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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터키, 불가리아 외/터키

파묵칼레 - 가지 않는 게 나았으려나?

by 개굴아빠 2014. 7. 29.


가지 않는 편이 나았을라나?


한 바퀴 도는 경로 중에 들어 있기도 했고 사진으로 보았던 아름다웠던 풍경이 기억에 새겨져 있었으나......




괴레메 -> 파묵칼레 구간의 야간 버스 이동은 이번 여행 기간 중 최악의 이동이었다.


야간 버스 12시간을 안 타본 것도 아닌데 이건 많이 힘들었었다.


와이파이도 안되니 심심하기도 하고 빈자리 하나 없이 사람들이 탔으니 답답하기도 하고 의자는 불편하고 잠은 안 오고......


새벽 6시 정도에 데니즐리에 도착을 했다.


버스를 내리니 메트로버스 세르비스가 와 있었는데 일부 한국인들 때문에 타니마니 시끄러웠다.


여러 번 당했던 한국인 잘못인지 여러 번 속였던 터키인 잘못인지......


누구 잘못인지 모를 일이다.


10분 정도 간 후 인터넷에서 많이 보던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메트로버스 사무실인 모양이었는데 그곳에 들어가 간단하게 씻고 셀축 행 기차표(17:45' 발)을 예매했다.


버스를 탈까 했었는데 기차를 타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나 싶기도 하고 그곳에서 예약해 주는 비용도 버스와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 늦게 도착하면 거시기하겠다 싶어 14:45'으로 변경해 놓았는데 셀축에서는 시간이 좀 애매해져 버렸다.


이후 함께 도착한 여러 명의 한국인과 스케줄을 의논하고 있었는데 죽이 맞는 젊은 친구가 있어 함께 출발하기로 하고는 적당히 시간을 봐서 사무실을 나섰다.


아침은 어제 수퍼에서 사 둔 케잌빵으로 해결했는데 이 친구도 비슷하게 해결.



눈이 온 언덕처럼 보이는 저곳이 파묵칼레 온천 지역이다.


정문은 화면 우측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북문으로 가서 내려올 계획이었으므로 언덕이 보이는 정문 입구 버스 승강장에서 북문까지 돌무쉬(2.5리라)를 타고 가서 입구로 향했다.


운전수가 알아서 세워주겠지 했는데 북문인듯한 곳을 그냥 지나치기에 물어보니 역시나 북문.


계속 갔더라면 좀 애먹을 뻔 했었다.


다행히 100미터 정도 지난 곳에서 세울 수 있었다.


북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나오는 곳은 죽은 자들의 도시라는 네크로폴리스.





수많은 석관들 중에서 김유신 장군총처럼 생긴 능이 보였는데 누구 무덤인지는 궁금하지도 않고 나쁜 머리에 기억도 안될 거고 해서 사진만 한 컷.


그리고 이어지는 곳은 파묵칼레 온천의 초입.



뭔가 보여줄 것 같기도 했는데......


여하튼 그 뒤로 보이는 곳은 고대 도시 히에라폴리스.











에페소 유적지를 볼 사람들은 대충 패스해도 된다고 했지만 에페소는 에페소고 히에라폴리스는 히에라폴리스.


모습들은 비슷할지 몰라도 느낌은 다르다.





세계 최고(最古)의 수영장이라고 하는 곳.


히에라폴리스 유적을 발 아래 두고 수영을 할 수 있다.


탈의실도 갖춰져 있고하니 기념으로 수영하실 분들은 해도 괜찮긴 하겠다.


그리고 이어지는 파묵칼레(목화의 성).


기대를 뛰어 넘는 장면들.











하아~~~


그랬다.


물 없다. ㅠㅠ







이런 걸 기대하고 갔었는데 지금은 수량이 줄어 이런 모습을 보기가 거의 불가능하단다.



거기다 요즘은 이렇게 들어가는 것도 금지 사항이다.


그런데 갑자기 멀쩡하게 생긴 한 넘이 와다다 뛰더니......



저어기까지 가버렸다.


물론 금새 경비들의 호각 소리를 듣고 되돌아 나오긴 했지만.




그나마 몇몇 곳엔 물이 고여 있었지만





대체로 이런 모습이라 수십년 전 어렸을 때 보았던 기억 속의 사진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가지 않는 편이 나았으려나?


내려가는 길에 물이 고인 곳이 몇 곳 있기는 했지만 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기념으로 사진을 남겨두긴 했지만 이런 걸 보려고 간 것은 아니었다.










억지로 사진을 찍어보긴 하지만 감흥이 없으니 사진도 마찬가지.



북문으로 갈 때 버스를 탔던 곳으로 내려와서는 다시 메트로버스 사무실로 갔다.


그리고,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어디를 갈까 총각이랑 의논하다 그냥 근처에 보이는 곳을 찾아 들어갔다.


파묵칼레에는 맛집이 없다고 하기에 아무런 기대로 하지 않았던 곳.



근데 케밥 이거 대박이다.



여기 할라피뇨(매운 고추 절임) 사진까지는 그냥 생각없이 찍은 것이다.


그런데, 되네르 케밥을 시켰던 총각, 괴프테 케밥을 시켰던 나, 한 입씩 베어먹고 씹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야, 이거 꽤 맛있는 것 같은데..."


"와! 정말 물건인데요!"



이 친구 이거 두 개 째다.


여태까지 먹어 본 케밥 중에서 최고란다.


음료수 두 개 합쳐 모두 16리라를 내가 계산했지만 아깝지가 않았다.



메트로버스 사무실에서 열 걸음 정도 떨어져 있으니 찾기는 어렵지 않을 거다.


단, 입맛이란 것이 상당히 주관적인 성격이 강한 편이니 혹시라도 입맛에 맞지 않다고 해서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는 말자.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싫어하는 맛은 아닐 거다.


자유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가 우연히 접하게 되는 맛집인데 파묵칼레가 비록 실망을 안겨주기는 했지만 케밥 하나를 통해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