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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인도차이나반도/캄보디아

캄보디아 - 사흘 째 앙코르왓, 프놈바껭

by 개굴아빠 2012. 7. 1.
맛있는 것은 마지막까지 아껴두었다 먹어야...... 배가 불러 맛이 없......  ^^;;

어쨌든, 이틀 동안 대부분의 유적지들을 둘러보고 씨엠립의 가장 핵심인 앙코르왓은 마지막 하루를 충분히 할애해 느긋이 감상하기로 계획을 세워두었던 터라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공해준 아침 식사(바게뜨 반 조각, 계란 후라이 하나)를 마치자마자 게스트 하우스에서 1$에 자전거를 빌려 앙코르왓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첫 날에는 비가 내리질 않더니 이 날은 일어나보니 비가 주룩주룩.

동남아 우기이기는 하지만 여하튼 어디를 가든 비를 몰고 다니는 건 어쩔 수 없다.

비가 그친 틈을 타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빨리 달리면 궁뎅이를 비롯해 등짝에 흙이 튀기 때문에 느릿느릿 달리다보니 가는 길이 조금 멀게 느껴진다.



화창한 날씨에 좀 더 좋은 그림이 나오긴 하겠지만 이런 곳을 비오는 날에 보는 것도 제법 운치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다리를 건너기 전 적당한 나무 아래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앙코르왓을 향해 걸었다.


TV에서 신물날 정도로 보았던(?) 압사라 부조들이 내 눈 앞에 직접 펼쳐지는 순간.

아, 그러고보니 다른 유적에서도 압사라 부조는 몇 번 보았구만.

제일 바깥 쪽의 회랑 벽에 새겨진 부조인데 중앙 건물에 새겨진 부조에 비하면 양이나 질에서 좀 떨어지는 듯.


힌두교식으로 만들었다가 다시 불교식으로 고쳐졌다던가?  여하튼 일반적인 불상과는 다른 형태의 불상을 볼 수 있다.


호수가 잔잔할 때 가장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이긴 하지만 빗방울 때문에 앙코르왓의 반영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어쨌든 증명 사진은 찍어야겠기에 주변을 둘러보니 마침 우리나라 모녀 한 팀이 있어 부탁하니 고맙게도 사진을 일고 여덟 번을 찍어 주신다. ^-^


장서각은 안 들어간 것 같은데, 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비가 칠칠 내리는 통에 질척거리는 잔디를 밟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지 싶다.

신전 1층 회랑으로 들어서니 장대한 규모의 부조가 펼쳐진다.

빤질빤질한 건 저건 확실하게 손때 때문이다.


초입에서 캄보디아 전통 복장을 입은 30명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들 무리를 만났다.

보아하니 압사라 댄스를 배우는 아이들인듯 싶은데 앙코르왓의 부조를 보면서 현장 체험 학습을 하는 중인 것 같았다.

비가 오는 날씨라 관광객이 그다지 많지는 않아 빗소리만 들리는 가운데 시간이 멈춰버린 공간에서 만난 현재와 과거의 공존.

압사라 무희가 되는 것이 이 아이들에게는 대단한 출세의 길이 된다고 한다.

일곱 살 정도부터 열 너댓살 아이들까지 다양한 나이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아이들은 자주 보는 때문인지 꽤나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데 나는 부조를 하나하나 설명을 보며 감상하기로 한 터라 이 무리와는 금방 헤어져 버렸다.


부조의 규모는 대단하다.

내용에 대해서는 http://www.goangkor.com.ne.kr/ 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물론 대부분의 내용은 다 잊어먹었지만 해설을 보며 꼼꼼히 감상하는 재미도 꽤 좋았다.


그런데, 회랑을 돌다보니 아까 보았던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한 곳에서 웅성거리고 있는 것이 뭔가 이상해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여자 아이 하나가 누워 있고 주변에서 선생인듯한 사람이 간호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현장 학습 중 가벼운 사고(?)가 난 듯.


그 와중에 열심히 공부 중인듯한 아이도 있고


친구의 상태가 어떤지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는 아이들도 있고


압사라 부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는 아이도 있고


자기들의 사진을 찍는 관광객을 발견한 아이도 있...... ^^;;




TV 프로에서도 설명한 바 있지만 이곳의 부조들에는 색과 황금이 입혀져 있었다고 한다.

바로 위의 사진이나 아래의 압사라 부조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아래의 사진에서 유독 손길이 많이 간 곳은...... ^^;;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압사라 부조들.

압사라 댄스의 동작에는 2000여 가지가 넘는 동작들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 전해지는 것은 200여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킬링필드 대 학살 때 궁중 무희들이 학살되면서 거의 소실될 뻔한 위기에 처했다가 30여 명 남은 생존 무희들에 의해 1980년 대에 들어서야 조금씩 복원되기 시작했지만 음악도 10% 정도 밖에는 되살릴 수 없었다고 한다.


중앙 성소.

한 달에 서너 번씩 닫히는 날이 있어 운이 나쁘면 중앙성소에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아래 자료는 2012년 중앙성소 휴식일이니 올해 가시는 분들은 확인하고 헛걸음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

7월 3,11,18,26
8월 2,10,17 30
9월 1, 9,15,23
10월 8,15,23,30
11월 7,13,21,28
12월 6,13,21,28

이런 정보를 모르고 갔지만 다행히 이 날은 휴식일이 아니라 올라갈 수 있었다.



역시 인간계에서 신계로 오르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네 곳의 계단 중 한 곳만 난간을 설치하여 개방을 하고 있는데 사람이 많으면 줄을 한참 서야할 듯.


중앙 성소에는 네 방향마다 다른 부처상이 있다.

원래는 힌두교의 신인 비쉬누를 모셔두었다고는 하나 불교 시대로 바뀌면서 부처상으로 모두 바뀌었다고.

어쨌든 날도 흐린데다 어두운 곳이다보니 조금 음산한 느낌?


이런 곳에 꼭 저렇게 이름을 남기고 싶을까?

남겨서 뭐하게?


중앙성소의 다른 방향에 있는 부처상.


시간에 쫓기는 패키지 관광객이 아니니 이럴 때 참 좋은 거다.

지칠 때 그냥 아무데서나 느긋이 앉아 수천 년 세월을 멍하니 지켜보는 것.

규모가 크다보니 천천히 걸으며 꼼꼼히 살펴보느라 여기까지 대략 네 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똔레삽을 갈까하다 메콩델타투어를 했다면 굳이 갈 필요가 없을 거라는 게스트하우스 사장의 얘기에 오후 일정도 없고하니 그냥 여기서 거의 죽치다시피 하는 거다.


내려가면서 또 2층 회랑을 한 바퀴 돌고......


나가기는 하지만 아쉬운 마음에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난간에 카메라 두고 셀프로 찰칵.

어쩌다 보니 설정 샷.


자 이제는 정말로 앙코르 왓과는 굿바이할 타임.


여전히 비는 내리는데 관광객은 꾸역꾸역 밀려들어가고 밀려나오고......

지금도 아마 그럴 거다.



앙코르왓 앞의 식당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치킨볶음밥 2.5$인가 달라는 거 계란후라이 하나 더 얹어 2$.

제법 뻔뻔해진 셈이다.

프놈바켕은 코끼리를 타고 올라가니 어쩌니 하는 말이 있어 제법 험할까하는 걱정에 갈까말까 고민하다 올라보니 10분 가량 걸리는 아주 편한 등산로다.

일몰을 보러 올라가는 곳이다보니 낮에 올라봐야 크게 볼 건 없다 정상에서 펼쳐지는 정글의 전경이 멋있다는 것 외에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지도상에 조금 더 가까이 보이는 길로 선택했더니 실패.

아스팔트 포장은 되어 있지만 앙코르왓 티켓 부스가 있는 길에 비해 워낙 거칠어 궁뎅이가 마이 아파. ㅠㅠ

길 옆에 있는 사원에 잠시 들어가 봤지만 뭐가뭔지 알 수 없음.


숙소에 3시 정도 도착.

들어오면서 산미겔 한 병에 버드와이저 한 캔 음료수 한 캔 + 프링글스 짝퉁 하나 해서 5$ 정도 사들고 가서 샤워 후 마심.

저녁에는 펍스트리트 돌아다닐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