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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스페인, 포르투갈/포르투갈

누가 파티마로 이끌었던 것일까?

by 개굴아빠 2019. 6. 4.


파티마로 가는 날이다.


원래 파티마는 계획에 없던 도시다.


그런데 지도를 보며 여정을 짜다보니 포르투와 리스본 사이에 파티마가 있는 것이 아닌가.


25년 넘게 냉담하다 다시 성당으로 돌아간 것이 스페인 여행을 했던 2017년 2월이었던가?


그게 아니었더라도 파티마라는 도시 이름을 본 순간 여행지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리고, 원래의 계획에 없이 중간에 거치는 도시로 여정에 넣었던 이 도시 파티마에서 놀라운 일을 겪게 되는데......



6시에 일어나 짐을 챙긴 후 7시 30분 정도에 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메뉴는 전날과 동일.


빵 두어 가지, 쥬스 두어 가지, 치즈 한 가지, 커피, 과일 두어 가지 정도.


파티마로 가기 위해 레데 익스프레스를 타러 가야했다.


레데 익스프레스는 포르투갈에서 도시간 이동을 담당하는 버스 회사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금방 찾을 수 있으니 자세한 것은 생략.


구글에서 Rede Expressos / Transdev - Porto 찍어 가면 찾을 수 있다.


짐싸서 체크아웃하니 이미 7시 55분.


8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에는 이미 많이 늦은 시간이다.


택시를 타려던 것을 깔끔하게 포기하고 걸어서 주차장에 도착하니 8시 12분 정도.


지하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내려가서 버스가 있는 곳 끝까지 걸어가니 매표소가 있었다.


파티마까지는 18유로.


9시 버스인데 리스본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 내려야 되는 것 같았다.


사전에 검색해보았었는데 항상 자리는 비교적 여유 있는 듯 하다.



파티마에 도착하니 11시 10분 정도.


버스 티켓 카운터에 2.5유로에 짐을 맡긴 후 터미널 바깥의 인포메이션에서 미사 시간을 물어보니 이날은 특별 미사가 11시부터 진행되고 12시 미사는 없으며 오후 3시 되어서야 미사가 있다고 했다.


오후 3시 미사를 드리고 이동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얼른 성전으로 달려 갔더니 미사가 한참 진행중이고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 있었다.


그런데 원래 이렇게 미사 때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건가?





방송사 중계탑도 보이는 걸 보니 조금 특별한 날인가보다 생각했는데......



원래 이렇게 신부님들께서 많이 오시나?




여하튼 마음으로 미사를 정성껏 봉헌하긴 했는데......



영성체 때는 그냥 막 수많은 신부님들께서 돌아다니신다.


나는 혼인장애(옛말로 조당)에 걸려 있어 영성체를 할 수 없었기에 선글라스를 쓴 멋진 신부님 앞에 서서 한국식으로 축복해 주시기를 요청했더니 성체를 주시려고 하기에 입을 두 손으로 가렸더니 그제서야 내 이마를 짚고는 축복을 주신다.


그리고 미사가 끝났는데......


뭔가 이상하다 싶어 검색을 해보니......


그렇다, 이날은 2017년 8월 13일.


파티마의 성모님이 발현하신 1917년으로부터 정확히 100년이 되는 날이었던 것이다.


물론 5월 13일 처음 발현하신 것이고 8월 13일에는 성모님의 발현을 본 세 아이가 이 장소에 올 수 없었기 때문에 이 날 발현하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성모님께서 세 아이들에게 매월 13일 나타나시겠다고 약속을 하셨으므로 이날도 성모님 발현 100주년이 되는 날인 것이다.


처음 여행 계획을 짤 때 어디로 들어가서 어디로 나올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이동은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면서 각 도시간의 일정이 계속 뒤바뀌었었는데 마지막으로 계획한 일정 속의 파티마가 바로 그 날인 것이었다.


누가 이날에 맞추어 나를 파티마로 이끈 것일까?








바닥의 하얀 길은 무릎을 끓고 성전까지 나아가는 길이다.


적지않은 사람들이 묵주 기도를 바치며 그 길을 가고 있었다.


















미사를 마친 후 두 개의 성당 중 Basilica of the Most Holy Trinity에 먼저 방문을 했다.




지하로 내려 갔었는데 열려진 방들에 사람들이 몇몇 있기에 들어갔다가......


영어로 고해성사 할 뻔. ㅋ


수녀님께서 여쭤보시는데 완전 나이롱 신자라고 말씀드릴 수도 없고......


영어가 짧아서 힘들다고 둘러댔던 것 같다.


얼른 도망나와 반대편의 Basilica of Our Lady of Fatima Rosary(파티마의 성모 성당)으로 향했다.





미사를 집전하던 곳 뒷편인데 이곳에 성모님의 발현을 목격한 세 아이 히야친타, 루치아, 프란치스코의 무덤이 있다.













광장 한 가운데에는 성수가 나오는 수도가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줄을 서 있었다.


나도 마시려고 했는데 흔한 생수병조차 없어 안되는구나 하다 생각해보니 숄더백에 포르투에서 가져온 와인 잔이 있어 그걸로 받아 마셨다.


내 영혼이 조금이나마 치유가 되었으려나?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 블로그에 보면 다 나오는 내용이니 패스.


성모님 발현 100주년에 정확히 맞추어 그곳을 방문할 수 있었던 것만 해도 내게는 크나큰 은총이었으니 말이다.



근처 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맛은 그냥저냥.



교회에서 운영하는 공식 기념품점은 없는 것 같았고 우리 나라 관광시설지구 비슷한 느낌의 기념품 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기에 그곳에서 100주년 기념 5단 묵주 몇 개와 우리 성당 성가대원을 위해 아주 작은 1단 묵주 30개, 그리고 팔에 차고 다니려고 위 사진의 묵주도 샀었는데 이건 어딨는지 모르겠다.


100주년 공식 기념 묵주는 개당 15유로 정도였던 것 같았는데 부피가 배낭 여행자에게는 큰 편이라 많이 가져오지 못한 것이 아쉽다.


선물 받은 사람들이 모두 손에 착 감기는 아주 맘에 드는 묵주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나는 정작 한 번도 그 묵주로는 기도를 못 드려 봤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