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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코카서스/카자흐스탄

(그랜드 캐년을 갔다면 필수는 아닌)챠른 캐년

by 개굴아빠 2019. 9. 30.


시차의 영향으로 5시 50분 정도에 잠이 깼다.


한국 시간으로는 8시 50분.


식사하면서 챠른 캐년에서의 점심을 위해 삶은 계란 두 개와 파운드 케잌을 조금 챙겼다.


물론, 어제 산 복숭아와 비스켓도 있고 아줌마 팀도 먹을 것을 준비해 오긴 하겠지만 챠른 캐년에서는 사먹을 곳이 아예 없으니 조금 과하게 준비해도 괜찮을 것이다.


아줌마 팀과 톡을 했는데 오늘 복장 컨셉은 스키니 바지란다.


헐......


8시에 산타모 비슷한 차량이 왔는데 기사가 영어를 아예 하지를 못한다.


그래도 아줌마 팀을 픽업할 장소는 얘기해 두었기 때문에 그쪽으로 이동하여 합류한 후 챠른 캐년으로 출발하였다.


승용차로 가는데는 세 시간이 걸리고 패키지 버스로 가는데는 네 시간 가량 걸린다고 한다.


참고로 챠른 캐년을 가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현지 패키지를 이용하는 방법과 개별 차량 투어.


현지 패키지는 아침 7시 30분 정도에 버스로 출발하여 밤 10시 경에 알마티로 돌아온다고 한다.


chocolife.me 사이트에 가끔 현지 여행사 프로모션이 올라오니 가기 전에 자주 살펴보면 되지 싶다.


아니면 현지로 가서 숙소에서 투어 프로그램을 알아봐도 되지 싶다.


승용차는 앞 글에서 적었듯이 대략 40,000-50,000 탱게 정도에 렌트할 수 있다.



승용차는 이 동네 대부분의 차와 마찬가지로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 아니 아예 없다.


거기다 속도가 장난 아니다.


기본 130km.


미친 듯이 달린다.


약 220km 정도의 거리.



들판에서 바로 산으로 이어지는 풍광이 이채로웠다.


주위에는 아무 것도 보이질 않는다.


이런 곳을 오랜 옛날 몽골족이 말을 타고 이동하여 유럽까지 갔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뭔가 느낌이 묘했다.


물이나 식량을 구할 곳도 보이질 않는데 어떻게 그들은 이 길을 갔을까 싶다.


가는 길에 마을을 하나 들리는데 버스를 타고 가면 이곳에 들러 화장실도 가고 점심 거리도 살 수 있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우리 차의 기사는 그냥 팽~~~ 하니 스쳐지나 버렸다.


아줌마들 화장실은 안가도 되나?


그러고도 한참을 더 달리니 안내 간판이 보이고 입구가 나타났다.



군인이 티켓을 판매하는데 입장료는 3명 1,800 탱게. 1인 600탱게니 1,800원이다.


그랜드 캐년 입장료보다는 확실히 저렴하다.


입구도 저렴해 보이고 거기다 풍광도 그만큼 저렴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침 식사를 하지 못했다는 아줌마 팀은 숙소에서 가져온 계란과 바나나로 간단하게 요기를 떼웠다.


주차장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인데 중요한 부분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출발 하기 전에 우선 화장실부터 해결해야 하기에 블로그에 나와있는 그 문제의 화장실로 향했다.



어떤지 봐도 딱 감이 올 것이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만 상상 그 이상이다.


남자도 볼 일 보기 쉽지 않으니 각오하고 가시길.



내려가는 길이 미끄러원 고생했다는 글들이 많더니 그새 계단을 만들었나보다.


새로 만든 티가 역력하다.


차츰 개발이 되고 있는 알마티의 모습을 여기서도 엿볼 수 있다.



계단을 내려가면 본격적인 캐년 트래킹이 시작된다.


그랜드 캐년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매우 이채로운 풍광일 것이다.


하지만, 가 본 사람에게는 뭐 그다지......


하지만 같이 여행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느낌은 달라질 수 있는 법.


함께 한 아줌마 팀이 괜찮은 사람들이라 트래킹 한 시간 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처음에는 도저히 적응이 안될 것 같던 스키니 바지 컨셉이었는데 함께 걸어가며 자꾸 보다보니 대충 적응이 되긴 한다.


트래킹을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한 분은 여행 가이드, 한 분은 특수 학교 교사.


여행하는 스타일이 맞아 오랫동안 함께 여행을 해 왔단다.



길 한 복판에 조금 높은 곳이 있는데 이런 곳을 보면 빅 알마티 호수에서도 보았듯이 사람들은 대부분 올라서 사진을 찍는다.


다행히 이 곳은 주변 계곡이 나오니 올라가서 사진을 찍을만하다.


점프샷을 시도해도 괜찮을 듯.








내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누군가 던져놓은 듯한 이 돌이 보이면 대충 다 내려갔다고 보면 될 것이다.


캐년 트래킹의 마지막 지점에는 제법 큰 캠프가 있는데 그곳에 자유롭게 앉아 쉴 수 있는 방갈로 비슷한 곳들이 많아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함께 준비한 간단한 점심 식사.


옆에 있던 노년 한국분들은 골프 투어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기야 한국에 비하면 그린피나 캐디피가 많이 저렴할 거니 투어를 겸해서 올만할 것이다.



바로 옆에는 챠른 강이 세차게 흐르고 있다.


물가의 그늘에서 잠시 쉬는 것도 괜찮다.



차량 기사와 세 시간 가량을 약속했기 때문에 1시간 가량 남겨 두고 챠른 강을 뒤로 하고 왔던 길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려가는 동안 챠른 강에서 대략 100m 정도 떨어진 지점의 언덕으로 향하는 가파른 길을 가는 사람들을 보았기에 혹시나 하고 아줌마 팀에게 그곳으로 가보는 것은 어떤지 물어보았더니 그리로 가보잔다.


왔던 길을 다시 가는 건 아무래도 조금 지루할 거란 생각에 정확한 코스도 모르면서 무작정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이 예사롭지가 않다.


약간 위험할 정도로 가파를 뿐만 아니라 제법 미끄럽기까지 하다.


괜히 모르는 길을 왔나 싶은데 조금 더 올라가니 참 잘 왔다 싶다.





오렌지 스키니 아줌마가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고맙다고 한다.


응? 왜요?


이쪽 길로 가자고 제안을 해 준 덕분에 기가 막힌 경치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는 얘기다.


그랜드캐년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나름 괜찮은 풍경을 볼 수 있다.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찍은 사진들은 모두 원래의 트래킹 코스와는 다른 곳으로 가며 찍은 사진이다.


초반에 조금 고생하지만 능선을 따라 움직이며 보는 경치는 계곡 아래를 내려가며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가 택한 길은 챠른 강에서 주차장으로 되돌아가는 길로 대략 50m 정도 올라가면 오른쪽에 30도 정도의 가파른 경사길이 있는데 놓치기 쉽다.


이 코스를 적극 추천하지만 노약자는 이 코스를 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아마 주차장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조금 힘들게 함께 걸으며 덕분에 멋진 풍경을 보게 되어 아줌마 팀과 라포가 형성되었나보다.


서로의 직업이라든지 하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주차장으로 되돌아 갔다.



알마티로 되돌아가는 시간은 역시 세 시간.


도중에 있는 마을에 들러 음료수와 맥주를 사서 피로와 갈증을 풀고 가는데 아줌마 팀이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나야 혼자니 당연히 오케이.



숙소로 돌아가 샤워를 한 후 6시 30분에 우버 택시를 타고 아줌마 팀의 숙소가 있는 콕토베 근처로 향했다.



대부분 찍는다는 사과 가득한 노란 클래식 카.


사과는 당연히 모형이다.


검색을 해보니 저렴하면서 평이 좋은 부페 식당 kaganat 이 있어 그리로 갔다.




음식은 나쁘지 않은데 맥주가 없다. ㅠㅠ


함께 식사하며 추가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었는데 할까말까 망설이던 질문을 해 버렸다.


"이 나이에 가족을 두고 나오기 쉽지 않을 건데요."


그랬더니 관광 가이드인 라ㅇㅇ씨가 왜 이제야 그 질문을 하느냐고 살짝 오버스런 반응을 보인다.


라ㅇㅇ씨는 싱글이시라네. ㅎㅎ


주변에 좋은 남자 있으면 소개 시켜 달란다.


박ㅇㅇ씨는 가정이 있고.


식사를 마치고 헤어지려니 정산을 해야 된다면 2,000 탱게를 주는데 안받겠다고 해도 기어코 가져 가란다.


서로 스케줄 학인해보니 8월 10일경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여 그때 같이 만나 와인을 마시기로 하고 헤어졌다.


여행이란 참 묘하다.


숙소로 돌아가 사우나를 하며 피로를 풀고 취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