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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코카서스/아제르바이잔

셰키 가서 도대체 뭐 봤더라?

by 개굴아빠 2019. 10. 19.


아제르바이잔의 두번 째 도시이자 마지막 도시인 셰키로 가는 날이다.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갔더니 한국인이 두 사람 있었다.


아제르바이잔에 오래 있었고 지금은 아르메니아에서 선교활동 한다고.


굳이 이 먼 곳까지 거기다 다른 종교 국가에서 선교라니 이해가 안 간다.


나름 이유는 있겠지만 개신교의 무모함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짐을 챙겨 체크아웃 한 후에 시외버스 터미널(International Bus Terminal인 걸 보니 다른 나라로 가는 버스도 있는가보다.)로 가기 위해 지하철로 향했다.


그런데, 타야할 것은 지하철이 아니었다.


구글맵을 잘못 본 것.


28번 버스를 타야 하는데 출발지가 28may라 아무 생각없이 지하철로 가버린 것.


거기다 3회 쓰려고 지하철 티켓 끊어 놓은 건 전날 다 써버렸기 때문에 1회권을 사려고 오른쪽 그림을 눌렀는데 그건 충전하는 것인 모양이다.


당황해하는 나를 본 예쁜 아가씨가 교통 카드가 있냐고 묻기에 없다고 했더니 자기 카드에 충전을 한 후 그 카드로 들어갈 수 있었다.


참고로, 바쿠에서는 교통 카드 하나로 여러 사람이 쓸 수 있다.


여하튼 역으로 들어가 노선도를 보니 내가 가야할 곳이 표시는 되어 있는데 애매하여 역무원에게 물어 보았더니 자기도 잘 모르겠단다.


뭐 사실 말이 안 통한 이유도 있기는 하다만 어쨌든 통역앱을 통해 어찌어찌 대화를 나눠보니 레드라인을 타고 두어 정거장 더 가서 경찰(아마 역무원인 듯)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방향은 대충 맞으니 일단 타고 가야지 뭐.


두세 정거장 가서 무조건 내려 근처에 있는 역무원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다행히 아주 약간 그러니까 중학생 정도의 영어가 되어 어찌어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두 정거장 더 가서 다른 선으로 갈아 타란다.


그러니까 실수한 내용을 다시 정리하자면 28may에서 버스는 28번 타고 가면 버스터미널까지 한 방에 가는데 15정거장을 가야하고 지하철은 5정거장 더 가서 갈아타고 1 정거장 더 가면 어쨌든 갈 수 있다는 얘기다.



너무나 친절하게 응대해 준 역무원 아가씨가 고마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하니 흔쾌히 포즈를 취해 주었는데 막 열차가 떠나려 한다.


셔터를 누르려고 보니 렌즈 캡이......


다행히 친절하고 고마운 사람들의 얼굴은 남길 수 있었다.



갈아탄 노선은 건설한지 얼마 안되는 것 같다.


레드 라인은 완전 동유럽 스타일의 구리구리한(?) 것이었지만 퍼플 라인은 객차가 완전 새 것으로 우리 나라의 지하철과 다름 없다.


거기다 에어컨까지.


덧붙이자면 레드 라인에는 에어컨 없다.


지하철에서 내리니 멀찍이 버스 터미널 같은 건물이 보이는데 길이 엉망이다.


어떻게 횡단 보도도 없다냐.


4차선 도로를 무단 횡단을 해야만 하고 교통 경찰인듯한 사람이 무단 횡단할 수 있게 대충 통제를 해 주고 있었다.


버스 터미널은 3층에 있다는 정보를 미리 알았기 때문에 바로 3층으로 향했지만 아니었다면 좀 헤맬 뻔 했다.


거기다 티켓 창구가 많이 있는데 특정 창구에서만 셰키행 버스 티켓을 끊을 수 있었다.


물론 누구에게든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준다.


버스 티켓을 끊고 보니 근처에 아주 멋진 메르세데스 벤츠 버스들이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기에 멀리 가는 버스라 좋은 버스를 쓰는가 보다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셰키 가는 버스는 우리 나라 버스다.


대우 버스, 그것도 아주 오래 된. ㅠㅠ


그것만이 아니다, 대충 빈 자리에 앉았더니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하는데 알 수가 없다.


티켓을 보여주며 뭐라는데 알고보니 이 낡은 버스도 지정석제라 티켓에 적힌 번호에 앉아야 하는 것이었다.


하피 내 자리는 제일 뒷자리, 그것도 가운뎃 자리에다 바로 옆에 앉은 할머니의 겨드랑이 냄새가 완전 장난이 아니다.


에어컨 바람도 거의 없는데다 냄새에 예민한 편이다보니 이건 거의 고문에 가깝다.


6시간을 이렇게 가야하다니...... ㅠㅠ


도중에 휴게소를 들리는데 식사를 할까하여 식당에 들어갔더니 별 먹을만한 게 안보였다.


메뉴에 생맥주가 있어 시켰더니 맥주에서 행주 쉰내가 팍팍 난다. ㅠㅠ


혹시 바쿠에서 셰키 가는 버스 타고 가다 휴게소 들리면 절대 생맥 시키지 마라.


나 반모금 마시고 버렸다.


시원하지도 않다.


식당 앞 조그만 구멍 가게에서 감자칩과 물을 사서 점심 식사를 대신했다.



바쿠에서 셰키로 가는 길의 절반 이상이 이렇다.


메르세데스 벤츠 버스가 다닐만한 길이 역시 아니었다.


셰키 터미널에서 내리니 택시들의 호객 행위가 장난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무작정 계획없이 움직이는 거라 바쿠 이후로는 숙소를 예약하질 않았다.


숙소는 sheki host house로 할까 하다 예약 않고 우선 둘러보려고 걸어가는데 에휴......


미쳤지 내가 왜 걸어가려 했을까?


터미널 근처에 적당한 숙소는 보이질 않고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일단 셰키 호스트 하우스로 가려고 하는데 방향이 조금 애매해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좀 많이 친절해서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다.


어쨌든, 가던 길을 가는데 계속 오르막길이다.


골목길조차도 오르막길.


거기다 마지막 구간은 경사 15도 가량의 비포장 오르막길. ㅠㅠ


어쩔수없이 무게 20kg이 넘는 26인치 수트 케이스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막을 올랐다.


다른 숙소는 갈 수 없는 상태.


여기에 방이 없거나 있어도 상태가 불량하면 대략 낭패 정도가 아니라 완전 낭패다.


골목 입구에 손바닥만한 표지만 있고 집에는 아무 표지가 안보여 이곳이다 싶은 집을 노크했다.


다행히 방이 있고 상태도 나쁘지 않다.


40마나트(2.8만원)에 트리플 룸.


딱 민박 수준.


중학생 아들이 유일하게 영어를 할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한 후 셰키 칸의 여름 궁전과 케라반 세라이를 보기 위해 정보를 물어보니 셰키 칸 궁전은 며칠 전 사람이 추락사하여 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얘기는 없었는데......


캐러반 세라이라도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골목길을 찍어둔 사진이 있었구만.


이 길로는 수트케이스 못 끌고 다닌다.


아무래도 배낭이 편한 점도 많다.



길가에 도자기 항아리를 놓아 두었는데 판매를 하는 것인가보긴 한데 특산품인지 아니면 그냥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제법 경사진 길을 걸어 올라가는데 꼬마 하나가 어눌한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라흐만이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12살에 초등학생이란다.


캐러반 세라이를 보러 간다고 하니 자기가 같이 가 주겠단다.


이런 거 별로 안좋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함께 걸어가며 아주 초보적인 영어로 얘기를 나누었다.




자기가 다니는 초등학교란다.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니 수줍게 자세를 취해 주었다.



멀찍이 보이는 것이 목적지인 캐러반 세라이인가보다.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보인다.



상인들을 맞이했을 커다란 대문.


조그만 출입구로 들어가 안쪽을 구경하려 했더니......


스텝으로 보이는 사람이 혹시 숙소에 머무는 손님이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했더니 그렇다면 들어갈 수가 없단다.


캐러반 세라이는 오후 7시까지만 관광객에게 개방을 한단다.


시계를 보니 7시 20분.


그러면 다음 날은 몇 시에 개방하는지 물어보니 11시란다.


내일 8시 버스로 떠나야 하고 멀리 한국서 왔으니 안쪽을 잠시만 보고 사진 몇 장만 찍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하니 절대 안된단다.


재차 사정을 해보았지만 자기는 그렇게 해주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사장한테 혼난다고 하니 을들의 입장을 아는 처지에 더 조를 수도 없다.



입구 사진만 한 장 찍고 돌아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셰키를 방문한 1번 목적이 캐러반 세라이이고 그 다음이 셰키 칸의 궁전인데 둘 다 볼 수가 없는 거다.


하......


숙소로 내려가다 꼬마에게 음료수나 하나 사주려고 했더니 괜찮다고 하기에 하나 사주고 싶다고 하니 결국 생수 하나만 집어 들었다.


좀 더 비싼 거 사도 괜찮은데.


함께 내려가며 얘기 나누다 길 가에 펍이 보여 생맥주 시원하게 한 잔 하려고 펍 들어가며 꼬마와 헤어졌다.


그런데 펍 주인이 셰키 칸 궁은 24시간 열려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다.


내려온 길을 다시 걸어 올라야 하는데다 캐러반 세라이에서도 더 올라가야 하는 길이라 어떻게 하나 고민하다 펍 주인에게 고맙다고 하고 다시 위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올라가는 길에 마을 버스(마슈르카)가 올라가는 것이 보였지만 말도 안통하고 마슈르카를 어디에서 타야하는지 알수가 없어 그냥 계속 걸었다.


그랬더니 제법 길다란 성벽이 보였다.



역시나 펍 주인의 말이 맞았다.


셰키 칸의 궁은 24시간 개방하는 곳이었다.


해가 저물기 직전의 시간이었지만 문은 열려있었고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입구 근처에는 동네 아이들도 놀고 있었고.


그리고...... 


게스트 하우스 주인 아들의 말도 맞았다.


궁 자체는 개방이 되어 있지만 여름 별궁으로 쓰인 건물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앞에 있는 경찰에게 통역앱을 사용하여 물어보니 역시나 며칠 전 사람이 떨어져 죽었고 그래서 8월 10일까지 열지 않는다고 했다.


친절하게도(?) 떨어져 죽은 사람의 사진까지 보여주려 하기에 괜찮다고 했다.



담 너머로 보이는 건물의 일부분을 사진으로 담고 내려올 수 밖에 없었는데 셰키의 두 관광 포인트 중 한 곳도 제대로 보지를 못한 것이다.


도대체 셰키에서 뭐 한 거냐고. ㅠㅠ


내려갈 때는 마슈르카가 서기에 무작정 타고 내려왔다.


1마나트를 주니 거스름돈을 남겨주는데 0.3마나트인 듯.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다보니 슈퍼가 보여 천도복숭아 4개와 에페스 1리터를 구입 했다.


저녁에는 꼭 맥주 한 캔 하는 것이 여행 다니며 거의 습관이 되어 버렸다.


옆에 되네르 가게가 있기에 1.5마나트에 되네르를 하나 구입했는데 댑따 크다.


숙소에서 샤워 후 천도복숭아와 되네르, 그리고 맥주로 식사를 했다.


그런데, 혹시 여름 시기에 셰키 가거든 천도복숭아 꼭 사먹기 바란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복숭아이지만 천도복숭아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뭔놈의 천도복숭아가 잘 익은 수밀도보다 더 맛이 있냐고.


3인실이다보니 넓긴 엄청 넓다.


다운 받아둔 지정생존자를 보며 자려고 하는데 천둥 소리가 요란하다.


아니, 천둥 소리만 요란한 것이 아니다.


비도 억수같이 쏟아진다.


번개도 번쩍번쩍.


주인집 아들에게 자주 이러냐고 물어보니 그렇지는 않단다.


지정생존자를 다 보고 1시 넘어 잠들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