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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터키, 불가리아 외/터키

셀축 1일째

by 개굴아빠 2014. 8. 23.



배낭 여행하기에는 일반적인 관점으로 볼 때 꽤(?) 많은 나이이다보니 비슷한 연령에서 혼자 다니는 여행자를 만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여행은 혼자 하는 거라지만 혼자 여행하다보면 불편한 점도 꽤 많다.


대중 교통비 외의 교통비(택시나 툭툭 같은)나 숙박비가 거의 두 배로 드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그 나라 특유의 음식, 특히 길거리 음식을 이것저것 맛보고 싶어도 혼자이다보니 간식 한 두 종류만 집어먹으면 금방 배가 일어나버려 더 맛 보고 싶어도 그렇지 못하게 된다.


또 오랫동안 우리 말을 쓰지 못하고 다니다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우리 말로 얘기를 쏟아놓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그래서 어쩌다 잠깐이라도 동행을 만나게 되면 즐거운 시간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여행 중에서 만났던 동행들은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치앙마이에서 나흘 가량 함께 지냈던 30대 중반의 권군(결혼 하지 않았었으니 '군'이다.).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전 3개월의 시간을 잡고 인도네시아 반도를 여행 중이라고 했었는데 영어는 중학생 수준(?)에 가까운 정도이면서도 혼자서 다닌다고 했었는데 사람이 참 좋았었다.


그리고, 씨엠립에서 하루 동안 함께 툭툭을 타고 유적지를 다녔던 30 초반의 아가씨.


한의사 자격을 갖고 한의원을 열었다가 잠시 접고 여행을 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생각이 깊고 차분하면서도 수더분한 성격인데다 유적지를 보는 방식도 나와 거의 같아, 나이 차가 좀 나긴 해도 처음 만난 남녀가 함께 다니면서도 아무런 불편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얘기도 함께 많이 나누었었던 아가씨였다.


그리고, 괴레메에서 파묵칼레로 가는 버스를 함께 탔었다가 파묵칼레서부터 셀축까지 이틀을 동행하게 된 20대 중반의 박군.


진취적(?)이며 도전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 두뇌 회전이 빠르고 멋진 외모를 갖고 있었던 청년이었다.



파묵칼레에서 1박을 하며 석양을 볼까 했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바로 셀축으로 향하기로 하고 셀축행 기차를 예약했다.(지난 번 이야기 참고)


새벽에 도착해 13:03' 기차를 탔으니 파묵칼레는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궈먹듯 둘러본 셈이다.(그래도 시간이 남았다.)


파묵칼레에서 셀축까지는 주로 버스를 이용하는데 기차도 타볼만 하겠다.


여행자라는 사람들은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기를 바라는 사람들 아닌가.


거기다 기차를 타게 되면 파묵칼레의 메트로버스 사무실에서 역까지 승합차로 데려다 주고 기차의 좌석도 버스보다 편하기 때문에 그닥 나쁘지 않다고 보아진다.


하지만 역에 데려다 준 사람이 기차요금을 절대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보니 버스 요금보다는 저렴할 듯하다.


어차피 버스비와 같은 40리라였으니 여행자들로서는 별 상관없을 듯.


기차로 셀축을 가는 사람은 우리 두 사람 밖이었지만 12인승 승합차량은 우리 둘만 태우고 10여분 가량을 달려 Goncali 역(Goncali tren istasyonu)으로 데려다 주었다.



기차가 설까 싶은 아주 작은 시골 역사.




몇 년 동안 성실히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해주고 있는 트레블메이트의 45L 배낭.


한 달 정도의 여행에 필요한 모든 짐은 저 안에 다 들어 가고 여유가 남는다, 심지어 겨울 여행에 필요한 짐들도.



자그마한 수돗가가 있어 양치질도 하고 이야기도 좀 하면서 40분 가량을 기다리니 기차가 들어오는데......


우리 나라의 비둘기호 정도나 되지 않을까 했었는데 웬걸, 새마을호는 될 듯한 열차다.


열차 내부도 상당히 쾌적한 상태다.


다만 어느 정도 지나니 입석 손님이 좀 많아지는 점은 있지만 여행자에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셀축까지는 대략 160km.


셀축에 도착을 하니 오후 네 시.


세 시간 걸린 셈이다.



오후의 셀축 기차역 앞 광장인데 모두 나이 든 남자들이다.


차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는데 여유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셀축에서 놀란 것.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 정도가 아니라 셀축 거리 절반 이상에 오렌지 나무가 식재되어 있었다.


빠알갛게 보기 좋게 익은 열매들이 그대로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나중에.


박군과는 한 방을 쓴다는 계획은 없었는데 파리스 호텔을 갔더니 30리라에 3인용 도미를 주겠다고 해서 한 방을 쓰기로 했다.


이 날 쉬린제를 둘러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짐만 풀어놓은 후 돌무쉬 주차장에 갔더니 16:40'에 출발하는 돌무쉬(20분 간격)가 있었다.


10분 정도 시간이 남아 잠시 기다리려니 역시 쉬린제로 간다는 한국인 아가씨 둘이 있어 함께 얘기를 좀 나누다 쉬린제에서 막차를 놓치면 택시를 함께 타고 오기로 약속을 했다.



그런데, 차를 놓쳐 버렸다, 생과일쥬스(3리라)를 사느라.


박군에게 맛있게 보였는지 이걸 마셔보자기에 두 잔을 주문했었는데 쥬스를 짜는 그 사이에 차가 가버린 것이었다.


쥬스는 오렌지와 석류를 섞었었는데 맛있긴 하더라.


이건 박군이 샀다.



15분 정도 돌무쉬로 달려 쉬린제에 도착했는데 이건 완전 파장 분위기.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인근에 있는 센텐드레 마을을 이미 본 터라 아기자기하다는 느낌보다는 어수선한 장터 느낌.


거기다 유명하다는 와인은 모두 공장 제품.


맛은......  "젠장!" 수준.


술맛 모르는 사람들은 제발 이런 걸 맛있단 얘기 좀 하지 말자.


마을 위쪽에 가방 가게가 열려있는 곳이 있었는데 꼭 갖고 싶었던 형태의 가죽 어깨 가방을 약 3만원 정도 달라고 했었다.


그때만 해도 가죽 가방의 가격을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사지를 않았었는데 살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가방을 사지 않고 나오니 주인이 따라 나오면서 얼마를 원하느냐고 묻기에 순간적으로 고민했었는데, 그 옆 가게 있던 순하게 생긴 아줌마가 그 장면을 보았는지 큰 소리로 우리에게 외쳤다.


"사지 마. 여기 다 사기꾼이야!  거짓말장이야!"


무슨 얘기인지 대충 짐작은 간다.


쉬린제가 유명한 관광지이다보니 터키 물가 수준에 비해 쉬린제에서 판매하는 물품들의 가격은 상당히 비싸다는 얘기겠지.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잖아.


하지만, (양)가죽 가방이 3만원이라면 여행자에게는 절대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어쨌든 안 샀다.


그리고, 지금도 약간은 아쉽다.



18:00'에 마을을 떠나는 마지막 버스를 기다리는 잠깐 동안 유명하다는 비누나 몇 개 사려고 하다가 그것도 포기.


마을에서 주차장에서 만났던 두 아가씨를 다시 만나 돌무쉬를 타고 셀축으로 복귀하게 되었는데 아가씨들이 맛집으로 간다기에 동행을 했다.



식당 이름은 "셀축 괴프테쉬시"


주방 앞에서 원하는 재료를 골라 주문하면 되는 시스템.



케밥이 상당히 맛있었다.


양고기도 잡내를 잘 잡아 우리 입에도 아주 잘 맞는 맛.


덕분에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아가씨들이 우리 숙소에 놀러온다기에 맥주 네 캔과 간단한 안주를 사서 숙소로 같이 갔다.


밥값은 못내도 맥주 값은 내야지. ^^;;


박군이 뭔 일인지 약간 늦게 방으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그 사이에 아가씨들이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길 거리 가로수에 달려있던 오렌지.


바닥에 떨어진 걸 하나 줏어왔단다.


까보니 알맹이가 오렌지 색이 아니라 레몬 색.


그래서, 세 명 모두 아무도 안 먹고 작당(?)을 하고서는 박군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주 맛있다고 하며 박군에게 먹였다.


예쁜 아가씨가 까서 건네주는 오렌지를 마다할 총각이 어딨을까?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입에 넣고 한 입 씹더니......


......


레몬보다 더 신 맛이란다. ㅎㅎ


그러니 길거리에 오렌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도 안 따먹는가 보다.


어쨌든 아가씨들과 두 시간 넘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두 아가씨도 여행 다니다 만났다고.



이 다음 계획은 셀축에서 쿠사다시를 거쳐 사모스 섬을 잠시 들리는 것이었는데 알아보니 지중해 페리들이 비수기라 운항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쩔까 하다 불가리아로 행선지를 급변경 하고서는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려니 제대로 되지가 않는다.


망할 놈의 엑티브엑스.


1시경 포기하고 뒷날 아침 일찍 일어나 숙소 1층의 컴퓨터를 이용해서 구입하기로 하고는 취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