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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인도, 네팔/인도

인도 - 카주라호, 동부사원군

by 개굴아빠 2012. 12. 11.

해가 강하지 않은 시간에 움직이려고 7:30'에 알람을 맞춰두었지만 잠을 설치는 바람에 8:30' 정도에 체크아웃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이번에는 전라도밥집 근처에 있는 총각 식당에서 신라면과 야채볶음밥(180)으로 아점을 해결한 후 동부사원군으로 향했다.

동부사원군은 당연히 서부사원군의 반대쪽이긴 하겠지만 정확한 방향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대~~~충 가는 수 밖에.


인도에는 동네 곳곳에 손으로 펌프질을 하여 퍼올리는 우물이 있다.

어릴 적 우리 동네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차이가 있다면 쓰레기가 엄청 많다는 것.

사진을 자세히 보면 저 멀리 물 속에서 무언가 작업을 하는 사람이 보인다.


제일 먼저 만난 사원.

동부사원군은 입장료가 있고 잘 관리되고 있는 서부사원군과는 달리 사원들이 넓게 흩어져있고 관리 상태도 썩 좋아보이지 않는 것들이 제법 있었다.

특이한 것은 기단부와 일부 돌덩이가 다른 사원들에 사용된 사암이 아니라 화강암처럼 보이는 돌들이었다는 점.


이 사원에도 미투나가 조각되어 있다.



첫 사진에 있던 사람을 최대한 당겨 찍은 사진인데 수생 식물을 채취하는 것 같았다.

우리 나라에서도 순채라고 하는 것이 있긴 한데 그것과 닮은 잎은 보이지 않으니 다른 종류이긴 하겠지만 너무 멀어 확인 불가.


멀리 또 다른 사원이 보여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어갔다.

햇볕이 제법 강해 걷기가 힘들긴 하지만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곳들은 그래도 둘러보아야할 것 같다는 일종의 의무감에 걸음을 옮기는 중.

이곳은 집들이 많은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인데 수도인 듯 싶다.

머리도 감고 빨래도 하고......

그런데 여기도 쓰레기가 많다.

인도의 쓰레기 문제는 답이 안나오는 상태에까지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자전거를 타고 가다 그늘에서 쉬고 있는 남학생들.

잠시 후에 만나 우리 가이드를 자처했던 아이도 돈을 모으면 자전거를 살 거라고 했다.

멀리 떨어진 학교에 다니려면 자전거가 필수란다.


동부사원군은 사원들의 크기만 다를 뿐 전체적인 형태는 대부분 비슷했었으나 서부 사원군은 사원들이 각각 조금씩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미투나는 서부사원군에 비하면 거의 없다고 보아도 될 정도라 에로틱한 조각 찾는 재미는 거의 없다.


멀리 들판 끝에서부터 걸어오는 아이들, 자전거를 타고 오는 아이들 또는 오토바이 뒤에 앉아오는 여학생 등이 보이는 걸 보니 학교는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것 같다.

보기에는 평화로운 풍경이지만 학교까지 오가야만 하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겠지.



사원마다 중심부에는 그 사원의 주신(主神)상을 세워두었는데 이건 어떤 신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힌두교의 신들이 좀 많은 편이라 외우기에는 내 머리로는 무리.

신 숫자가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4억이라고 하던가?

가장 적게 잡아 수천이라고 하더라도 내 기억 용량을 초과하는 숫자다.


사원에 바쳐진 꽃은 이 사원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었다.

무슨 사원이었냐고?

몰라, 기억 안나.

사원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15살 애가 하나 따라붙어 시키지도 않은 안내를 한다.

보나마나 나중에 가이드비를 요구할 건 뻔했지만 나머지 사원으로 가는 방향이 애매하기도 했고 올드빌리지(아마 숙소가 늘어서 있는 곳은 뉴타운 쯤 되나 보다.)를 구경시켜주겠다기에 안내를 부탁해 보았다.

물론 가이드비는 받지 않는다고 했지만 요놈이 나중에 어떻게 할지도 궁금했었고.

그랬더니 마을 안쪽을 굽이굽이 돌면서 안내를 해 주는데 얘기 도중 자꾸 학교에 가 볼 생각이 없느냐고 한다.

그러면 이건 기부금을 받아내려는(털어내려는?) 카주라호의 유명한 사기(?) 기법 중의 하나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 별 관심없다고 했더니 그래도 결국 학교라는 집 앞까지 데리고 가서 그냥 안쪽 구경이나 하란다.

오늘 바라나시로 가야하기 때문에 그럴만한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댔더니 시간이 얼마 안 걸리니 들어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계속 유도를 한다.

미안하지만 나머지 길은 우리가 알아서 가겠다고 하면서 학교 앞을 뜨니 그제사 뒤따라 오면서 또 안내를 해주겠다고 한다.

자인교 박물관이 있다고 가이드북에 되어 있어 찾아가보니 그쪽에 또 다른 사원이 있었다.

입장료가 있었던 듯 한데, 가이드 꼬마가 사원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기에 사원 안에서 일부러 시간을 좀 많이 보냈다.

덥기도 더워 휴식이 필요하기도 했고 또 빗방울도 약간 떨어지기도 했으니 지체할만한 핑계는 될 거다만 안쪽에서 한참을 쉰 이유는 글 읽으시는 분들은 다들 짐작하실 듯. ㅎㅎ

30분 정도 쯤 후에 사원 밖으로 나가니 꼬마가 보이질 않았다.

바로 옆에 있는 자인교 박물관으로 가보았더니


이게 전부다.

입장료는 5rs.인데 이마저도 아깝다는 생각.

자인교 박물관을 나와 숙소로 돌아가는데 우리가 가야만 되는 길목을 알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가이드를 해주었던 꼬마가 다시 등장해 가이드비를 요구했다.

아뭇소리 않고 50rs.를 주니 자전거를 사서 학교를 다니려면 좀 더 돈이 필요하니 100rs.를 달라고 하기에 단호하게 거절을 해 버렸다.

마을로 돌아가는데 햇살이 거의 용광로 수준이다.

생각보다 돌아가는 길이 멀어 죽기 직전에 총각 식당에 겨우 도착하여 코크, 스프라이트 + 물로 기사 회생.

총각식당에는 와이파이가 무료이고 비수기라 그런지 손님도 우리 말고는 없어 주구장창 죽치고 앉아 있었다.

가끔 물을 추가로 사 마시기도 하고 너구리라면(120rs.)도 시켜 먹으면서 말이다.

그나저나 인도에서 쓸 예상 경비 550$ 환전한 것 중에서 10700rs. 정도 남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인도에서 남은 일정 동안 도저히 다 못쓰는 분량인 것 같다.

7일 동안 절반 조금 넘게 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