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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중국 운남성/쿤밍

50 중반 두 남자의 쿤밍 여행기 - 구향동굴(부제:팅부동으로만 식사 주문하기)

by 개굴아빠 2016. 7. 31.

밤새 찬 기운에 뒤척인 것 같았는데 여행 첫날치고는 잘 잔 셈인 모양이다.


6시 30분에 기상한 후 쿤밍 한스네 GH 주인장에게서 브리핑을 받은 후 숙소 근처에 있는 쌀국수 집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베트남이나 태국의 쌀국수와는 달리 고춧가루가 제법 들어간 듯한 육수가 해장 하기에는 그만인 그런 맛이었다.


가격도 9원이니 우리 돈으로 1500원 가량이라 매우 착한 가격이라 할 수 있겠다.


걱정과는 달리 중국에서의 첫끼를 아주 깔끔하게 해결하고 오늘의 일정인 구향동굴을 가기 위해 동부 터미널로 향했다.

우리가 탄 버스는 K18번.


이른 아침이라 쉽게 자리에 앉아갈 수 있었다.


동부터미널에서 이량까지는 일종의 시외버스(1인 25원)를 타고 약 1시간 걸려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량에서 구향 동굴까지는 마을 버스를 탔는데......


마을 버스를 타려면 이게 좀 헷갈리는데 내린 곳에서 우측으로 돌아돌아 다시 터미널로 들어가서 표를 끊어야 한다.


둘 다 중국어를 한 마디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좀 했다.


다행히 구글의 번역기 오프라인용을 다운받아둔 것이 생각나 아래와 같이 번역한 후 보여주니 뭐라 설명을 해주긴 하는데 알아들을 수는 없고......


九乡洞穴   21村巴士(구향 동굴 가는 21번 마을 버스라는 뜻임)


역시 손짓발짓이 최고.


구향 동굴까지는 1인당 10원.


겨우겨우 마을 버스를 타긴 했는데 이게 말이 마을 버스지 우리 나라의 마을 버스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말하자면 마을과 마을을 연결해 주는 버스란 뜻인 모양이다.


마을 버스라기에 길어야 10여분 정도면 구향 동굴까지 갈 줄 알았더니 시골길을 굽이굽이 돌아 꼬박 1시간이 걸려서야 구향 동굴에 도착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간 날은 12월 26일인데 여기는 늦가을 날씨와 봄날씨가 혼재된 듯한 느낌이었다.


역시 쿤밍은 봄의 도시가 맞는가보다.


입구에는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친절하게 한글 설명이 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도움이 될 듯하긴 한데 해당이 되려나?


입구를 지나 5분 가량 가파른 계단을 걸어 내려가면 배를 탈 수 있는 곳이 나온다.


배는 타도 되고 타지 않아도 되는데 구명조끼도 낡았고 헬멧에서는 쉰내가 나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배를 타고 볼 수 있는 것들도 석회암 동굴의 생성 과정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정도라 동굴 안에서도 거의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대략 2~300m 정도였지 싶은데 잔잔한 물길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으로 끝.


그리고 나면 본격적인 구향동굴 탐사가 시작된다.


구향동굴은 크게 3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갈수록 화려한 모습을 보여준다.


빛이 거의 없는 동굴에서 살다보니 눈이 필요없어 퇴화가 되어버렸다는 맹어(盲魚)


여기까지가 제 1구역인데 좀 밋밋한 느낌이 든다.


2구역으로 들어서면 처음 만나게 되는 곳이... 뭐였더라?


여하튼 신선이라는 뜻의 한자가 들어가는 이름이었던듯하다.


화려하다, 조명이.


굳이 조명을 저렇게 색색으로 해 둘 필요가 있을까 싶다.


자연스러운 것이 더 좋지 싶은데......


다음 코스의 입구에는 폭포가 있는데 이게 제법 수량이 많은데다 동굴 안이다보니 소리가 어마어마하다.


폭포도 그런대로 큰 편이다.


악어대가리라고 하는데 뭐...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서늘한 동굴의 기온을 이용하여 포도주를 보관하는 곳.(으로 보인다.)


이 아래쪽부터 정도 해서 경사가 제법 가파른데 인력거(2인거) 서비스가 있어 이용할 수도 있다.


매표소부터 시작해서 동굴 전체를 둘러보는 데는 대략 1.5~2시간 가량 잡으면 될 것 같다.


동굴 구경을 마치고 나면 입구로 되돌아 가야 하는데 산길을 따라 30분 가량 걸어갈 수도 있고 케이블카를 탈 수도 있는데 우리는 그냥 속편하게 케이블카를 이용하기로 했다.


다시 이량으로 돌아기기 위해 버스를 타고 가다보니 시골장이 열린 마을이 보여 무작정 내렸다.


점심 시간도 지났기 때문에 민생고도 해결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


하지만 영어는 단 한마디도 통하지 않는 중국의 한쪽 구석 시골 마을에서 중국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데다 중국의 식당 시스템도 모르는 머슴아 둘이서 식사를 주문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식당 몇 곳을 돌면서 손짓 발짓을 동원해 보았지만 주문 불가. ㅠㅠ


우리 나라의 쌀과자 비슷한 것이 보여 1원 짜리를 보여주며 달라고 의사를 전달하니 통했는지 몇 가지 과자를 섞어서 주었다.


시골 장터를 50분 가량 구경한 후 다시 이량 가는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한 후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그 동네에서는 아주아주 고급으로 보이는 터미널 건물에 붙어있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레스토랑 안이 발칵 뒤집혔다고나 할까 난리가 나버렸다.


아마도 외국인(또는 한국인)으로서는 우리가 처음인 모양이었다.


우리가 중국어를 하지 못하고 영어만 쓰자 웨이터와 다른 웨이트리스들은 아예 접근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똘망하게 생긴 웨이트리스가 오더니 용감하게 주문을 받으려고 시도를 했는데......


"두유 해브 로컬 비어?"


"팅부동, 쏼라쏼라......"


"팅부동. 로~컬~ 비~~어. 음... 쿤밍 비~~어."


"팅부동.  쏼라쏼라......"


"팅부동. 어...... 음...... 맥주, 맥주 있어요?  마시는 거. 뽕 따서 벌컥벌컥 마시는 거."


"팅부동. 음... 아, 피쥬?"


맥주를 보여주면서 또 솰라쏼라.


"오케이, 오케이.  땡큐, 셰셰.  음, 그리고, 메뉴, 플리즈."(손으로 사각형을 그리며)


"오케, 오케이.  쏼라쏼라."


이때부터는 아가씨나 나나 첫 마디는 무조건 팅부동이었는데 나는 무조건 우리말로, 아가씨도 무조건 중국어로만 말했기 때문.


"아가씨, 이거 고기 육자가 있는데 무슨 고기죠? 소고기? 돼지고기?  음메? 꿀꿀?"


"팅부동, 쏼라쏼라. 무~~~~"


"팅부동. 음... 그럼 이 메뉴엔 밥이 포함되어 있어요?"(숟가락으로 밥 퍼는 시늉을 하며.)


"팅부동.  쏼라쏼라."(고개를 끄덕인다.)


""팅부동. 알았어요. 그럼 이거랑 이거랑 줘요."


"팅부동. 쏼라쏼라."


얘도 나도 "팅부동"만 연발했지만 서로 제법 알아들었지 싶다, 우리가 원했던 맥주와 식사를 주문할 수 있었으니까. ㅋ


아가씨가 음식을 가져다준 후에됴 정성들여 설명을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있나.


"셰셰, but 팅부동. 하하  어쨌든 고마워요."


"팅부동. 쏼라쏼라. 호호호"


음식은 나쁘지 않았고 맥주 안주로서도 괜찮았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나니 이번에는 웨이트리스들이 핸드폰을 가지고 같이 기념 사진을 찍잔다.


헐...... 세상에나...... 우리가 뭐 유명 인사도 아닌데...... ^^;;


모든 아가씨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후 우리를 서빙했던 아가씨와도 기념 사진을 찍었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자유 여행만이 가질 수 있는 의외의 해프닝에서 오는 즐거움.


나오면서 이 아가씨에게 팁을 건넸더니 문 앞까지 따라 나오면서 안 받겠다는 손짓을 하는데 그 아가씨에게는 그런 경험도 처음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가씨, 우리에겐 팁의 가치보다도 몇십 배 더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고마워. ^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