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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인도, 네팔/인도

인도 - 혼돈 그 자체 바라나시

by 개굴아빠 2012. 12. 12.

이번 여행의 인도 일정 마지막 도시인 바라나시.

흔히들 말하는 멘붕을 일으킨 도시였다.

델리 공항에서 내려 빠하르간지로 가는 도중 차를 돌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지만 설마 했는데 결국 바라나시에서 나도 항복을 선언한 셈이다.

일정상 1박만 한 후 네팔로 가기 위해 역으로 기차를 타러 가면서 얼마나 다행이라고 느꼈던지......

탈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순서대로 적는 것이 순리일테니 바라나시에 입성할 때부터 이야기를 풀어보자.

글의 제목은 혼돈이라는 말을 썼지만 바라나시의 첫날이라 그리 혼돈스럽지는 않다.


카주라호에서 이틀에 한 번 꼴로 있는 기차(23:30' 야간 열차)를 타면 바라나시 정션역에 도착하게 된다.

거기서 '강가'까지는 제법 멀기 때문에 릭샤나 택시를 이용해야만 한다.

참고로 여기서 '강가'라고 하면 우리말로는 갠지스의 강변이라고 해석될 수 있겠지만 '강가'라는 말 자체가 인도어로 갠지스강을 뜻한다고 한다.

역에 도착 후 릭샤꾼과 흥정을 하는데 갑자기 비가 콸콸 쏟아진다.

말 그대로 순식간에 콸콸이다.

사이클릭샤를 겨우 공식 가격(? 기록이 없음. 얼마였더라?  아마 50rs.였지 싶다.)에 계약을 한 후 강가까지 릭샤가 접근할 수 있는 곳까지 갔다.

비가 너무나 오는 바람에 카메라를 꺼낸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해 사진은 전무.

사이클릭샤 뒷자리에 둘이 우산을 들고 앉아 떨어질락말락하는 배낭을 추스리기조차 힘들었으니까.

식사부터 해야했기 때문에 프렌즈에 소개된 인디안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이 어디인지 찾기가 무척 애매했는데 다행(?)히 삐끼로 보이는 친구 하나가 접근해왔고 호텔 어쩌구 하기에 어디어디로 식사를 하러 갈 거라고 했더니 바로 데려다 주었다.

고급 식당이라고 하더니 역시 에어컨 펑펑 나오고 내부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웠다, 그래봐야 시골 예식장 부페 수준이긴 했지만 인도에서 이게 어디야.

거기다 책에 소개된 추천 메뉴가 완전 대애박!

머쉬룸 맛살라와 뭐였더라? 여하튼 둘 다 베지테리안 커리였을 거다.

메뉴를 확인하느라 책을 뒤적이며 웨이터에게 추천 메뉴가 있다던데 하고 얘길하니 바로 그 두 가지를 얘기하더만.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메뉴인가 보다.



난은 갈릭과 버터였는데 난도 인도에서 먹었던 것 중(그래봐야 몇 번 안되지만) 최고였다.

팁까지 600rs.

둘이 먹기에는 양도 너무 많아 맛있다를 연발했으면서도 결국 1/3 이상 남겼던 것 같다.

배가 불러지니 그제사 솔이는 카레향이 좀 받치는 모양인지 더 먹지를 못하더구만.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삐끼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호텔로 안내를 해 주는데 알카호텔로 가기로 했다고 해도 자꾸 다른 호텔로 안내를 해서 시간 낭비를 좀 했다.

삐끼가 안내해준 호텔들은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호텔도 있고 아닌 곳도 있었는데 숙박비는 가이드북과 그리 차이는 없는 듯.

하지만, 인도 루피가 좀 많이 남은 관계로 제일 처음 예정했던 숙소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로 했던터라 원래 계획했던대로 알카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세금 포함 2,131rs.

700 - 800rs. 정도 수준의 숙소에서 엄청 업그레이드한 것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도시라서 그런지 썩 좋은 수준은 아니었다.

다른 소규모 도시 1,000rs. 수준의 방들과 비슷한 수준일 듯.

비에 젖은 옷을 세탁하고 샤워 후 1시간 정도 잠을 보충한 후 화장터로 향했다.

호텔을 찾기 위해 복잡하기 짝이없는 바라나시의 골목길(말로는 설명이 안된다.  가봐야 이해가 된다.)을 삐끼를 따라다니느라 정신없이 걸으면서도 골목길 바닥에 정신없이 흩어져있는 지뢰들(소 응가, 개 응가, 원숭이 응가, 기타 정체모를 동물의 응가들)을 피하는 것이 정신 없더니 '강가' 옆쪽도 매한가지다.

응가의 양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오줌 지린내가 ...... ㅠㅠ



우기에는 보트맨이 노를 젓는 것이 매우 힘들다고 한다.

나중에 타보니 그래 보였다.


소님.

씨익~~~

근데 웃는 거 맞어?



화장터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안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구경을 하고 있는데 또 한 놈이 붙더니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는 주의를 아주 엄숙한 표정으로 하더니 그 다음에는 몇 가지 설명을 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듣고 있는데 잠시 후 기부금 어쩌구......

됐네 이 사람아.


화장에 쓰이는 나무를 파는 곳.

바로 근처(사진의 정면 방향)에 화장터가 있고 바로 위(반대 방향)로 조금만 올라가면 한국인이 운영하는 라가카페가 있다.


비가 온 후라 후덥지근하기도 했지만 한 시간 가량 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사나워 라가카페로 가서 아이스커피를 한 잔 하며 정신을 추스려야만 했다.

참고로 라가카페에는 아이스커피가 두 종류가 있는데 우리 입맛에는 한국식이 나을 거다.

한국식이란 커피믹스로 만든 아이스커피이다.


숙소로 가서 좀 쉬다가 6:30' 정도에 배를 타고 뿌자 의식을 보러 갔다.

배는 200rs.에 계약을 했는데 조금 많이 준 듯.

근데 비가 칠칠칠......

가기 전에 화장터부터 간다기에 그냥 메인 가트로 바로 가자고 했다.



뿌자 의식은 7:00 넘어 시작이 되었다.

그 전에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강변에 앉아있었고 수많은 배들도 서로 지나다닐 틈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서 뿌자 의식이 시작되기를 한참동안 기다리고 있었는데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가운데서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의식은 몽환적이라고 표현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다기에는 좀 아닌 듯하고 그냥 아주 인도적이랄까?





도구만 바꿔가며 같은 동작이 반복되는데 보고 있으려니 우리만 지루해지는 게 아니었던듯 우리 뒤에 잔뜩 몰려 있던 배들이 어느 샌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끊임없이 내리는 비에 옷도 젓고 신발도 젓는 듯하여 철수.

200+10rs. 줬다.

원래는 둘이 대략 100 안쪽이라고 되어있지만 우기에는 세 배 정도라니 뭐......


숙소의 뒤쪽에는 조그마한 베란다가 있는데 그 곳에서 강가가 내려다 보인다.

밤이 깊어 조용해진 강변을 보니 드디어 바라나시까지 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비에 젖은 옷을 빨래한 후 딩굴딩굴하다 1시가 넘어 잠이 들었다.

그때까지만해도 어느 정도 견딜만한 정신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