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9 코카서스/아르메니아

유쾌함이 함께 한 예레반의 저녁

by 개굴아빠 2019. 11. 21.


가르니 신전과 가르지 주상절리를 보고난 후 신전 옆에서 다시 266번 버스를 타고 메르세데스 벤츠 매장 옆의 터미널로 되돌아갔다.


세반으로 가려고 5번 버스를 타고 kilikia 터미널로 향했지만 더위 속에서 주상 절리를 보기 위해 걸었던 길이 힘들었던지 세반까지 둘러보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하고 캐스케이드 근처에서 버스를 내렸다.


숙소 가는 방법을 알아보려고 근처에 있는 관광안내소 부스에 가서 예쁜 언니야한테 물어보니 1번이나 30번 버스를 타라고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를 않는다.



버스 정류장 옆 공원에 길거리 화가들이 그림을 전시해 놓은 곳이 있어 잠깐 둘러 보긴 했는데 버스가 올까싶어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아마 20분은 넘게 버스를 기다렸을 거다.


결국 포기하고 택시를 잡는데 이 또한 말이 안통하니 도저히 택시를 잡을 수가 없다.


세 번 정도 택시를 잡았지만 호텔 이름을 얘기해주거나 주소를 보여 줘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더니 그냥 가 버린다. ㅠㅠ


이것저것 다 포기하고 호텔까지 걸어가기 위해 조금 걸었더니 아침에 탔던 44번 버스가 보였다.


얼른 달려가 호텔 옆의 메트로 Zoravar Andranik 로 가는지 물어보니 ok.


그런데, 버스 기사가 영어로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더니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기 차가 현대 차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는 운전을 하며 지나가는 중요한 건물들에 대해 영어로 설명을 해주는 것이다.




거울 속의 이 양반인데 아주 유쾌한 어투로 이곳저곳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완전히 시티투어 버스 수준.


아마도 관광객이 막 유입되기 시작하는 나라라 그럴 거라고 생각해 본다.


덕분에 호텔로 향하는 10분 가량 아주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호텔에 도착해서는 샤워 후 그대로 기절.


두어 시간 잠들었다 7시 정도 되어 pandok yerevan 에 yandex 택시(이 기사는 요금이 600드람인데도 1000드람 주니 거스름돈 안주려다 달랬더니 300드람만 주었다.) 타고가서 공연 보며 식사하려 했더니 일요일이라 공연하는 식당은 모두 자리가 없다네.


어쩔 수 없이 다시 얀덱스 택시를 불러 캐스케이드 근처의 lavash로 갔더니 이 기사는 아주 매너가 좋았다. 500 드람..


그런데, 역시나 라바쉬에는 자리가 없단다.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이라 그런가보다.


구글맵으로 근처를 찾아보니 tolma 레스토랑이 평이 좋아 그곳으로 가서 샐러드와 똘마, 돼지갈비를 시켰다.


맛은 그냥저냥.


똘마는 고수만 아니라면 꽤 괜찮을 듯.




맥주는 옵션이 아니라 필수.


낮에 쌓인 피로가 얼굴에 잔뜩 올라와있는 느낌이다. ㅋ



샐러드와 똘마.


샐러드에도 고수가 들어 있고 똘마에도 고수가 들어 있었다.



똘마는 다진 고기를 어린 포도잎으로 싼 음식인데 고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나 괜찮을 듯했다.



돼지갈비 바베큐.


이건 좀 느끼하달까.


여하튼 썩 맛있다고 할만한 것은 아니었다.


이날 저녁 식사는 실패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성공한 것도 아니다.


똘마라는 예레반 전통 음식을 먹어보았다는 것에 만족하는 정도?


식사를 마친 후에 캐스케이드의 야경을 보기 위해 그쪽으로 향했다.




문 닫힌 오페라하우스 광장에는 야시장인 듯 좌판이 펼쳐져 있었는데 사진상으로는 어둡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법 어두웠다.


상품을 구분하기도 힘들어 보이던데 사람들은 꽤나 왔다갔다.



누... 구... 세요?




유명한 조각가의 유명한 작품이라고 한다.


근처에 역시 이 조각가의 로마 병사 조각이 있는데 이것 역시 동글동글하다.


이 근처에 한국 작가의 폐타이어로 만든 작품도 있다.





어차피 캐스케이드는 끝까지 올라가보기도 했고 야경도 그리 썩 볼만하지가 않았으므로 중간까지만 올라간 후 걸어서 공화국 광장으로 향했다.


혹시나 분수쇼를 볼 수 있을까 싶어.


대부분 분수쇼를 못보았다고 하는 글들 뿐이라 키대는 하지 않았다.



조지아는 아시아 지역이기는 하지만 러시아의 영향이 있어 그런지 시가지 전체에서 유럽의 느낌이 강하게 난다.


이런 길을 천천히 혼자서 걷는 것도 운치가 있는 일이다, 다만 안전이 확보된 나라에서.


물론 코카서스 3국은 상당히 안전한 지역으로 생각된다.



걸어가는 도중 조그마한 공원이 있고 거기에 음료수 파는 곳이 있어 라습베리 리프레쉬라는 이름의 음료(700드람)를 사마셨는데 딱 원하던 맛이었다.


고수가 들어간 똘마의 향과 돼지 갈비의 느끼함을 없애주는 탄산+얼음 조합에 그리 달지도 않아 입가심을 하기에도 더위를 식히기에도 그만이었다.


그런데, 공화국 광장 근처에 이르러니 음악 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정확한 시간도 모르는데다 볼 수 있으리라는 거의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분수쇼를 하고 있었다.







도착 시간은 거의 10시 40분이었고 11시 3분 전까지 분수쇼를 하고 끝.


분수쇼는 기대하지 않고 가서 보면 볼만한 정도다.


하기야 볼만한 정도가 아니라도 타국에서 혼자 이런 풍경 속에 있으면 여행하는 기분이 최고로 업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 분수쇼는 아랑곳하지 않고 즐겁게 노는 아이들, 다정히 껴안고 있는 연인들......



분수쇼가 끝난 후에도 그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천천히 걸어서 숙소로 되돌아 갔다.


마트에서 라임 탄산수를 하나 구입하고 하루 더 묶을 거라고 카운터에 얘기를 해 두었다.


예레반.


괜찮은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