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9 코카서스/아르메니아

세반 호수, 그리고 다시 조지아로.

by 개굴아빠 2019. 12. 2.


아침에 일어나 HTS를 보니 완전 개폭락이다.


7, 8월 합쳐서 대략 2천은 말아 먹었을 거다.


기분 꿀꿀하지만 여행할 땐 탈탈 털어버려야지.


예레반에는 최소 이틀은 더 머물러야 그런대로 볼 것을 다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스케줄상 그건 약간 애매할 것 같아서 그냥 다음에 다시 오기로 생각하고 하루 더 묵으려했던 계획을 취소해 버렸다.


세반 호수를 다녀온 후 트빌리시로 가려는 계획을 세우고 호텔 체크 아웃을 한 후 수트 케이스를 호텔에 맡겨두고 세반행 버스를 타러 갔다.


참고로 원래 계획은 트빌리시에서 예레반 가는 길에 세반에서 1박 하고 예레반을 가거나 예레반에서 트빌리시로 돌아가는 길에 세반을 들린다는 것이었는데 아무 것도 공부하지 않은 무지에서 나온 생각이었다.


세반으로 가는 버스는 예레반에서만 탈 수 있다.


따라서 개별 여행자는 반드시 예레반을 기점으로 하여 세반을 가야만 한다.


버스는 northern bus terminal 에서 출발하고 대략 50분 가량 걸린다.


버스를 내린 후에는 경우에 따라(아마 대체로) 택시를 타야 하는데 1000 드람 안쪽이다.


아니면 걸어도 되긴 한데 대략 30분 가량은 걸어야 하고 보도가 없어 조금 위험할 수 있다.


여하튼 세반 호수에 도착하면 자연스레 언덕위로 올라가게 된다.



언덕은 그리 높지 않아 올라가는데는 그리 힘들지 않다.


그리고 몇 곳의 노점상이 있어 구경하며 쉬엄쉬엄 올라가더라도 10분이 채 안 걸린다.


하지만 언덕을 올라가게 되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세반 호수와 호수를 둘러싼 풍경이 시원하게 한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옆에는 고풍스러운 성당.


Sevarnavank.



우선 기념 사진부터 몇 컷 찍고......






카메라가 스마트폰과 연동이 되니 이제껏 제대로 된 사진이 없던 찍사의 독사진을 맘껏 찍는 거다.


초소형 삼각대와 새 카메라 덕분이기는 하지만 스마트폰용 삼각대에 풀프레임을 장착해서 찍는 거라 삼각대가 고생이 많다.


그래도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는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아르메니아의 모든 성당 앞에 있는 십자가 표지.


이름이 따로 있던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여하튼 하나도 같은 문양은 없다고 한다.



오늘 아르메이나에서의 여정은 이게 전부이니 충분히 여유를 갖고 느긋이 즐기는 거다.


그래서 사진이 좀 많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왔었는데 아마 반 자유 여행이지 싶다.


40 후반-50 초반의 부부 동반으로 온 사람들인데 그렇게 여행은 와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민요를 큰 소리로 부르기도 하고 가장 좋은 자리에서 서로 사진 찍어주면서 비켜주지 않아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긴 했는데 너무 심하지는 않아서 그냥 모른 척.


그 팀이 다른 곳으로 가고 나서 다시 사진을 찍을만큼 찍고는 조금 더 높은 쪽으로 향했다.


참고로, 그리 멀지도 높지는 않다.


걸어서 3-5 분 가량?


거기서는 호수 전경을 볼 수 있다.





다시 성당으로 되돌아와 성당 내부를 둘러 보았다.






현지 가이드인 듯한 사람이 뭔가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영어가 아니니 알아먹을 수가 있나.


여하튼 특이한 문양이다.





내려가는 길에 있는 노점상에서 오팔과 비슷한 돌로 만든 예쁜 팔찌가 보여 두어 개 구입했는데 그 사람들 말로는 moonstone(월장석)이라고 했다.


찾아보니 6월의 탄생석이네.


기념으로 사와서 뿌려도 괜찮을 듯하다.


개당 1000드람 줬을 거다.



아래로 내려가 해변을 구경했는데 별로라 바로 나와 다시 얀덱스 택시로 세반 주차장까지 600드람으로 이동했다.


예레반까지 다시 버스로 600드람.


세반 갈 때 버스를 탔던 northern bus terminal로 가는 줄 알았더니 훨씬 더 가서 시내 안쪽에서 내려주네.


나야 땡큐지.


얼른 얀덱스 잡아 숙소로 가려는데 길이 복잡한지 택시가 5분 정도 지나서야 도착했다.


호텔 가는 길도 엄청 막혀 호텔 도착하니 2시 35분 가량이었다.


아무래도 3시 버스는 못타겠다 생각했지만 시도는 해봐야겠다 싶어 환전도 못하고 다시 얀덱스 택시 불러 kilikia로 이동했다.


예레반에서 트빌리시 가는 버스는 kilikia 버스 터미널에서 탄다는 얘기다.


아마 다비스 사순치 광장에서도 탈 수는 있지 싶다, 올 때는 거기서 내렸으니까.


어쨌든 2시 50분 정도에 도착한 후 터미널로 가서 무작정 “트빌리시” 외쳤다.


다행히 마슈르카를 찾았는데 자리가 있을지는 모른다면서 사무실 가서 티켓부터 끊으라고 한다.


인터넷에 있는 글에서는 사무실에서 드람으로만 받기 때문에 길 건너 뛰어가서 환전해야 했다는 글을 읽었기 때문에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달러, 드람에 라리까지 다 받는다고 한다.


드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가지고 있던 40라리를 주고 티켓을 끊은 후 기다리라기에 5분 가량 기다렸더니 다행히 타라고 한다.



휴게소에 들렀더니 화덕에 빵을 구워내고 있었다.


아주 맛있다고 하는 글들이 많았지만 빵돌이도 아니고 탄수화물만 먹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혼자 먹기에는 너무 큰 빵이라 패스.


아르메니아는 다음에 다시 가게 될 것이므로 그 때 먹으면 되겠지.


혼자 하는 여행은 역시나 먹는 것에서 꽤나 불편한 점이 많다. ㅠㅠ



날씨도 좋고 도로 사정도 그리 나쁘진 않아 예상되는 소요 시간인 5시간 30분 정도면 트빌리시에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계산이 나왔다.


그러면 바로 트빌리시 중앙역으로 가서 주그디디로 가는 야간열차를 타는 시도를 해볼만 하다.


버뜨......


버스는 2번 쉰 후 국경을 지날 때 이미 5시간이 넘게 시간을 소요해 버렸다. ㅠㅠ


국경에서 트빌리시까지는 최소한 한 시간은 걸린다.


거기다 저녁 시간이라 트래픽 잼까지 겹쳐 결국 6시간 20분만에야 avlabari 역에 도착했다.


시계는 9시 20분.


주그디디로 가는 야간열차는 깨끗이 포기하고 방향을 돌려 카즈베기로 향하기로 결정하고는 숙소를 구해야 하는데 인터넷이 안되는 상황이다.


바람은 탱탱 불고 기온은 뚝 떨어져 춥기 시작하는데 심 카드 파는 곳이 보이지를 않는다.


주변을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헐...... 역 광장 왼편의 컨테이너 박스에 있다.


날은 어둡고 당황도 약간되고 하다보니 beeline 표지가 눈에 띄지 않았나보다.


통신사 가게가 컨테이너 박스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을 거다.


5GB 40라리.


10분 정도 걸려 셋팅.


그런데 여기서도 역시나 눈팅 맞은 것이었다.


5GB 15라리 정도인 듯.


한밤중에 그곳 아니었으면 찾기도 힘들었을테니 1만원 눈팅 맞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뭐.


휴대폰을 받은 후 즉시 호텔 탐색.


상태 괜찮아 보이는 호텔이 중앙역 근처에 2만원 짜리가 보여 그리로 예약을 했다.


어차피 잠만 잘 거니까.


얀덱스 택시로 3.8라리(1,500원 가량)를 주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내려주긴 했지만 호텔을 찾질 못하겠다.


구글맵이 또 실수를 한 거다, 아니 사실은 실수가 아닐 수도.


Back Street Hotel이라고 구글맵에 나오는데 길 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블럭 한 가운데에 위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하튼 방향을 잡아 걸었는데 뒷골목으로 가도가도 해당 블럭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없다.


지나가는 젊은이(Nick라고 했음)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인근에서 본 적이 없지만 같이 찾아 주겠단다.


덕분에 조금 헤매다 겨우 찾긴 했는데 Nick과 함께 찾으러 다니는 동안 어두운 곳에 앉아있던 남자 둘이 뭐라 그러는데 뭐라냐고 물으니 담배를 달라네.


닉이 저런 사람들이 말 걸어도 대꾸하지 말라고.


여차저차 호텔에 체크인 하니 남자 스탭이 재미가 있다.


알고 보니 술을 마신 듯.


방은 가격에 비해 아주 깨끗했다.



식사가 제공되지는 않지만 가성비가 좋아 방이 잘 나가는 편이다.


조지아 다시 돌아 와 묵으려고 하니 방이 없었다.


저녁 식사를 못했기에 뭔가 사야해서 가게를 알려달라고 하니 남자 스탭이 같이 가주겠다고 한다.


사발면이 보여 하나 사고 복숭아 두 개와 콜라 하나 구입하는데 옆에서 하나하나 설명해주기까지.


원래는 발레리노였다고 하며 호텔 앞에서 발레 동작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오가는 내내 Life is life. 라고 하며 조지아 사람들은 현재의 삶을 즐기며 술 마시기를 좋아한다는 등 줄곧 얘기를 건네 주었다.


맞장구 쳐주며 밤길(좀 어두움)을 걸어 숙소 도착한 후 라면을 데웠는데 이번에는 포크가 없다. ㅠㅠ


다행히 숙소에 주방이 있어서 포크 하나 빌려 식사를 마친 후 샤워.


여튼 오늘도 일어나서부터 안풀리는 부분이 많은 듯하다가도 영 나쁘지는 않다.


세반이 너무 좋았던 것도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