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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태백 여행

by 개굴아빠 2013. 1. 24.

태백 눈꽃 축제가 25일부터라 원래 계획했던 날짜를 수정하여 한 주 일찍 태백 여행을 다녀왔다.


북적대는 건 싫어하니까.




가는 길에 대게를 먹기 위해 들린 집.


오래 전 처가쪽 식구들과 여행을 갔다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고 나서 몇 년 동안 택배로 시켜 먹었던 집인데 3년 정도 연락이 되지 않아 그만 두었나 했더니 휴대폰 번호가 010 번호로 바뀌어 연락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게 잡이배를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대게 비싸기로 유명한 영덕에서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대게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상호는 3순양호. (054-733-4186)



사진에 있는 애들은 박달 대게에 가까운 놈들인데 3~5만원선.




아무래도 음식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단 렌즈를 하나 구입해야할 것 같다. ㅠㅠ


우리가 먹은 것은 중간 크기로 마리당 15,000원.


11마리를 10마리 가격인 150,000원에 먹었는데 어른 다섯 명과 아이 하나가 대게로만 배 부르게 먹었다.


하지만 아직은 살이 덜 차서 집게발도 다른 다리들과 같은 맛이었으니 한 달 정도는 더 있어야 살이 꽉 찰 것 같아 보였다.


원래 계획은 오후 4시경 대게를 먹고 밤 9시경 다시 배가 출출해질 시간이면 동해안에서 회를 먹는다는 계획이었는데 대게와 게장 비빔밥까지 먹고 나니 야식 먹기는 힘들겠다는 의견이 대세라 그냥 태백으로 향하기로 했다.



주말이라 태백시에서 숙소 구하기가 어렵지나 않을까 걱정하다 울진에서 태백가는 길 옆에 "너와 마을"이라는 간판이 보이기에 혹시나 하고 들어가봤더니 우연히 찾은 곳 치고는 아주 좋은 곳을 숙소로 정할 수 있었다.


100가구 정도 되는 산골 마을에서 공동으로 식당과 숙소를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8명 정도 잘 수 있는 넓고 깨끗한 온돌 방이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7만원이라는 가격에 구할 수 있었다.




"너와 마을" 한 가운데에는 자그마한 연못도 있어 물이 얼어있는 요즘은 얼음 썰매를 탈 수도 있으며, 숙소 곳곳에 바베큐를 해 먹을 수 있는 틀도 갖추어져 있고, 성수기에는 두부 만들기 체험, 청국장 만들기 체험 등의 산골 마을 체험 프로그램도 있어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기에는 그만인듯 보였다.


그보다 더 마음에 드는 것이 있었으니 먹느라 바빠 사진을 못 찍은 "너와 마을" 식당의 식사이다.


아침 식사로 청국장을 시켜 먹었는데 구수한 청국장도 일품이었지만 조미료 맛이 느껴지지 않는 여러 가지 나물과 정갈한 찬들이 그야말로 웰빙 음식이라는 찬사를 들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다.


태백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 번 더 먹으려 했지만 돌아올 때 눈이 많이 와서 할 수 없이 포기.



오전 10시 정도 되어 서울 식구들과 태백에서 합류하여 등산을 시작했는데 차 댈 곳이 거의 없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줄서서 등산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올라가는 길에 있는 눈꽃 축제장에는 1주일 후의 눈꽃 축제를 준비하느라 한창 바쁜 상태였다.


사흘 전인가 눈이 제법 오긴 했지만 날이 많이 따뜻했던 관계로 올라가는 길은 그저 그런 상태인데다 사람이 끊임없이 오가기도 했고 저질 체력으로 바뀌어버린 탓에 등산하느라 헐떡대다보니 사진은 한 컷도 찍지를 못했다.




태백산 정상.


사람들이 어찌나 바글대던지 정신이 없을 정도.



묘령의... 할머니들. ㅋ





사진 찍기 안 쉬워.



장군봉에서 천제단쪽으로 이어진 등산객들의 줄.


그런데 장군봉에서 유일사쪽으로 내려가다보니 이건 그냥 약과.


길이 막혀 아예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


천제단부터 장군봉지나 주목 군락지까지 곳곳에 자리 펴고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 무리와 그 사이에 난 등산로에서 꼼짝도 못하고 짜증 내는 사람들......


여름철 해운대는 바닷물에 사람 말아놓은 것이라고 한다면 겨울 주말의 태백산은 눈길에 사람 비벼 놓은 비빔밥이라고나 할까.




고사목 지대도 영 별로임.


내려오는 길 한적한 곳에서는 미리 준비해간 비닐 포대로 눈썰매를 탔지만 역시 감흥은 별로.


힘들게 등반을 했으니 이젠 먹으러 갈 차례다.



4년 전인가 태백산 입구로 올라가는 길 입구 맞은 편에 있는 고기집에서 먹었던 소고기맛을 모두들 기억하는지라 다들 아무런 이견없이(이견없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은 이 집 한우를 먹기 위해 태백을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고기집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1++ 등급의 등심은 보이질 않았고



치맛살만 1++ 등급이 남아 있었다.


"너와 마을"에서 구입한 머루 와인과 함께 맛있는 소고기를 즐기려고 했었지만 옛날 그 맛은 나질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숯불에 구워 먹어 더 그렇지 않았나 싶다.


아무래도 연탄불이 더 맛있는 듯.


국수도 옛날과는 다른 맛.


소고기도 비싸져서 처음에 갔을 때는 20만원 정도로 9명이 실컷 먹었었는데 이번에는 7명이서 대략 35만원 정도.





숙소인 "태백산 민박촌"에서 쉬려고 했지만 아무리 피곤할지언정 9시도 안되어 잔다는 건 우리 가족에게는 어림도 없는 소리다.


그래서 다들 눈꽃 축제장 가서 쉬야를 하고 오니 어쩌니 하며 올라갔는데......



싸이 뒤에서 쉬야하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내려오다 보니 낮에 "1박 2일 촬영지"라고 되어 있던 곳에서 까르르대는 웃음 소리가 들렸다.


가보니 눈썰매틀이 멋지게 마련되어 있고 거기에서 아가씨(?) 세 명이 비닐 포대로 썰매를 타고 있는 것이었다.



이건 그 옆에 있던 얼음 썰매 틀.


처음에는 조카만 타더니 잠시 후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오르락내리락.








이튿날 집에 와서 전날 보지 못했던 1박 2일을 다운받아 보니 우리가 탔던 곳에서 1박 2일 팀들도 우리가 했던 멀리 가기 시합도 하고 그랬더만. ㅋ




그 옆에 있던 얼음 썰매도 만만치않게 재미가 있었는데 이건 아이들이 타면 괜찮을 것 같아 보였다.



이튿날 다 함께 "너와 마을"로 가서 청국장으로 식사를 한 후 헤어지려고 했더니 눈이 펑펑.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 연못을 못 가본 동생네 식구들을 위해 황지 연못으로 갔더니......




옥빛 같던 황지 연못의 색깔은 구경할 수가 없고 그냥 나니아 연대기 느낌만 살짝.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감자 옹심이를 아침 식사로 먹었는데 처음에는 괜찮다 싶더니 자꾸 먹을수록 물리는 느낌이었다.


버터 잔뜩 들어간 양식 또는 중국 음식을 먹은 느낌이랄까.



내려오는 길에 주유소에 들러 주유하던 중 소리없이 사락사락 내리는 눈이 너무 좋아 보여 정말 멋지다고 혼잣말로 중얼 거렸더니 주유하던 아주머니 왈,


"멋지다고요?  아유, 난 징그러워 죽겠구만."


어쨌든 내려오면서 눈 구경은 제대로 하고 올 수 있었다.