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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인도차이나반도/태국

태국 - 치앙마이 정글 트래킹(1일차)

by 개굴아빠 2012. 10. 4.
치앙마이에서의 정글트래킹은 여행사마다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대략,

  트래킹 - 고산족 마을 방문 - 숙영 - 코끼리 타기 - 대나무 뗏목 타기

가 기본 코스이며 여기에 급류타기(래프팅)나 외줄타기 등이 추가되며 1박 2일 트래킹의 경우 여행사에 따라 1200밧~1800밧 정도의 비용이 든다.

만약 고산족 중 롱넥 부족(카렌족)을 방문하려면 추가로 비용이 든다.

내가 묵었던 GH에서 진행하는 코스는 가장 기본적인 프로그램만 진행하는 것이었으며 고산족 마을 방문도 마을이라기보다는 드문드문 흩어져있는 집들, 그것도 원주민은 보이지 않는 집들을 지나치는 정도였으며 숙박도 고산족 마을에서가 아니라 외떨어진 집(아마 해당 GH에서 관리하는 곳인듯)에서 했기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들에 비해서는 별로인 듯하다.

여쨌든, 게스트하우스의 아침은 트래킹을 떠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로 인해 늘 시끄럽다.

우리 일행은 칠레 커플, 아르헨티나 아가씨 둘, 영국 아가씨 셋에 나와 어제 만난 총각으로 구성된 9명이다.

가이드는 모두 네 명.

9:00에 출발을 했는데 출발하기 전 다음날 저녁 깐똑쇼를 550밧에 미리 예약해 두었다.

아래에 보이는 썽태우를 타고 2시간 30분 가량을 달렸는데 가는 도중 시장에 들러 각자 필요한 준비물을 구입했다.

물과 과자, 바르는 모기약을 구입했는데 물은 2개 정도 구입하면 될 듯하다.


트래킹 출발 지점에 도착 후 볶음밥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은 후 출발.

시작하는 지점부터 내려가기 시작하는데 끝까지 내려가는 줄로만 알았다.

여하튼 풍광도 좋고 막 시작하는 시점이라 다들 기분이 좋은 상태.


하지만 30분 가량 지나니 길이 질척거리기 시작한다.

그러고 나서는 야영지 도착할 때까지 줄곧 진창길.

덕분에 바지와 신발은 만신창이. ㅠㅠ


도중에 조그만 마을에 쉴 때 인솔자 총각이 나만 따로 부르더니 돼지고기 말린 것과 안동소주 비슷한 술을 주며 서양애들에게는 1200밧 주었다는 걸 얘기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한국 총각은 영어가 안되니 나만 붙잡고 얘기를 하는 거다.

거기다 원래는 나도 엄청 소심한 성격에 붙임성 없는 편이지만 이런 곳에서는 잘 적응하고 다른 사람들과 맞추려고 노력하다보니 다른 사람들 보기에는 넉살좋고 활달한 성격으로 보이나 보다.

돼지고기를 소금과 설탕을 넣어 말린 듯한데 보기에는 먹기에 좀 거북스럽게 보인다.

귀도 보이고 코인듯한 부분도 보이고, 거기다 기름도 범벅.

그래도 배앓이하지는 않을 것 같은 음식이라면 이런 건 먹어줘야 한다.

술은 내가 좋아하는 안동소주와 흡사한 느낌이다.

가이드들로서는 나름 나를 챙겨준다고 하는 것일게다.


그 다음에도 계속하여 숲길을 한없이 걷기만 한다.

비가 올 때는 우의를 꺼내 입고 질척이는 진탕에 미끄러지기도 하고......

그렇게 쉽지 않은 길을 대략 3시간 정도 더 걸어 숙박지에 도착을 했다.

대략 짐작은 했지만 거의 폐가 수준.



옆에 있는 개울에서 씻고 오니 가이드들이 준비한 식사라고 나온 걸 보니 거지 식사가 따로없다.

그릇도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녹이 슬어있고 그나마 내 그릇은 구멍마저 나있다.

서양 여자애들이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잘 먹는다.

역시 시장이 반찬인 모양이다.

제일 어린 사람이 영국 자매 중 동생인데 19인가?  여하튼 얘는 먹는 것이 좀 별로인듯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더 덜어 먹기도 한다.

그 와중에도 인솔자 총각이 나를 유달리 챙긴다.

사냥으로 잡은 새 구이를 맛보라고 나부터 먼저 주는데 맛이 끝내준다.

서양애들은 기겁하며 먹을 엄두조차 내질 못하고 일행인 한국 총각에게는 먹어보란 소리조차 않는다.



빼꼼 쳐다보는 쟤가 대장 가이드.


식사를 마치니 산속이라 그런지 금새 어두워진다.

가이드가 어디에 숨겨둔 건지 맥주를 가져오는데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다.

각자 한 캔씩 들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대장 가이드란 놈이 다른 곳에 갔다 들어오면서 내 옆으로 끼어든다.

여기서 잠시 문제가 발생했다.

내 옆에 있던 애가 에이미라는 막내 영국 소녀(?)였는데 이 가이드 녀석이 에이미의 맨살 허벅지를 손으로 가볍게 탁 치며 끼어 앉은 것이다.

그러자 그렇잖아도 제법 까칠해 보이던 아르헨티나 커플 중 여자가 날카롭게 가이드를 몰아붙이고 헤헤거리던 가이드는 순간 정색하며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런데 정작 피해(?) 당사자인 에이미와 그 언니는 그렇게 큰 문제를 삼지 않는 것 같은데 아르헨티나 여자가 계속 쏘아붙이고 가이드는 가이드대로 그게 그렇게나 문제 삼을 일이냐고 입씨름을 해대니 분위기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아가씨, 서양 관점에서 보면 실례일수도 있을 거요.  그치만 오늘 하루 힘든 일정을 같이 한 사람들이니 그 정도의 친분은 생겼다고 할 수 있을 거 아뇨.  동양에서는 어느 정도 친숙하다면 그 정도는 충분히 용납되는 거요.  여기는 서양이 아니고 동양이니 당신이 이해를 하는 편이 좋겠소."

"가이드 자네도 에이미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낫겠네."

짧은 영어로 분위기 풀려니 어찌나 힘들던지...... ㅋ

가장 연장자 정도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20세 이상 차이가 나다보니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던 역할.

그렇게 분위기를 다시 풀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어느샌가 외국애들 다 들어가고 한국 남자 둘만 남게 되자 태국애들이 혹시 돌아가서 여자랑 술 마실 거라면 14-15세 소개시켜 줄 거란다. ^_^;;

잠자리는......

궁금하면 가보셔.

도저히 잠이 안 올 것 같았지만 어느새 잠이 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