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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터키, 불가리아 외/불가리아(소피아)

주말 소피아 시내의 유일한 동양인

by 개굴아빠 2014. 8. 26.


제주도는 물론이거니와 동남아 모든 관광지는 중국인으로 점령당한 요즘, 상상치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이 앞 포스팅의 전반부에서도 밝혔다시피 그리스 배편이 끊겨 여유분 하루를 포함해 사흘의 불가리아행을 선택했었지만 잘한 짓(!)인가 싶을 정도로 불가리아 여행의 출발은 우울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으니......


한국인은 커녕 동양인조차도 한 명 없는 유럽의 거리라니!



[ 스베타 네델리아 성당 ]


스베타(성) 네델리아 성당은 외관만 구경하고 말까 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동방 정교회의 성당 내부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여 들어가 보았는데 마침 미사 시간이었던 모양인지 의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동영상 속의 그레고리안 성가는 녹음된 것을 재생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미사 사회자가 부르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나도 녹음된 것인 줄 알았었다.




화려하게 꾸며진 안 쪽에 제대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신부는 저 밖으로 나오지 않고 안 쪽에서 모든 의식을 집전하는 점이 특이했다.


검색을 해 보니 이코노스타시스( 성상 칸막이 )라고 한다.





성상칸막이에는 화려한 문양들과 성화들로 장식이 되어 있었는데,


 성상칸막이는 전례에서 제단 앞의 커튼을 여닫는 행위와 더불어 성찬 의식의 신비스럽고 '종말론적'인 성격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것은 이 신비가 '비밀'이 아니라 그리스도교도들이 성찬 전례를 통해 하느님이 인간이 되었을 때 이미 계시된 신성한 생명과 앞으로 올 '새하늘과 새 땅'으로 인도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라고 설명이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do?docid=b05d1391b017 에 되어있다.




동방 정교회에서는 성인들을 그려놓은 성화 문화가 발달하였다던데 역시나 교회 전체 벽이 성화로 꾸며져 있었다.


이에 대한 신자들의 경배 또한 이채로웠는데 거의 모든 성화에 입을 맞추며 경배를 하고 있었다.





성당이라는 곳 자체가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가 있기는 하지만 이곳은 여느 관광지에 있는 성당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 동구 미인들 품에 안기다? ]


성당을 나와 앞 쪽 계단 턱에 앉아 잠시 피곤한 발을 쉬고 있을 때 일어난 해프닝도 적어 보아야겠다.


아주 예쁘장한 아가씨 네 명과 총각 한 명이 내 쪽으로 오는 듯하더니 자기들끼리 뭐라고 얘기하고서는 아가씨들이 갑자기 내게 다가와 나에게 뭐라고 얘기하는데 뭐라고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뻘쭘하게 쳐다보니 아가씨들이 내 팔짱을 끼는 거다, 총각은 카메라를 들이대고.


급기야는 얼굴에 장난기가 좀 많은 아가씨 두 명이 나를 안다시피... 아니 꼭 껴안고 사진을 찍는데 순간적으로 든 생각 두 가지.


하나는 '이 상황을 내 카메라로도 찍어달라 그래?'


또 다른 하나는 '소매치기?'


아마 그 때 몸이 경직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사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복대는 기본이고, 뒷 호주머니에 든 지갑은 쇠체인으로 허리띠에 연결되어 있고 휴대폰 또한 튼튼한 줄로 허리띠에 묶여져 있으니 소매치기가 할 일이라고는 거의 없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아가씨들과 총각이 사진을 몇 컷 찍더니 빠이빠이하고는 사라져 버렸고 내게는 가벼운 장미 향만이 옷깃에 남아 있었다.


옷차림새도 상당히 수준 있었고 표정도 나름 좀 사는 집 애들 같아 보였었는데 그냥 즐길 걸 그랬나?


지금도 그 아가씨들과 총각이 소매치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 나라로 치면 명동 거리 쯤 되는 곳의 주말에 동양인이라고는 나 하나 밖에 없어 신기해 보여 그랬을 거라고 믿고 싶다.



[ 주말 소피아 vitosha 거리의 유일한 동양인 ]


그랬다, 주말의 비토샤 거리엔 동양인이라고는 나 밖에 없었다.


오후에 시장과 사원 등을 돌아다니면서 여행자 특유의 감이랄까 뭐라 설명하기 곤란한 기분 좋은 느낌에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었다.


확실하게 내가 사는 곳이 아닌 머~~언 곳으로 여행을 나와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아가씨들과의 조우를 뒤로 하고 비토샤 거리를 걸으면서 비로소 그 기분 좋은 느낌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비토샤 거리는 서울의 명동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인데 그 북적거리는(사실 그렇게 북적이지는 않았다. 사는 형편이 안 좋은 국가라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인파는 많지 않았다.) 사람들 속에 동양인은 보이질 않는 것이다.



그것을 깨닫고 나서는 혹시나 해서 아주 주의 깊게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없었다, 동양인이라고는 나 외엔 아무도 없었다.


여기까지는 아직 중국 여행객들이 접수하지 않았나 보다.


동양인 혼자 유럽-비록 동구이기는 하지만-의 거리를 전세 내었다는 생각에 아주 기분좋은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비토샤 거리는 역시나 어두운 편이었지만 거리를 걷는 젊은이들의 표정은 밝았었다는 것은 내 느낌만이었을까?



뭔가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글도 말도 알 수 없었지만, 이 곳에도 소수 민족이 있고 그들의 권익 신장을 위한 일종의 시위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퍼포먼스가 유쾌한 편이어서 쉴 겸 20~30분을 지켜 보고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 기분 좋은 저녁 식사와 차 한 잔 ]


찾아간 곳은 100배에 소개된 디바카.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다는 식당이란다.


비토샤 거리에서 일종의 골목길을 따라 찾아 갔는데 거리도 어둡고 음침해서 좀 으스스한 느낌이 들어 되돌아갈까 고민을 좀 하기도 했다.


주소는 ulitsa "William Gladstone" 54, 1000 Sofia.


키릴 문자로 간판이 쓰여져 있지만 대충 감으로 찾을 수 있지 싶다.




불가리아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kamenitza 맥주.



식사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불가리아 전통 요리를 시켰다.


전통 요리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돼지고기와 감자 요리인데 내 입맛에는 맞아서 꽤나 맛있게 먹었다.


메인 요리 하나와 맥주 한 잔에 8,000원 가량.



비토샤 거리의 제과점.


달다구리는 극도로(?) 싫어하다보니 구경만.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거리에 있는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한 잔 마셨다.


참고로 카페 안 쪽은 비 흡연자를 위한 곳이고 흡연자를 위한 자리는 바깥에 있었다.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내려 마시다보니 한국에서는 이런 건 아까워서 사마셔 본 적이 없었는데 그래도 기분 낸다고 한 잔 시켰다.


자그마한 비스킷과 함께 나름 모양새를 내어 나온 카푸치노 한 잔 가격은 2.3 레바.  1600원 가량.


이쯤 되니 벌써부터 녹아내렸던 후회지심을 넘어서 슬슬 소피아가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하는 거다.


불가리아도 이태리와 함께 한 번 더 가봤으면 하는 곳이 되어 있다.



국회의사당이라던가?




소피아 호텔과 네델리아 성당을 손각대로만 저속 촬영을 해 보는 등 혼자서 더 놀다가 숙소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