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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맛있는 음식의 기준이란......

by 개굴아빠 2012. 10. 27.
정기구독하는 시사주간지의 추석 부록으로 "우리 음식 맛의 기준"이란 제목을 붙여 전국의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책자가 딸려왔습니다.
 
아직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글을 읽다보니 저자의 연배가 저와 거의 같고 고향도 이쪽인데다 맛에 대한 나름의 아집도 있는 터라 관심있는 지역부터 읽고 있는 중입니다.
 
이 책에서 제일 먼저 소개된 음식이 초당두부인데 이 음식은 맛에 대한 저의 잘못된 생각을 교정해 주었던 음식이라 이것과 연관지어 몇 자 글을 적어볼까 합니다.
 


10여년 전 마산 어시장 쪽에 "ㅇ장군 갈비"라는 음식점이 생기고 한 때 유명세를 탄 적이 있었을 겁니다.
 
처제가 정말정말 맛있게 먹었다면서 같이 가자기에 가본 적이 있었는데, 이건 뭐...... 설탕에 고기를 버무려 놓았더군요.
 
배나 양파즙 등의 자연 재료로 단 맛을 살리기 어려웠다면 그나마 조청이라도 쓸 일이지 아예 설탕 국물이라니......
 
평양냉면관의 공연도 식당에서 볼 수 있는 공연치고는 꽤 괜찮았습니다.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려면 공연을 전문으로 하는 장소로 가야하겠지요.
 
뭔가 특별하거나 톡 튀는 자극적인 공연에 익숙해져 있는 요즘의 젊은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는 공연일 수도 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화학 조미료로 범벅이 되거나 자극적인 맛을 추구하는 요즘 음식들에 길들여진 요즘 젊은 사람들의 혀에는 자극을 줄 수 없는 맛일 겁니다.
 
냉면을 먹으면서 그 맛에 매료되어 추가로 시켜본 소고기 구이도 아주 훌륭했습니다.
 
물론 블로거들은 대부분 맛이 없다는 평가였었지요.
 
나오기 직전에 예쁘장한 아가씨에게 슬쩍 말을 붙이며 조미료를 쓰는지 물어보니 전혀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야기가 약간 옆으로 새는 느낌입니다만 저는 요리를 정말 잘한다는 얘기를 듣기 위해서는 나물을 잘 무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맛있는 요리"들에 대한 정보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맛있는 나물"에 대한 정보는 찾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나름 요리를 잘한다는 집사람에게도 제가 유일하게 하는 음식 투정이 나물 맛에 관한 것입니다.
 
채소를 "적당히" 데치고 "적당히" 간을 한 후 "적당히" 버무려 만드는 나물이야말로 맛을 내는데 있어 중용의 솜씨를 발휘해야 하는 요리 기술의 끝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이야 단백질이 풍부하니 아이들도 나물을 먹을 일이 거의 없는데다 야채를 싫어하는 아이들 습성상 가족들의 식탁에도 나물이 올라가는 일이 별로 없는 집들이 많을 겁니다.
 
성장 촉진제로 키운 닭, 돼지, 소들을 화학 조미료로 버무려 내어놓는 음식에 길들여진 요즘 젊은 사람들과 아이들이 재료 고유의 맛을 살려야만 맛이 있는 나물의 맛을, 또 그 나물을 만드는 어머니의 손맛을 알 수 있을까요?
 
 
추석 뒷날이니 오늘 아침 식사는 당연히 추석 음식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무치신 배추 나물을 한 젓가락 집어 입 안에 넣으면서 그 속에서 살짝 풍겨나오는 참기름의 고소함과 가볍게 아삭거리는 배추의 식감과 특유의 풍미를 더해주는 진간향의 향에서 "맛있는 음식은 세상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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