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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맥주 이야기 - 3

by 개굴아빠 2013. 7. 5.

이번 글은 국산 맥주에 대해 적기로 했었는데 여러 가지 자료를 조사해 보니 제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과는 제법 차이가 나는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국산 맥주가 왜 맛이 없는지 분석한 주장들과 그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를 균형감 있게 올리려고 했습니다만 균형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맛이 없다는 주장은 피상적인데 반해 그 주장에 대한 반박은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저도 국산 맥주는 "확실히 맛이 없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바임을 밝히면서 조사한 자료들을 풀어볼까 합니다.



1. 맥아 함량


우선 국산 맥주가 맛이 없다는 근거로 국산 맥주의 맥아 함량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맥아는 겉보리를 싹을 틔운 후 말린 것인데 맥아에 들어있는 아밀라제를 비롯한 다양한 효소에 의해 녹말(탄수화물)이 당류(맥아당:엿당)로 변하는 과정을 주관하게 되죠.


  그리고, 녹말이 분해된 맥아당은 다시 효모의 작용에 의해 알콜과 탄산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 때 효모가 위로 뜨느냐(상면 발효-에일) 아래로 가라 앉느냐(하면 발효-라거)에 따라 맥주의 종류가 나뉜다고 했고요.


이 맥아의 함량이 높으면 맥주가 좀 더 짙은 빛(갈색 빛)을 띄게 되고 맛도 쓴 맛이 강해진다고 합니다.


  어쨌든, 국산 맥주가 맛이 없다는 의견의 근거로 사용되는 주장 중 하나가 국산 맥주에는 맥아를 적게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국산 맥주의 맥아 함량은 10% 이하이기 때문이라는 얘기죠.


이 주장의 근거는 단순합니다.


우리나라 주세법에 의하면 맥주로 인정되는 술은 맥아 함량이 10% 이상인 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된 연유가 참 재미있습니다.


일본에서 맥주에 부가되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발포주가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맥아 함량에 따라 맥주와 발포주로 나뉘어지게 되고 맥아의 함량이 적을 수록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게 되는데 국내 맥주업체 역시 그러한 제품군을 개발하여 가격인하를 해보려 노력하게 됩니다.


그런 낌새를 알아차린 국세청이 미리 선수를 쳐서 맥주의 기준이 되는 맥아 함량 하한을 사정없이 낮춰버린 것이죠.


그러다보니 국산 맥주의 맥아 함량은 국세청의 기준인 10%로 근거없이 인정이 되어버리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네요.


얼마 전 "대동강 맥주보다 맛 없는..."이라는 평가에 발끈한 하이트가 맥아 함량을 전격 공개해 버렸습니다.


"하이트진로가 생산하는 맥주의 브랜드별 맥아 함량은 하이트가 70% 이상, 드라이피니시d와 스타우트가 80% 이상, 맥스는 100%다."


링크 : http://www.hani.co.kr/arti/economy/consumer/586736.html


그래서 맥아 함량이 낮아서 맥주 맛이 없다는 주장은 근거를 상실해 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주장을 살펴보아야 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2. 하이 그래비티 공법(고농도 공법)


쉽게 풀어 말하자면 맥아당을 발효 시킬 때 추가로 당을 첨가해 높은 도수의 맥주를 만들고 거기에 물을 타서 적절한 도수의 맥주를 만드는 공법을 말합니다.


"진하게 술을 만든 후 물을 타서 희석을 시키는 것이니 맛이 업을 밖에."란 얘기죠.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제법 분분하더군요.


일단 해외의 많은 맥주 회사들도 쓰는 공법이라는 점입니다.


밀러나 버드와이저 같은 회사들도 쓰는 공법이라고 하니 시비 걸기 참 애매합니다.


상당히 설득력을 가진 분이 쓰신 의견 중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동일한 농도로 만들어진 일반맥주와 희석된 고농도맥주의 향기성분을 분석해보면 후자가 더 높습니다....(중략)... 학술적인 내용이니......"


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만, 그와는 달리 해외의 맥주 회사들이 쓰는 하이 그래비티 공법은 맥아에 물을 넣고 발효를 시켜 알코올 도수를 맞추는데 비해 우리 나라 맥주 회사들은 완전히 발효된 원액에 탄산수를 타서 도수를 낮추는 공법이기 때문에 맛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이건 우리 나라 맥주 회사들의 공법이 정확하게 밝혀지기 전에는 해결이 불가능한 명제 같습니다.




3. 탄산 첨가


국산 맥주는 탄산을 인위적으로 투입하기 때문에 맛이 없다는 것이 탄산과 관련된 주장입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자료들을 수집해본 결과에 의하면 영국을 제외(? 이것도 확실치는 않습니다.)하고는 세계의 거의 모든 대형 맥주 공장에서는 다 행해지는 기법인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는 홈 브루어리 제품을 판매하는 곳에서도 맥주 만들기의 최종 단계인 병입 전에 탄산을 강제 투입하는 과정을 기본적으로 거치게 하는 제품이 있더군요.


따라서 탄산 투입으로 인한 맛의 저하 주장도 사실상 그리 설득력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 글에 썼었던 영국인 직장 동료가 국산 맥주를 맛없어 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에일 맥주의 입맛에 길들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에일 맥주가 라거 맥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산 함량이 적은 것도 사실입니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맥주 회사에서 원가를 생각한다면 무리해서 탄산을 추가로 투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겠죠.


탄산을 추가 투입하는 유일한 이유는 톡쏘는 맛을 추구하는 대부분의 국내 소비자들 입맛에 맞춘 것이라고 밖에는 해석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탄산이 많이 들어있는 액체는 청량감을 주고 시원한 느낌을 배가 시키게 되니 그런 모양입니다.



4. 그러면 국산 맥주는 왜 맛이 없는가?


여기까지해서 국산 맥주의 맛이 없는 이유에 대한 세간의 주장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물타기 공법 외에는 딱히 의심이 가는 부분은 없어 보입니다.


물론 물타기 공법 또한 무작정 의심하기에도 쉽지 않은 부분이고요.


맥주 관련 글을 세 번 쓰는 동안 약 20 종류 가량의 맥주를 마셔 보았습니다.


그 중에는 제 입에 맞는 맥주도 있었고 아닌 맥주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입에도 같은 식의 맛인가 하면 당연히 그럴 수가 없겠죠.


그래서, 우리 나라 맥주가 맛이 없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가벼운 맛에 맞추어 맥주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 아닌가, 그리고 그 맛보다는 진한 맥주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국산 맥주가 당연히 맛이 없게 느껴지.....기는 개뿔.  여하튼 맛 없어.  ㅡㅡ;;


왜 맛 없는지는 불행히도 그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자료는 없었습니다.




5. 왜 맛이 없는 걸 계속 멕일수 있을까?


여기에는 맥주 공장 설립에 대한 제한이 있어 그렇습니다.


공장을 쉽게 만들 수 없도록 해 놓았으니 다양한 맥주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갖추어질 수가 없는 것이죠.


그러니, 우리 나라 사람들은 맨날 오비와 하이트에서 생산한 라거만 마실 수 밖에 없는 것이었고요.


어떤 제한인가 하면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일정 이상 규모로 갖추어야만 하는 것인데 그것이 대략 500cc 병으로 20만 병 분량을 저장할 수 있는 발효조를 갖추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제는 대동강 맥주의 충격으로 인해 주세법이 개정되어 1/4 정도로 제한이 완화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아시는 세븐브로이도 이제 전국적인 판매가 가능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집더하기에서 이미 구해서 마셔보았다는 후기도 제법 올라와 있더군요.


그뿐만 아니라 제주에서도 제주개발공사에서 적정 설비를 갖추고 jespi란 브랜드로 100% 국산 보리를 사용한 맥주를 생산하고 판매한다는 뉴스도 보이는 것을 보니 국내에서도 다양한 맛을 국산 맥주를 즐길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정말로 다양한 맛을 고를 정도가 되려면 훨씬 더 다양한 소규모 맥주 회사들이 더 많이 나타나야겠죠.


약간 애매한 것은 롯데 맥주의 출범 소식이 들리던데 롯데 맥주는 내년 상반기가 되어야 맛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참, 제주맥주는 현재로서는 제주도의 지정된 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6. 원산지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수입 맥주


국내에서 수입 맥주로 팔리고 있는 맥주들 중 원산지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맥주들이 있습니다.


일단 대부분의 맥주는 장거리 운송 과정을 거치면 맛이 달라진다는 견해가 많다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이런 맥주들은 대부분 오리지날 브랜드와는 맛의 차이가 있더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우선 국내 생산되는 수입(?) 맥주로는 대부분 알고 계시는 버드와이저가 있습니다.


미국의 안호이저 부시사의 맥주인데 오비에서 생산하죠.


003.jpg그리고 오가든이라고 불리우는 호가든.


제가 가장 즐겨 마시는 수입 맥주인 호가든은 벨기에가 원산입니다.


나머지 세 개는 원산지와 생산지가 다르지만 어쨌든 우리 나라로 수입되는 경우입니다.


우선 기린 맥주의 이찌방을 들 수가 있겠네요.


이것은 중국에서 생산됩니다, 단 병 제품만.


그 다음은 아사히 맥주입니다.


이것도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우리 나라로 수입됩니다.


마지막으로 삿포로 실버컵은 캐나다에서 생산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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