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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중국 운남성/호도협

50 중반 두 남자의 쿤밍 여행기 - 차마고도를 걷다(둘쨋날)

by 개굴아빠 2016. 12. 4.


눈을 떠 밖을 나서니 거대한 산들로 이루어진 파노라마가 눈앞에 버티고 서 있다.


장관이다.


히말라야에서도 스위스에서도 강원도에서도 이것과 비슷한 그림들을 보기는 하였지만 모두가 각각 자신만의 아름다움이나 비장함이나 웅장함 같은 것으로 채워져 있다.


이곳은 이곳만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침 식사는 어제 저녁에 먹은 백숙으로 끓인 닭죽.



무겁지 않지만 오전 내내 걸어야하는 여행자의 속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기념 사진 찍은 후 다시 트래킹 시작.



동네 공동묘지인 듯.



우리보다 조금 먼저 가고 있던 꼬마.


동생을 업은 엄마와 함께 가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자신을 찍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잠깐 뒤로 돌아 살짝 웃어 주었다.


초콜렛이라도 준비할 걸.



길은 점점 험해지고 비탈에서 발이라도 자칫 헛딛으면 올라오는데 제법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밑을 보니......



그렇다, 저어기 밑에는 포장도로가 죽 이어져 있는데 굳이 차마고도를 걷지 않아도 28밴드가 있는 차마고도의 입구에서부터 차를 타고 오늘의 목적지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굳이 허탈함이나 배신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여행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 아니던가,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기도 하겠지만 오래된 것을 보고 느끼는 여정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여행이 아니던가.


그게 아니라면 그저 관광에 불과할 뿐이다.


삶이란 것도 마찬가지이고.


내가 걷고 싶었기 때문에 차마고도를 걸은 것일 뿐.


바쁘면 차를 타고 이동하시라, 많이들 그렇게 한다고 들었다.


조금 뜬금없지만 지금도 가끔 읽곤하는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적어본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중도 객잔의 입구에 돌배 나무가 몇 그루 있고 그 아래 돌배가 제법 떨어져 있었는데 의외로 이게 꿀맛이었다.


갈증이 심했던 것은 아니었는데도 돌배답지 않게 줄줄 흐르는 과즙이 매우 달콤해서 모두 몇 조각씩 먹었다.



점심 식사는 역시 중국식.


여기도 여행자들의 입맛에 맞추어 향신료 맛은 덜해서 먹기에 부담이 없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폭포까지 트래킹을 하러 갔다.



어차피 똑 같은 차마고도 길이 아닌가 싶어 갈까말까 했었는데 막상 출발하고보니 이쪽 길도 장관이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보다 훨씬 더 가슴에 울림을 준다.



호도협 인근의 계곡이 깍아지른 듯한 능선을 걷는 여행자들의 발 아래 펼쳐져 있는 것을 보는 것도 장관이다.



멀리 보이는 자그마한 물줄기가 이번 차마고도 여정의 마지막 지점인 폭포.


기대했던 것보다는 규모가 영 작다.


하지만 폭포까지 이르는 길이 그야말로 장관 중의 장관이다.


자연 속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을 즐길 뿐이다.



차마고도 트래킹의 마지막 지점.



설정샷도 찍어보면서 자연이 주는 감동을 가슴에 가득 담은 채 중도객잔으로 되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