


햇빛 가릴 곳도 없다.


한참(5분은 걸었지 싶다.)을 걸어 올라가면 건물이 하나 나오는데 그곳이 아제르바이잔 이미그레이션이다.


그곳을 통과하여 또 그만큼 가면 다리가 보이게 되는데 이곳이 국경이다.



저멀리 다리 끝에 조지아 국기가 보인다.



걸어서 국경을 넘는 여행자들의 뒷모습이다.


우리도 언젠가는 걸어서 우리 나라와 중국의 국경을 건널 수 있겠지.


국경 통과 절차는 도보로 국경 통과하는 여느 나라와 같다.


복잡한 것도 까다로운 것도 없다.



국경 통과 후 마슈르카에 함께 탔던 중국인 둘과 아마도 영국인인듯한 할머니 한사람과 택시를 셰어 해서 시그나기 가자고 하니 안 한다고 한다.


혼자 가려고 하니 50라리 달라고 하고.


어이가 없는 것이 네 명이서 50라리면 1인당 5천원 정도 인데 (1라리=400원) 기어코 마슈르카 탈 거라네.


거기다 영어 쓰는 영국인 할머니는 국경에서 다음 도시(라고데키)까지 내가 택시 기사에게 네 명 10라리로 협상을 해두었는데도 자기 딴에는 내가 영어를 잘못하는 줄 알고 내가 실수했을 거다 싶어 1인당 5 라리로 가자고 딜을 하는 거다.


택시 기사야 당연히 땡큐지.


10라리로 갈 걸 20라리로 가자고 하는 등신들이니.


그래서 영국인에게 “당신이 이해 못한 거다, 네 명이서 10라리인데 당신이 20라리로 만들었다”고 하니 나더러 해결하라네. 헐......


어쨌든 택시 기사에게 겨우겨우 10라리로 라고데키 마을까지 갈 수 있도록 협상한 후 약 4km 거리를 1인당 2.5라리로 간 후 일행들에게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니 기어코 마슈르카를 타고 시그나기까지 가겠단다.


1인당 2.5라리를 내야 해서 있는 동전 없는 동전 다 동원하여 택시비를 정산해준 후 혼자서 시그나기까지 가자고 하니 택시 기사가 40라리를 달라고 하기에 딜을 해서 35라리로 확정한 후 택시를 타고 시그나기로 향했다.


아무리 마슈르카를 타면 더 싸게 갈 수 있다고 해도 1인당 15라리(약 6,000원)로 편하고 훨씬 시간을 절약하며 갈 수 있는 것을 기어코 힘들게 시간 낭비하며 가겠다니......


라고데키에서 시그나기까지 바로 가는 마슈르카는 없기 때문에 츠노리라는 곳까지 가서 다시 갈아타야 하는 것오로 안다.


영국 여자는 몰라도 중국인들은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될 사람들이더만.


어쨌든 혼자서 시원하게 뚤린 길을 따라 시그나기로 향했다.

50km 거리를 1.6만원이면 공짜지, 이 동네 기름값도 비싼데.(약 1천원)


어쨌든 집 떠난지 거진 열흘만에 주 목적지인 조지아에 입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