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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서유럽/스위스

유럽 여행 최악의 날

by 개굴아빠 2017. 12. 4.



스위스의 두 번 째 숙소였던 호스텔 나투어프로인트하우스는 조식도 나쁘지 않았다.



빵과 치즈, 올리브, 여러 가지 채소에 홈메이드 잼까지 해서 웬만한 유럽 호텔의 콘티넨털 조식 못지 않았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출발.


바로 디종으로 갈까하다 근처에 셜록 홈즈가 숙적인 모리아티 교수와 싸우다 함께 빠져죽은(?) 폭포인 라이헨바흐 폭포가 근처에 있다고 하여 그곳을 들렀다 가기로 했다.




우리가 묵었던 호스텔 나투어프로인트하우스.


반대쪽으로는 알프스 산맥이 멋지게 보이는 전망 좋은 잔디 마당도 있어 긴 여행에 지친 몸과 마음을 쉬기에 그만이었다.


출발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속도로 비넷(연간 통행권)을 38유로 주고 사서 붙였다.


스위스는 고속도로와 국도의 구분이나 경계가 없으므로 속편하게 비넷을 사서 붙이고 운전하는 게 맘 편할 것 같다.


폭포 가는 길은 내비게이션을 찍어 가는데도 조금 어려웠다.


폭포 위로 안내를 해 주었는데 아마 차를 타고 가게 되면 그게 최선인 것으로 보인다.



알고보니 여기에 푸니쿨라가 있었구만.


푸니쿨라는 아래 사진의 마을 어디선가 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건 마이링겐이라는 이름의 마을이란다.




폭포는 뭐...... 그저 그랬다.


폭포 위에서 내렸기 때문에 아래로 걸어가는데 전망대 비슷한 집(?)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내려가는데 20분, 올라가는데 40분은 걸려 보였다.


그래서 딱 5분만 걸어 내려가다 포기.


주변에 헤이즐넛(개암) 나무가 많았던 것이 인상적이었기는 하지만 아직 계절이 일러 열매는 맺혀 있었으나 알은 차지 않아 열매 하나만 따서 깨보고는 패스.


그리고 그 다음에 최악의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데......



내비게이션으로 쓴 Sygic 으로 내려가는 길을 찍었는데 올라갔던 길 말고 다른 길로 안내했다.


그래서, 유럽 여행의 든든한 길 안내자였던 Sygic 만 믿고 내려갔더니......


헐......


비포장 도로.


거기다 조금 더 가니 거의 등산로 수준.


참고로 걷는 게 아니라 운전 하는 중임.


차를 되돌려 왔던 길로 가려 했더니 차를 돌릴 곳조차 없다. ㅠㅠ


그래서 계속 내려갔더니 급기야......



이... 이건...


정확하게 차 폭에서 양 옆으로 약 10cm 정도의 여유만 있었다.


차를 돌릴 수도 없고 후진해서 다시 올라가기도 불가능하니 여기를 통과해야만 하는 일.


그것도 곧은 굴이 아니라 굽은 굴이라서 도중에 끼일 수도 있는 일이다.


하......


그렇게 되면 완전 답이 없는 상황.


이런 동굴 두 개를 겨우겨우 통과한 후 조금 내려갔더니 다시 위의 사진과 같으면서 좀 더 긴 굴이 나왔다.


헐......


이걸 통과하더라도 그 다음에 또 이런 굴이나 더 좁은 굴이 있으면 큰 일 아닌가.


혹시나 하고 차에 가족들을 태워둔 채 20분 정도를 뛰어 내려가 보았다.


그랬더니 거의 산짐승이 다닐 법한 길이 이어져 있기도 했지만 마침내 그나마 차가 다닐만한 산길과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망할 놈의 라이헨바흐 폭포. ㅠㅠ


아니, Sygic은 뭐때매 이런 산길을 다니면서까지 표기를 해 두냐고.


다행히 차를 긁어먹지도 않았고 다른 문제도 없었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젊은 사람들만 있었다면야... 


아니다, 견인차도 헬기도 올 수 없는 그 산 속에서 차가 동굴에 끼이기라도 했더라면......



손이 떨려서 사진도 떨렸나보다.


겨우 산길을 헤쳐나간 후 인터라켄 오스트 쿱에서 소고기 샌드위치와 쥬스를 사서 디종으로 출발했다.


도중의 휴게소에서 샌드위치와 쥬스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국경을 넘을 때 면세 서류를 제출하고 디종으로 계속 달렸다.



여기가 디종의 숙소 마당이었나보다.


숙소 이름은 아파트호텔 오달리스 레 코르들리에.


아파트호텔이라 취사가 가능한 곳이지만 아침 식사가 기본적으로 제공되지는 않는 곳이다.


주차 공간이 없어 체크인 후 근처에 차를 파킹했는데 일방통행로 때문에 또 길을 잃을 뻔. ㅠㅠ





미슐랭 가이드 별 한 개 짜리 식당이 근처에 있대서 찾아 갔는데 가격대는 제법 얌전한 편이다.


전식, 본식, 후식의 3코스를 먹어도 18유로.


하지만, 풀 부킹. ㅠㅠ


그런데 아직 이날의 불운은 끝난 게 아니었다.


먹을만한 식당을 찾고 있는데 휴가철이라 그런지 적지않은 곳이 문을 닫았다.


두리번거리는데 갑자기 말을 걸어온 노년 신사 한 분.


"혹시 도와줄 게 있나요? 어디서 왔소?"


"한국에서 왔습니다. 지금 식당을 찾는데 생각했던 곳이 풀 부킹이라......"


"오, 그래요. 나도 한국에서 제법 있었다오.  내가 아는 곳이 있으니 그리로 가 보시겠소?"


"아, 그래 주시면 감사합니다."


참고로 영어로 나눈 대화임, 불어 아님.  나 불어 못함.


그런데 첫 식당의 주 메뉴는 홍합 요리.


한 그릇(사발)에 약 2만원 정도였나?


미안하지만 이건 우리 동네에서는 술 마실 때 그냥 공짜로 주는 거.


간단하게 설명을 했더니 다른 식당을 알아봐 준단다.


갔더니 문 닫음.


고맙다 그러고 우리가 알아서 찾아보겠다고 하고 헤어졌는데 2분 정도 후에 다시 급하게 우리를 쫓아 와서는 자기 친구가 하는 가게가 있으니 그리로 가 보잔다.


그래도 자기가 근무를 했던 나라의 사람들이 타지에 와서 식당을 찾아 헤매이는 것이 안타까웠나 보다.


그런데 그냥 갔었더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노 신사가 자주 아침을 먹는 식당이라는데 코스 요리가 15.5유로.


하지만 식당 주인의 영어가 신통찮아 의사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관계로 4인분 95유로가 나왔다. ㅠㅠ


거기다 식사라는 것도......



entree(에피타이저, 전식)인 모양인데 아무래도 푸아그라인 모양이다.


하지만 맛으로 봐서는 거위 간이 아니라 오리 간.


오래된 된장을 오래된 간장으로 버무려놓은 맛과 향과 식감.


나도 겨우 절반 정도 먹다 포기.


어머니와 조카는 맛만 보고 포기.



닭요리인데 이것도 맛이 영 아니올시다였고



퀴노아.


푸슬푸슬한 딩기로 만든 밥 같은 느낌.



에스카르고의 본고장이 디종이니 먹어봐야지.


그런데 파리의 그것보다 훨 느끼했다.


네 명이서 열 두 개를 먹기 힘들 정도.



헐... 에스카르고가 두 접시였냐?


그것도 열 두 개 짜리를.




디저트인 아이스크림도 녹다 얼다 녹다 얼다한 식감.


에휴~~~~~~


식당에서 로제 와인을 한 병 사서 숙소로 복귀했다.



숙소로 가는 길에 미련이 남아 미슐랭 가이드 1스타 식당 앞에서 한 컷.


숙소로 가보니 에어컨도 없네 그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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