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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인도, 네팔/네팔

푼힐 트래킹 2일째

by 개굴아빠 2013. 2. 20.

역시나 전날 저녁으로 먹었던 달밧이 말썽을 일으킨 모양이었다.


밤새 7번이나 화장실을 들락거려야만 했다.


다행히 몸 전체에 힘이 빠진다거나 메스껍다거나 하는 증세는 없는 것을 보니 식중독은 아니고 음식이나 물이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트래킹 일정 중 이날이 가장 힘든 날이라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했지만 솔이도 장에 탈이 났다고 했다.


그냥 둘 다 핫초코 한 잔씩 마시고 8시 정도 되어서 출발.


2인 숙박비와 저녁 식사, 핫초코, 전날 저녁 마신 차까지 해서 1,080Nrs이었으니 대략 15,000원 정도 되려나?


푼힐까지 가는 방법은 주로 올라갈 때 2일을 잡고 내려갈 때 1일을 잡는 것이 보통이다.


체력이 좋다면 아침 일찍 포카라에서 출발하여 하루만에 가장 높은 마을인 고래빠니까지 갈 수도 있다고 하지만 주로 힐레나 티케둥가에서 1박을 한 후 울레리, 빈탄티를 거쳐 고래빠니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코스 중 티케둥가에서 울레리까지 가는 코스가 가장 힘든데 60도 경사면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지그재그로 계단을 만들어 두긴 했지만 약 500m의 표고차를 계단을 이용해 오르는 일이 장난이 아니다. 



힐레에서 티케둥가까지는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전날 올랐던 정도의 경사이거나 조금 더 가파른 정도였으니까.


다리 위에서 아래를 보고 찍은 사진.


무슨 다리냐고?



가본 사람들은 어딘지 알 것이다.


이 철 다리를 건너면 경사 60도의 계단이 시작된다.




바로 이 지점부터.



올라가는 도중 등반팀(?)을 만났는데 가이드 얘기로는 안나푸르나 일주를 하는 사람같아 보인다고 했다.


등반을 하는 사람은 한 명에 나머지 6명 가량은 포터.


서류 몇 장 든 어깨 가방 하나에 카메라만 메고 오르는 나도 죽을 것 같았는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략 1초에 한 걸음 떼는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걷다보니 조금 뒤로 처졌었는데 가이드와 솔이가 쉬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쉬면 움직이기가 더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갈 수 있는 곳까지 계속 가겠다면서 쉬지 않고 먼저 올라가면서 찍은 사진이다.




1시간 30분 정도 후인 10시 경에 울레리에 도착을 했다.


네팔 라면과 핫케잌 스프라이트로 아점을 먹었는데 네팔 라면은 야채 스프 비슷한 것이 탈이 난 장을 제법 편하게 해 주는 느낌을 주었다.


혹시 피클이나 단무지 같은 것이 없는지 물어보니 시바가 가게에 얘기를 해서 네팔식 절임 채소를 조금 가져다 주었는데 이게 장난 아니게 신 맛이더만.


아점 비용으로 600Nrs를 주었지 싶은데 아닌 것 같기도 하다.


30분 가량 쉰 후 다시 출발을 했는데 이 때 쯤 해서는 솔이도 체력이 많이 방전된 상태.


거기에 계속 비가 온 탓도 있지만 기온도 내려간 듯 추위도 느껴졌다.



30분 정도 걸으니 웜업이 되면서 추위는 물러가는데 다리가... 다리가... ㅠㅠ


걷는 게 걷는 게 아니다.


그냥 발을 겨우 들어 앞으로 조금 밀어내는 정도.


티케둥가에서 울레리까지의 급경사는 아니라 하더라도 경사는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2시간 가량을 기다시피 걸어 점심 식사를 하는 마을로 유명하다는 반탄티에 도착.


롯지에서 식사 대신 홍차를 한 잔 마시며 쉬는데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서려니 일어설 수가 없을 정도였다.


홍차를 마시면서 일지를 정리했는데 아래와 같이 적혀 있다.


"식사 대신 홍차 한 잔 마시는 중. 40

인도?  (다신)안 가!

네팔 트래킹?  (다신)안 해!"



가끔 가다보면 이런 평지도 나왔는데 날이 맑았다면 주변 경치를 살펴보며 갈 수 있을만한 곳이었지만 운무에 옅은 비까지 내려 길가에 조금씩 핀 꽃들 외에는 보이지가 않았다.


아마 이 지점을 좀 더 지나서부터 숲길이었지 싶은데 여름철이라 거머리를 조심해야 되는 곳이다.


ABC 트래킹(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트래킹)을 하러 왔다는 일본 아가씨를 반탄티에서 만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트래킹을 했는데 한참을 가다보니 아가씨 다리에서 피가 흘러 양말을 벌겋게 적시고 있는 것을 시바가 발견했다.


아가씨는 피가 흐르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




거머리가 무서운 점이, 언제 붙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피를 빠는 것만이 아니라 물린 사람이 그것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솔이도 거머리가 발등에 하나 붙었었는데 피가 조금 흐르고 나서야 발견을 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무런 독성도 없다는 것.


이후로도 한참을 가서야 체크 포인트에 도착을 했는데 3시 정도 되어서였다.


인적 사항을 기록한 후 다시 출발을 하면서 언제나 도착을 하나 싶었는데 1분 정도 후에 목적지 마을인 고래빠니가 보였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런데 혼자서 먼저 간 솔이가 보이질 않았다.


고래빠니를 지나쳐가버린 것이다.


다행히 휴대 전화가 되는 곳이라 전화를 걸어 다시 거슬러 오게 했더니 5분 정도 후에 도착을 했다.


통화가 안되는 곳이었다면 좀 많이 곤란할 뻔 했었다.



위 사진 중앙 왼편에 보이는 조그만 스투파가 고래빠니의 이정표가 된다.




숙소는 나름 고급의 코치 스타일로 잡았다.


날이 맑으면 창 밖으로 안나푸르나가 멋지게 보인다고 했지만 날이 안 좋으니 별 무 소용.


짐을 정리해두고 나서 순간 온수기가 있는 곳이라 핫샤워를 했는데 샤워를 마치고 나니 춥기 시작했다.


몸살 기운이 살짝 드는 것이 큰 일 났다 싶어 가져간 몇 벌 안되는 옷 죄다 껴입고 타이항공에서 빌려온(?) 모포 두 장 겹쳐 덮고 침대에서 한참을 벌벌 떨다가 솔이가 식당에서 사온 과자 몇 개(360Nrs)를 먹고 나니 조금 나아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식당 가서 신라면에 비상식량인 비빔밥 으로 늦은 점저를 해결했다.


할 일도 없고 하니 6:00' 정도 되어 모포를 두 장 얻어 취침을 했는데 다행히 모포나 시트에서 냄새가 나지 않아 좋았다.


21:00' 잠시 깨어 화징실.


03:20' 잠시 깨어 화장실


설사는 그대로.


일어날 때마다 날씨를 체크해보았지만 계속해서 비가 칠칠......


그냥 쭉 취침.


겨울 설악산도 가보았고 지리산도 열 번 이상 올랐지만 가장 힘들었던 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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