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2 인도, 네팔/인도

인도·네팔 여행기 prologue

by 개굴아빠 2012. 11. 15.


인도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내가 대략 10살 정도 무렵이었던가 보다.

어렸을 때 우리 집에는 큰외삼촌께서 함께 살고 계셨다.

지금은 일흔이 다 되신 큰외삼촌께서는 나이 40이 되기 전에 당신이 평생 쓰실 돈을 모으고 40세부터는 세계를 다닌다는 계획을 갖고 계셨다.(외삼촌께서는 뜻대로 이루셨고 지금은 200개국 이상을 여행하신 것으로 안다.  자유여행가 또는 배낭여행가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그 당시로서는 국내에서 구하기도 힘든 세계 풍물에 관한 풀컬러 양장 전집을 구입해 놓으셨는데 무료할 때면 외국의 신기한 문물들이 가득한 책을 보며 어린 날의 오후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그 책들 속에 있었던 사진들 중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세 가지인데, 구리고리를 목에 넣어 목 길어진 사람들(태국의 카렌족)과 나무 제단을 높이 쌓아놓고 발목에 넝쿨나무를 묶어 뛰어내리는 사람들(아프리카의 번지 점프) 그리고 하얀 빛깔의 멋진 궁전으로만 보였던 건물(타지마할)이다.

하지만, 그 당시는 다카끼 마사오란 독재자에 의해 해외 여행이 규제되던 때였으며 남쪽 항구 도시의 가난한 동네에 살던 우리 가족형편으로서는 해외 여행이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것이었기에 그저 사진 속에만 존재하며 손에는 잡힐 수 없는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민주화가 되면서 해외 여행에 대한 규제가 풀리게 되어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바깥 나들이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없이 떠나는 자유 여행이나 배낭 여행도 이제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 버렸다.

나도 뒤늦긴 했지만 나이 마흔이 되던 2002년에 가족들과 함께 필리핀의 보라카이를 다녀오는 것으로 해외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2011년 혼자서 떠난 인도차이나 반도 배낭 여행을 별 어려움 없이 마친 후 망설임 없이 다음 목적지로 선택한 곳이 인도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번 인도 여행은 내 어렸을 때 기억 속의 궁전(은 아니지만)인 타지마할을 찾아가는 여행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글루스에 새 블로그 둥지를 튼 것이 2011년 배낭 여행 직후인데 그 때 이미 아무런 대책도 없이 "12 인도"라는 카테고리부터 만들어 두었으니 인도에 대한 꿈이 깊기는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떠났다.

그런데...... 예상하기는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좀 더 힘들었다.

28일 일정 전부를 인도를 돌아다니는 데 쓸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가 앙코르왓을 가보지 못한 아들 때문에 인도 일정을 12일로 축소하게 된 것이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이니까.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인도를 벗어나 네팔로 가는 길목에서 다시는 인도에 갈 일은 없을 거라고 아들과 동의를 했긴 하지만 3개월 정도 지났을 뿐인 지금 다시금 인도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어렸을 때 사진 속에 보았던 아름다운 하얀 건물을 내 눈 앞의 실체로 만들었을 때의 그 가슴 두근 거림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그것은 너무나 작은 부분일 뿐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