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1 인도차이나반도/베트남

베트남 - 무이네 요정의 샘, 레드 샌드 듄

by 개굴아빠 2012. 1. 24.
짚차 투어가 편하기는 하겠지만 혼자를 맘 편해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오토바이를 빌려 무이네 투어를 했는데 비용도 더 들고 지리도 몰라 고생도 했지만 짚차 투어에 비해 나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짚차 투어를 해 보지 않아 어떤 것이 나은지 추천을 할 수 없으니 선택은 각자의 자유다.

투어를 떠나기 전에 어차피 뒷날 호치민으로 복귀할 계획이었으므로 슬리핑 버스를 예약해 두었다.

예약하지 않으면 원하는 날 떠날 수 없으니 반드시 예약을 해 두어야 할 것이다.

예약하는 방법은 숙소에 물어보면 친절히 가르쳐 줄 것이고.


투어 코스는 숙소에서 제공해준 지도에 의해 요정의 샘, 피싱 빌리지, 레드 센드 듄, 화이트 센드 듄으로 정했다.

그런데, 손으로 대충 끄적여둔 지도만 보고 요정의 샘 입구를 찾으려니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쭉 가다보니 어느 새 레드 샌드 듄임이 분명한 지형이 보인다. 


어쩔 수 없이 꼬마 하나를 섭외해서 오토바이 뒷 자리에 태우고는 다시 거슬러 가 요정의 샘으로 향했다.

요정의 샘은 무이네 해변에서 레드 샌드 듄 방향으로 가다보면 왼쪽에 있다.

입구는 좁은 골목길이며 근처에 짚차 또는 오토바이가 몇 대 주차해 있고 눈에 띄는 표지판 같은 건 보이질 않으니 여간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찾기가 힘들 것이다.

개울로 내려가는 입구에는 아이들이 신발을 맡아주는데 들고 가도 큰 무리는 없을 듯 하다.

꼬마를 따라 가니 검은 비닐 봉투가 물속의 나뭇가지에 걸려있기도 한 썩 걸음이 내키지 않는 개울이 나타난다.

개울 바닥은 고운 모래로 이루어져 맨발로 걷기에는 지장이 없다.

개울의 초입을 지나고 나니 제법 볼만한 곳이 나온다.

물가에는 다른 꽃들은 보이지 않고 부레 옥잠화만 군데군데 피어 있다. 




안내하던 꼬마가 "사진 찍어 줄까요?"하고 물어보기에 그러라고 했더니 이곳저곳에서 온갖 폼을 다 잡으란다.

카메라 작동법 정도는 훤히 알고 있는가 보다.

꼬마가 자꾸 찍어대기는 하는데 몇 컷 살펴보니 더 찍더라도 어차피 맘에 드는 사진은 제대로 나올 가능성도 없고 괜히 멋진 풍경만버리겠다 싶어 카메라를 받아들고 찍으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개울의 끝이다.

개울을 내려오면서 유창한 영어로 가이드를 하는 꼬마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누려고 하니 제대로 통하질 않는다.

"혹시 이 개울을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청소를 하니?"

"아뇨."

"내 생각에는 가끔이라도 여기 청소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왜요?"

"여긴 조상들로부터 내려왔고 또 너희들의 후손에게 전해질 유산이니까.  또 이 계곡이 있어 너희들이 돈을 만들 수 있잖아."

"이해가 안되는데요."

"그러니까 내 말은... 이 계곡이 너희들에게 돈을 만들어 준다고."

"아뇨, 아저씨가 돈을 줘야 돼요."

"물론, 내가 돈을 줄 거야.  그런데, 이 계곡이 앞으로도 계속 깨끗하게 지켜져야만......"

그랬다, 꼬마가 영어를 하긴 했지만 가이드에 필요한 영어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듣기에는 영어가 제법 유창한 듯 싶었지만 몇 살인지, 몇 학년인지, 가이드비는 얼마나 주면 되는지 등에 관한 영어만 가능한 정도.

가장 간단한 단어들만 사용하여 개울을 좀 더 깨끗하게 지켜야만 할 거라고 얘기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이다.

관심은 오직 내가 얼마나 줄 것인가이다.

일 주일에 한 번 정도만 동네 사람들, 아니 꼬마들끼리라도 개울 청소를 하면 좀 더 좋은 인상을 줄 것인데......

하기야 우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못 먹고 못 살 때의 관심은 오직 돈 버는 일 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돈 때문에 망가지고 사라져 갔고 또 지금도 그렇게 되고 있는지......


신발을 지켜주던 아이들이 5000동을 달라고 했지만 2000동만 주고 왔다.

우리 돈 100원에 불과한 돈이다.

내가 잘못한 걸까?


입구로 되돌아가려니 진한 비린내가 코를 찌른다.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보았던 늑맘 공장이다.


요정의 샘을 찾는데 시간을 조금 많이 낭비하여 피싱 빌리지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들리기로 하고 바로 레드 샌드듄에 도착하여 가이드 꼬마에게 15,000동을 주니 너무 적다고 한다.

이거면 충분하다고 얘기한 후(물론 이건 내가 화폐 단위를 착각한 것이다.  1.5$ 정도를 주려고 한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0.7$ 정도를 줘 버린 것이니.  나중에 꼬마를 불러 15,000동을 더 줬다.)꼬마네 가게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30,000동에 코코넛 하나를 마신 후 길 건너편에 있는 레드 샌드듄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규모도 크지 않고 곳곳에 사람들의 발자국과 쓰레기들이 널려 있어 기대했던 정도의 감흥은 도저히...... 

썰매를 탈 거냐고 물어보는 아이가 하나 있었지만 혼자서 무슨 청승이겠나. ㅎㅎ




레드 샌드 듀보다는 화이트 샌드 듄이 규모 면에서 훨씬 크고 볼만하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오토바이를 몰고 대충 방향을 잡아 길을 떠났다.

숙소에서 받은, 손으로 끄적여 놓은 지도 상으로는 그다지 멀지는 않아 보였다.  하지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